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과 전기차배터리 협력 논의
정의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총수를 차례로 만나며 전기차배터리부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서 첫 양산형 전기모델을 내놓으며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만큼 전기차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는 2025년까지 연간 167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세계에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은 각각 계열사인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부문 경쟁관계인 이들이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사실상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문재인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한국판 뉴딜의 대표적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의선은 2020년 5월13일 충남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정의선과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 논의를 목적으로 단둘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뒤이어 2020년 6월22일에는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배터리부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LG화학은 이미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서 2022년 양산되는 전기모델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2020년 7월쯤 만나 배터리 협력방안을 논의하지 않겠냐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정의선은 전기차사업 강화를 위해 4대그룹뿐 아니라 전기화물차 분야에서 롯데그룹과 CJ그룹,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분야에서 한화그룹 등과도 협력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와 한화큐셀은 2020년 5월29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에서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 공동개발 및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31일 밝혔다. 2020년 4월24일에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동남권물류단지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등과 환경부가 주관하는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차 품질논란에 적극 대응
정의선 시대에 들어서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문제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월 출시한 제네시스 GV80 디젤모델 일부에서 간헐적 진동현상이 발견되자 6월5일 출고를 중단하고 품질 점검에 들어갔다. 이미 차량을 출고한 고객에는 보증기간을 기존 5년/10만km에서 10년/20만km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GV80은 6월 기준 대기물량만 1만 대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출고중단으로 소비자들의 기다림이 더욱 길어져 판매량 측면에서 타격을 볼 수 있는 데도 현대차가 품질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와 동시에 제네시스 GV80가 시작가격을 기준으로 6천만 원을 훌쩍 넘는 고급차라는 점, 스마트스트림 3.0리터 디젤 엔진 등 현대차의 최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현대차가 품질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새 쏘나타의 품질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2019년 3월 쏘나타를 출시한 뒤 차량의 소음과 진동 등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쏘나타 생산을 잠정중단했다.
품질논란은 아니지만 기아차가 2020년 2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모델의 친환경차 미인증 사실을 깨닫고 하루 만에 사전계약을 중단하고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기준 미달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된 모든 세제혜택을 회사가 모두 부담하기로 결정한 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논란에 대응이 빨라진 것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정의선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8년 9월 정의선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을 총괄하게 된 시점에 들어서면서 무리한 외형 성장을 지양하고 고객 중심으로 판매 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히 제조회사를 넘어 모빌리티서비스기업으로 일군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미래차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고객 중심 경영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정의선은 2019년 5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앞으로 밀레니얼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서비스와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를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사업 본격화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을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로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하늘을 나는 개인 비행체(도심항공 모빌리티, UAM)와 자율주행 전기차에 기반한 지상 운송수단(목적기반 모빌리티, PBV),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허브공간(모빌리티 환승거점, Hub)이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도시의 중심축이다.
현대차는 이 가운데 도심항공 모빌리티사업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은 앞으로 최소 10년 안에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의선은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을 모아 놓고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처음으로 ‘플라잉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때 “비행자동차는 ‘플랑잉카’보다 ‘드라이빙 에어플레인’의 개념에 가깝다고 본다”며 “비행자동차가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9년 9월 ‘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 출신의 신재원씨를 항공모빌리티사업부 수장으로 영입하며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20년 1월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PAV) 개발을 위해 글로벌 차량공유기업인 우버와 손을 잡았다. 개인용 비행체는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실제 운행수단이다.
현대차와 우버는 2020년 1월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현대차 전시관에서 ‘도심항공 모빌리티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정의선은 이때 “우버와 협력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사람들의 이동 한계를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가치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6월 ‘한국형 도심항공 모빌리티(K-UAM) 로드맵’을 제시하며 사실상 현대차그룹에 지원 의지를 보인 만큼 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자동차로 하늘길을 열려면 각종 법규 마련, 인프라 구축, 시장 형성 등이 필요한데 든든한 후원군을 얻었기 떄문이다.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에는 2025년 도심항공 모빌리티 상용화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를 뼈대로 2025년 인천공항과 여의도를 오가는 항공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를 설정하고 민간역량 등을 강화한다는 등의 정부 계획이 담겼다.
