△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수주 부진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영업을 총괄하는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아 조선업황의 침체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2020년 5월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조선3사를 통해 18억1600만 달러치 선박을 수주해 수주목표인 156억9400만 달러의 11.6%만을 달성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수주가 31.4% 줄었다.
2020년 들어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은 저유가에 코로나19의 확산이 겹쳐 얼어붙었다. 1~5월 선박 발주량이 469만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1%, 2018년보다 70% 줄어든 수치다.
정기선은 글로벌 선박 발주의 감소세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 발주량은 연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1년 단위의 업황을 관망하던 선주사들이 선박시장의 불확실성이 최소화할 때를 기다렸다 발주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기선은 2019년 12월 한 달에만 28억 달러치 수주를 따내며 영업대표로서의 뒷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기선이 2020년에도 이러한 ‘한 방’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 2020년 6월1일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00여척의 건조 슬롯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기간과 인도시점을 고려하면 2020년 하반기부터 슬롯 계약이 실제 수주로 전환될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전환 선봉에 서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지주사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6월1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KT와 5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1일 현대중공업지주가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정기선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직접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도 KT와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디지털 관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기선과 구 사장을 대표로 6명의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에 쓰이는 서비스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등 사업에서 협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는 2020년 5월 ‘5G 스마트건설기계‧산업차량 솔루션’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스마트조선소, 로봇, 건설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기선은 KT를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전환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두 기업의 협력관계는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먼저 물꼬를 텄다. 2019년 5월 권오갑 당시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과 황창규 당시 KT 대표이사 회장이 ‘5G 로봇‧스마트팩토리사업 공동협력’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 계약을 맺을 때 정기선이 체결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앞으로 지주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정기선은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나름의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는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그가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전환은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가파른 실적 증가세 지휘
정기선이 이끄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친환경선박사업을 발판 삼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개조 및 유지, 보수사업 등을 진행한다. 친환경 선박 개조시장이 환경규제의 강화 추세에 따라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2년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4천억 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잡아뒀다. 실질적 출범 첫 해인 2017년 매출 2403억 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10배 수준의 외형성장을 자신하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정기선이 실적 목표치에 걸맞은 성장세를 실현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 8090억 원, 영업이익 1085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95.2%, 영업이익은 48.8% 늘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정기선은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등 친환경 선박설비의 설치공사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새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0년 일감을 넘어 2021년도분의 친환경선박설비 작업물량까지 일부 수주할 정도로 신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스크러버가 결국에는 오염수를 해상에 배출해야 한다는 단점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부각되면서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등 글로벌 주요 무역항구에서 스크러버 가동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정기선은 이에 발맞춰 스마트선박 관련 사업을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새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관제센터에서 진행하는 선박 운항 솔루션사업에 선박 원격진단서비스까지 더해 선주사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운항 솔루션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 ‘ISS(INTEGRICT Smartship Solution)’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이 밝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모니터링센터가 완공되면 선박들의 운항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선박 관리에 활용하면서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도 강화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조선소 보증기간 이후 선박의 개조, 수리, 운항, 정비 등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이다.
선박이 처음 건조된 뒤 1년 동안은 통상 조선소가 선박의 품질을 보증한다. 그러나 선박의 일반적 내구연한은 25년 안팎이며 최근에는 30년을 넘어 운항하는 선박들도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선박의 전체 운항기간에 종합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유일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새 먹거리의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20년 5월21일 계열사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 제어사업을 120억 원에 양수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출범할 당시부터 정기선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불리며 관심이 높았다. 그가 친환경선박 개조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직접 회사 설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이 2014년부터 강력히 주장해 세우게 된 회사”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다지기 주도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현대중공업그룹의 돈독한 관계 다지기를 주도하며 사업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0년 2월24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열린 IKTVA(In-Kingdom Total Value Add) 프로그램의 5차 포럼에 정기선이 직접 참석했다.
