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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코로나19에 LG화학 인도공장 가스 누출사고 수습 험난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5-13 17: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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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도 공장의 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신 부회장은 사고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적극적 대처를 약속했지만 코로나19로 대처방안의 실행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879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학철</a>, 코로나19에 LG화학 인도공장 가스 누출사고 수습 험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1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인도 플라스틱공장인 ‘LG폴리머스인디아’의 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인도 정부와 현지 주민들뿐 아니라 아시아권 환경단체들까지 LG화학에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는 성명서를 통해 LG화학이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 것처럼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아시아 20여개 나라의 산업재해 피해자 단체, 환경단체, 노동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는 1984년 일어난 보팔 참사를 들어 LG화학을 압박했다. 이 사고는 미국 화학회사 유니온카바이드(현 다우케미칼)의 인도 보팔공장에서 살충제 제조성분의 가스가 누출돼 2250명이 사망한 사고로 인도 산업사상 최악의 참사다.

과거 참사와 비슷한 사고에 인도 현지 민심은 이미 나쁠 대로 나빠졌다.

사고 발생지역인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주민들은 현장의 피해가 채 수습되지도 않았던 9일부터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정치권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간모한 레디 안드라프라데시 주총리는 현지법인 LG폴리머스에 가스 누출의 원인이 된 화학물질 스티렌을 모두 한국에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도 환경재판소도 LG폴리머스에 5억 루피(81억 원가량)의 공탁금을 낼 것을 명령했다.

LG화학에 따르면 LG폴리머스가 저장시설에 보유한 스티렌은 모두 1만3천 톤이며 선박을 통해 이를 국내로 들여오기로 했다. 여수 산업단지에서 반송된 스티렌을 활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 부회장은 사고 다음날인 8일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위원장을 맡는 등 빠르게 움직였다. 

유가족 및 피해자를 돕기 위한 전담조직을 꾸려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고 입원자 및 피해자의 의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재발 방지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현지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중장기 지원사업까지 추진하겠다는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 부회장이 이런 대책을 시행까지 빠르게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LG화학은 LG그룹 전용기를 띄워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현장 지원단을 인도에 파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인도의 정부기관 및 대사관이 도와준 덕분에 빠르게 지원단을 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작 8명의 지원단을 보내는 데 그룹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던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물류뿐 아니라 사람의 이동까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폴리머스는 2019년 순이익 63억 원을 낸 작은 법인이다. 자체적으로 모든 사고 수습대책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LG화학 전사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국가들 사이의 장벽이 높게 세워져 있다는 점은 신 부회장의 사고 수습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인도는 단순한 해외시장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14억 인구를 발판으로 연 7%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는 초거대 신흥시장이다.

인도의 소비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6720억 달러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인도 소비시장 규모가 2025년 4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런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LG화학의 미래 구상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인도는 LG화학의 배터리사업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난 2018년 2월 LG화학은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고밀도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위해 손을 잡았다. 마힌드라그룹의 전기차에 적용하기 위한 배터리팩 모듈도 LG화학이 개발하기로 했다.

배터리는 LG화학이 다음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의 2019년 매출 가운데 배터리사업의 비중이 29%였는데 신 부회장은 배터리사업의 매출비중을 2024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신 부회장이 이런 계획을 달성하는데 인도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시장이다. 인도시장에서 급격하게 나빠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신 부회장이 직접 현지를 찾는 방안까지 고려했을 정도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고 수습을 위한 모든 움직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빠르게 사고를 수습하고 약속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스티렌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주민 12명이 숨지고 1천 명가량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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