상용화 초기에는 서비스 이용료를 11만 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이 가능해지는 2035년에는 일반택시 수준인 2만 원대로 낮춘다는 구체적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우선 도시권역 30~50㎞의 이동거리를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20년 1월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
현대차그룹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수소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수소차’라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려는 현대차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정의선은 수소차시장을 선도해 글로벌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시장의 주도권을 쥔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5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쿠팡 등과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는 정부가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것으로 경유 화물차를 수소전기 화물차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된다. 수소전기 화물차의 생산·보급 확대부터 충전 인프라 확충,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 추진 등 수소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진행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상용차부문의 친환경화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완성차업체로서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가속화를 위해 차량 개발 및 정비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군의 수소차 도입 및 수소충전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6월1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육군 군사기지 자운대에서 환경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국방부 수소버스 도입 및 수소충전소 구축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대차는 “이번 업무협약 체결은 수소차 보급을 군으로 확대함으로써 수소산업의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정의선은 세계적으로도 ‘수소사회’를 앞세워 수소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정의선은 2019년 1월부터 프랑스의 세계적 가스기업인 에어리퀴드의 브느와 뽀띠에 회장과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유럽과 중국 진출 채비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0년 하반기에 유럽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출범했다.
제네시스 중국 법인과 유럽 법인을 이끌 대표는 이미 확보해뒀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마커스 헨네가 제네시스 중국 법인을, 영국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에서 경력을 다진 엔리케 로렌자나가 유럽 법인을 이끈다.
현대차는 유럽 고급차시장을 제네시스 브랜드가 반드시 공략해야 할 과제로 삼아 왔다.
완성차기업의 최대 격전지는 미국이지만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의 본토인 유럽에서 인정받아야만 고급 브랜드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차는 유럽 고급차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을 안고 있다. 현대차는 2014년 현대차 이름을 달고 2세대 제네시스를 앞세워 유럽 고급차시장에 진출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3년 만에 발을 뺐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국시장 진출은 현대차에게 판매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의선은 중국 판매 부진의 원인을 ‘(중국에서) 고급화 전략의 시점을 놓쳤기 때문’으로 바라본다.
현대차는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직격탄을 맞은 뒤 판매량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도 중국 현지 완성차기업과 일본 및 독일 완성차기업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의선은 2019년 신년사에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올해 출시되는 SUV 모델을 비롯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유럽과 중국에서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을 공략의 선봉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장 진출
정의선은 그동안 수출 등을 통해서만 공략해왔던 동남아시아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19년 11월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정의선은 “현대차의 현지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설립할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공단의 77만6천㎡ 부지에 지어지며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비는 총 15억5천만 달러로 2030년까지 집행된다.
정의선이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은 부진에 빠진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동남아시아를 주목했다.
일본 완성차기업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의 규모와 성장세를 고려할 때 전진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아세안을 공략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어 3년에 걸쳐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하면서 인도네시아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현대차의 투자 결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2019년 9월23일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케빈 클라크 앱티브 CEO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코로나19 극복에 힘 보태
현대차그룹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싸우는 의료진에게 치료시설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3월 그룹 연수원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경주시 양남면 소재의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를 대구와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치료시설로 제공했다.