IKTVA 프로그램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너지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행사다. 정기선은 이번 포럼에서 현대중공업이 아람코와 장기 공급계약(LTA)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협약을 맺은 회사들만이 앞으로 아람코가 IKTV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각종 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알 바와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아람코는 해양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위해 2020년부터 6년 동안 100기 가량의 고정식 플랫폼을 발주한다. 이 해양플랜트들의 예상 발주규모는 모두 210억 달러(25조 원가량)에 이른다.
그런데 아람코가 포럼에서 협약을 맺은 상대 회사들 가운데 조선사는 현대중공업뿐이며 나머지는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나 독일 지멘스 등 육상 EPC(일괄도급사업) 및 에너지회사들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협약으로 아람코가 발주할 해양플랜트들과 관련한 EPC 수주, 최소한 해양플랜트의 선체(Hull) 건조는 독점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아람코와 바흐리(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 현대중공업이 합작해 조선소를 짓는 계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는 정기선이 주도한 첫 해외사업이기도 하다.
정기선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직접 서명해 체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당시 부회장)은 이를 놓고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밝히며 합작사업 체결의 공이 온전히 정기선에게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8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는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라는 이름으로 일부 공사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 지분은 아람코가 50.1%, 람프렐이 20%, 바흐리가 19.9%, 현대중공업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 등은 이 조선소를 짓는 데 2021년까지 모두 5조 원 정도를 투입해 해양시추설비 4기,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 기타 선박 40여 척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짓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IMI를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 운영에 참여해 여러 부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6월26일 정기선은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독대해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합작 조선소에 4억2천만 달러를 들여 선박엔진 제조공장까지 짓기로 했다.
이렇게 정기선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공들인 덕분에 성과도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9월17일 IMI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설계기술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현대중공업은 IMI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기본 및 상세 설계도면을 지원하고 기술 컨설팅 등 설계 전반의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신 IMI가 앞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건조할 때마다 로열티를 받는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해운사 바흐리와 31만9천 톤급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건조하는 계약도 맺었다.
정기선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낼 수주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아람코는 미국 에너지회사 셈프라에너지가 진행하는 포트 아서(Port Arthur) LNG 수출 1단계 프로젝트의 지분 25%를 인수하고 20년 동안 LNG를 연 500만 톤씩 수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이 계획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 바흐리가 17만4천 m
3급 LNG운반선 12척을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인도받는 조건으로 발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기선이 구축한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돈독한 관계는 조선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9년 12월17일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4166만4012주(17%)를 1조3749억1239만6천 원(1주당 3만3천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완료했다.
이 계약으로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에 올랐고 현대중공업지주는 미래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했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 새 사업기회를 안겼고 덤으로 지주사 경영에도 기여한 셈이다.
| ▲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앞줄 왼쪽)이 2017년 5월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해운사 바흐리의 알리 알 하르비 CEO(앞줄 오른쪽)와 스마트선박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에 속도
정기선은 경영보폭을 빠르게 넓혀 경영권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11월19일 현대중공업에서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영업조직을 통합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를 출범했다.
당초 가삼현 사장이 영업본부의 사업대표였고 정기선은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가 사장이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직책이 바뀌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삼현 사장이 영업을 총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직책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고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를 생각하면 정기선이 그룹 조선3사의 수주영업에서 책임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2018년 11월 초 가삼현 사장이 한영석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오른 것 역시 정기선의 '3세경영'시대를 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가 사장이 그동안 선박영업부문에서 정기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3세 승계가도를 닦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역시 그룹에서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 8090억 원, 영업이익 1085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95.2%, 영업이익은 48.8% 늘었다.
정기선이 지주사 경영의 전면에 얼굴을 드러내는 일도 잦아졌다. 주로 미래사업과 관련한 행사다.
2018년 5월 로봇사업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지주와 독일 쿠카그룹의 업무협약을 직접 나서서 체결했다. 같은 해 8월 현대중공업지주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과 의료빅데이터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는 자리에도 직접 나왔다.
2019년 5월 현대중공업지주가 KT와 손잡고 5G통신(5세대 이동통신)에 기반을 둔 로봇 및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공동 협력 체결식을 열었던 때도 정기선이 모습을 보였다.