2020년 4월에는 경기지역 경증환자를 위해 경기 용인 기아차 오산교육센터를 지원했다. 해외 입국자(무증상자) 임시 생활시설 용도로 현대차 파주인재개발센터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2월 코로나19의 조속한 피해 복구와 사전방역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임직원은 위기 극복 동참의 의미로 헌혈캠페인에 참여하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제때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전국 소방본부 구급차를 대상으로 정밀 점검과 소모품 교환 등을 무상으로 시행했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정의선은 2019년 9월23일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 규모만 모두 40억 달러이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이 2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것은 과거 서울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낙찰받는데 썼던 10조5천억 원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자율주행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에 전문화한 기업으로 인지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스턴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와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의 시범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은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 이전에 미국 오로라 등에 전략적 투자하는 방향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데 힘을 썼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데 기대보다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해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선두주자들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본격 상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대규모 파트너십은 시장 조기선점을 위한 의미있는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운전자 개입없이 운행 가능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선도의 ‘개척자’로서 입지를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조직개편
현대차그룹은 2019년 7월9일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7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의 조직체계를 기존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설계, 전자, 차량성능, 파워트레인 등 5개 담당의 병렬 구조에서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 △PM담당 등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동차 품질과 신뢰성을 향상함은 물론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하려고 한다”며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본부를 ‘기본 구조’ 위에 ‘기술’을 쌓고 ‘차별성’을 부여하는 ‘삼각편대’ 조직으로 개편해 고객 중심의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개편한 것은 2012년 3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혔다.
최근 2~3년 동안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첨단 기술들로 중무장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면서 현대차그룹이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혁신 가속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조직을 혁신적이고 실용적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2월에 대학졸업자와 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9년 3월에는 전 계열사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실시해 출퇴근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에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DNA를 이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9년 4월에는 임원 직급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이사대우, 이사, 상무’ 등으로 세분화돼있던 상무 이하 임원의 직급을 상무로 통일했다. 더욱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한 시도로 읽혔다.
2019년 9월에는 직급체계 간소화와 관련한 방안을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초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급체계 간소화방안을 검토해왔다.
일반직 직급은 기존 직위와 연공 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줄였다. 5급사원과 4급사원은 G1으로, 대리는 G2로, 과장은 G3로,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했다.
직급체계 변경에 따라 호칭체계도 바꿨다. G1~G2는 ‘매니저’로 불리게 되며 G3~G4는 ‘책임매니저’로 불린다. 팀장과 파트장 등 보직자는 기존처럼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직급과 호칭체계의 변화를 통해 직원들이 연공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수직적 위계구조 개선에 따라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2020년 6월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
△현대차 현대모비스 책임경영 모습 보여
정의선은 2019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사내이사에 오른 기아차 이사회에도 모습을 자주 보인다.
현대차의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의선은 2019년에 열린 9차례의 정기 및 임시 이사회에 모두 출석했다.
기아차도 2019년에 이사회를 모두 7차례 열었는데 정의선은 1차 정기 이사회와 9월23일 열린 임시 이사회만 불참하고 나머지 이사회는 모두 참석했다. 9월23일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같은날 현대차에서도 임시 이사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도 모두 7번의 이사회를 열었는데 정의선은 여기에 2차, 3차 임시 이사회에만 불참하고 나머지 이사회는 모두 참석했다. 3차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기아차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와 같다.
2020년 들어서도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의선은 2020년 3월 말까지 현대차 이사회에는 총 4번 가운데 3번을, 기아차 이사회에는 3번 가운데 2번을, 현대모비스 이사회에는 3번 가운데 1번을 참석했다. 참석률은 각각 현대차 75%, 기아차 67%, 현대모비스 33% 등이다.
책임경영의 기조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룹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으로서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너경영인으로서 책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선의 이사회 참석률이 높아진 이유를 강화된 공시의무 규정 때문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공시대상에서 제외됐지만 2019년부터 공개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에는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가 공시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이사회 참석에 의의를 두지 않았던 오너경영인들이 이사회 참석률 공개에 부담을 느껴 자연스럽게 책임경영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직할체제 구축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정의선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2019년 2월26일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의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 계열사의 책임경영 의지를 내보임과 동시에 직할체제를 구축해 ‘정의선체제’를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공유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 등 4차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미래산업 전환기에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혁신과 변화를 독려하고 과감한 도전을 적극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이 평소 주주와 투자자, 시장과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주주권익 보호와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높이기라는 선순환구조 형성에도 더욱 속도가 날 것이라고 현대차는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도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서 미래 자동차 개발을 선도하며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여 그룹 역량을 활용해 미래 신규 사업을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2019년 3월22일 열린 각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의선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주주들에게 승인됐다.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정의선은 앞서 2019년 3월15일 열린 기아차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에 올랐다. 기아차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10년 가까이 기타비상무이사로서만 활동했는데 사내이사에 선임돼 보폭을 넓혔다.