2020년 6월 현대로보틱스(옛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가 KT로부터 500억 원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협약식은 정기선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직접 협약서에 서명했다.
정기선은 국가적 산업협력과 관련한 행사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국가적 협력을 논의한 자리에 최연소로 참가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측에서 정기선의 참석을 먼저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기선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은 2018년 3월29일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었지만 주식 매입으로 단숨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체제 재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체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정기선이 수주 등 경영성과를 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지주(전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 등 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도 25%를 훌쩍 넘어서면서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8월22일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사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안정적 지주사체제 구축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손자회사)→현대미포조선(증손회사)으로 이어졌으나 분할 및 합병에 따라 현대중공업 아래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나란히 자회사로 들어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100%일 때는 예외)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은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에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3월 업계 최대의 라이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다.
조선사업의 구조가 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3사가 놓이는 식으로 재편된 것이다.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끝나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의 4번째 자회사가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5월1일 자체사업인 로봇사업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 사업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순수 지주사가 됐다.
△국제무대에서 활동영역 확대
정기선은 국제무대에서 보폭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정기선은 2015년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15’행사에 참석하면서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이 행사는 국제 3대 가스분야 행사로 꼽히는데 글로벌 에너지기업 관계자, 각국 정부 에너지 담당관, 주요 선주 등 국제 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적 인물들이 참여한다.
정기선은 당시 현대중공업 그룹선박영업 대표였던 가삼현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대표로서 참석했다. 2014년에도 미국에서 열린 세계 해양 박람회와 독일에서 열린 국제 선박·조선·해양 기술 기자재 박람회 등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부장이었다는 점에서 임원 타이틀을 달고 참석한 2015년이 본격적 데뷔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정기선은 그 뒤에도 꾸준히 국제행사에 참석하며 선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그룹 후계자로서 업계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2016년 4월 제18차 액화천연가스총회(LNG18)에 참석했고 같은 해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 2016'에도 방문했다.
2018년 6월에는 ‘포시도니아 2018’을 찾아 2017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섰다.
2018년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가스텍 행사에도 참석해 영업활동을 했다.
정기선은 2019년 1월 열린 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 가전 전시회인 'CES 2019'도 참관했다. 그가 CES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신사업 발굴과 로봇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 움직임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2019년 9월 미국에서 열린 가스텍에도 참석해 가삼현 사장과 함께 LNG관련 선박의 영업에 힘을 쏟았다. 2019년도 가스텍은 가삼현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등 조선3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주요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는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정기선은 2016년 현대중공업과 제너럴일렉트릭이 사업협력을 맺는 자리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그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합작 조선소를 짓는 데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도 직접 서명했다.
2018년 5월에는 현대중공업지주와 독일 쿠카그룹이 로봇사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도 정기선이 나왔다. 쿠카그룹은 세계 점유율 3위의 로봇기업이다.
| ▲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앞줄 오른쪽)과 가삼현 부사장(뒷줄 오른쪽), 파벨 표도로프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부사장(앞줄 왼쪽)이 2016년 9월3일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만나 러시아 국영 극동조선소와 상선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부문 합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협력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에서 빠르게 승진해 ‘재계 최연소 임원'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에서 가파른 승진가도를 밟았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입사한 지 7개월 만인 2009년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치고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이다.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직책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이었지만 재무와 기획, 영업, 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선은 경영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부문에 취약했는데 이 부문에서는 이충동 당시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경영부문은 이재성 당시 현대중공업 회장이 ‘멘토’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기선은 2014년 10월 이뤄진 2015년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승진해 그룹 기획실에서 재무와 기획 등 업무를 맡았다.
입사한 지 5년, 복귀한 지 1년 만이다.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임원’이자 재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당시 "회사의 체질 개선뿐 아니라 젊고 역동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조직을 간소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에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기존에 현대중공업 기획, 재무부문장 역할만 해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까지 맡아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하게 됐다.
2년 뒤인 2017년 11월에는 현대중공업 부사장이자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에 올랐으며 2018년 11월에는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았다.
2019년 11월 진행된 그룹 임원인사에서 정기선의 직책 변동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