△세대교체 가속화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실시한 2019년도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에서 확실한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2월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기존 현대차 부회장 가운데 연구개발본부 소속인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대차 사장으로만 8년 가까이 일한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정몽구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대거 퇴진하거나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의선시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시선이 나왔다.
기존 부회장단보다 참모조직의 경험과 노하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의선의 경영보폭이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의선은 이미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수차례 수시 임원인사를 실시해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1월16일 중국사업본부 인사를 실시했는데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을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설 고문은 20여 년 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일하며 그룹의 중국진출 토대를 다진 인물로 꼽힌다. 중국 정부를 설득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설립 허가를 받아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정의선이 설 고문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을 놓고 현대차그룹의 ‘정의선시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실시한 북미와 인도, 러시아 권역본부 본부장 교체인사에서도 기존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9일에는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우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시대에 현대제철 대표이사로만 10년 재직해 정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과 칼 토마스 노이언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현대모비스> |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2018년 10월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5월 말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는데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차그룹에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위아의 추가 합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2018년 11월22일에는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추진이 공식화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의 개인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된 회사다.
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3월28일 코스피에 정식으로 상장됐다. 정의선은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의 절반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해 965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020년 1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다 정의선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의선은 2020년 3월19일부터 3월25일까지 현대차 주식을 모두 58만1333주, 현대모비스 주식을 30만3759주 장내에서 사들였다. 현금으로 따지면 현대차 주식은 405억7천만 원어치, 현대모비스 주식은 411억 원어치다. 모두 합쳐 817억 원가량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지분율이 0.32%까지 늘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시선과 함께 저점매수를 통해 향후 추진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주가가 조정된 현재 상황에서 일부 지분 매입을 통해 갑작스럽게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된다는 가정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지배구조 개편의 기본적 프레임은 제한적 자금에서 최대한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어느 쪽으로든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응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미국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선택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는데 정의선은 청와대의 방북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미국 사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위기에 놓이면서 정의선이 다급하게 미국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수출하는 80만 대가량의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정의선은 2018년 9월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만나 수입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산 차량 수입 사안에서 많은 양보를 한 만큼 미국 정부도 한국에 호혜적 조치를 내려달라고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등 미국에서만 공장 두 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미국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불거지는 관세의 불확실성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2020년 하반기 출시할 신형 투싼을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대차는 신형 투싼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조는 국내 일감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생산라인 이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투싼은 현대차 가운데 미국에서 엘란트라(아반떼)에 이어 2번째로 많이 팔리는 차종이다. 2019년에는 미국에서 13만7402대(소매판매 기준)가 팔렸다. 현대차 전체 미국 판매량의 19%에 이르는 수치다.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2019년 12월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수입차 관세부과 결정시한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세 부과조치를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개별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가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차와 차 부품에도 적용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초 2019년 11월13일까지 수입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조항이다.
△그룹 경영권 ‘사실상’ 승계
정의선은 2018년 9월14일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3세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정의선의 대외적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의선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의선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 경영을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총괄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정의선의 대외적 공식활동의 보폭이 부쩍 넓어졌다.
2019년 12월11일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수소차와 관련한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와 관련해 중장기 계획을 밝힌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의선은 “수소전기차처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과 현대차그룹이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라는 글로벌 에너지 변화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의선은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현대기아차의 해외법인장 회의와 시무식 등을 모두 주관하고 있다.
정부와 접촉도 넓어졌다.
2019년 1월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부의 ‘2019년 신년회’에 참석했으며 이어 1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 대화’에도 직접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은 기업인과 대화 자리에서 “대기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현대차그룹이 4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내놓기도 했다.
1월17일에는 울산광역시청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정의선이 직접 마중나와 여러 전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2019년 7월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면서 주요 기업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해외 주요 투자국의 정치인 혹은 기업인들과도 자주 만난다.
정의선은 2019년 6월25일 열린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협력 강화’ 양해각서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정의선은 “수소사회의 수요와 공급 영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아람코와 협력해 수소인프라와 수소전기차 확대는 물론 미래 수소에너지 중심 사회도 함께 아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한국을 방문해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 초청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해 준 한국 기업 총수들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현대와 삼성, CJ, 두산, SK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자리 함께했다”며 정의선과 다른 총수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2019년 7월15일에는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을 만나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공동개발한 기술 일부는 향후 양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은 신흥시장으로 점찍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놓고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베트남 총리 등과 만나 직접 사업도 논의하기도 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 첫번째)이 2019년 11월18일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조지아공장의 양산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
△외부기업과 연구개발 협력 강화
정의선은 과거 내부 연구개발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그룹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며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7년 말부터 최근까지 협업하기로 한 회사를 살펴보면 차세대 전기차 개발과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4월15일 네이버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코드42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동배달 로봇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호출과 차량공유, 로보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배달 등 각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세대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기업 ‘리막오토모빌리’에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2020년 1월7일에는 공유차량기업 우버와 ‘도심 항공모빌리티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20년 2월11일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 카누와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카누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최적화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위해 기술을 지원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지닌 중소형 크기의 승용형 전기차는 물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는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의선이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의선은 2019년 5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리더십 측면에서 도전 과제를 묻는 질문에 “미래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특히 연구개발부문 투자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의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다”며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성공요소”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7년 ‘현대 크래들’을 출범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에 현대크래들을 설립했다.
△고성능 N브랜드 확대
정의선은 고성능차 브랜드 N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N이라는 이름은 현대차의 연구개발 센터인 남양연구소의 ‘남양(Namyang)’에서 따 왔다.
현대차는 2017년 9월 첫 번째 N브랜드 모델인 i30N을 유럽에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6월 두 번째 모델 벨로스터N을 국내에 출시했다. i30N은 1년 동안 3771대가 판매돼 연간 목표치 2800대를 넘어섰고 벨로스터N도 다섯 달 동안 연간 목표 판매량 300대의 3배를 넘는 1천 대 이상이 판매됐다.
2020년 하반기 소형SUV인 코나를 부분변경하며 N 모델을 함께 선보일 것이란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는 N브랜드에서 고성능 N의 감성을 적용한 N Line을 따로 두고 있다. N Line은 고성능 디자인에 일부 성능을 튜닝한 고성능차의 입문 모델로 i30 N Line, 투싼 N Line, i10 N Line 등이 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아반떼의 N Line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 레이싱카 ‘벨로스터 N’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15년 9월15일 독일에서 열린 ‘2015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현대차그룹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외국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면서 고성능차에 더욱 힘을 실었다.
비어만 사장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하던 임원 출신으로 2015년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현대차가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든 궁극적 이유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완성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다면 현대차는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과 함께 고급차의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
고성능차 N브랜드는 정의선의 작품으로 꼽혔던 PYL브랜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도 여겨진다. PYL은 현대자동차가 개성있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자동차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 제시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은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 3가지였다.
친환경 이동성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4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14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운전자가 사고 등 위험 없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연결된 이동성은 차량 등 이동수단이 운전자의 주거환경, 근무환경 등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차량에 원격으로 접속해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2019년 4월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정의선이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고안해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 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에 “(정의선은) 매우 열려있고 긍정적”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