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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거인 신격호 영면에, '기업보국' 정신으로 한국 일본 롯데 일궈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  2020-01-19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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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5월4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개점 기념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 부부와 신동빈 회장. <롯데지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유통산업의 ‘거인(巨人)’으로 불렸다.

일본으로 혈혈단신으로 넘어가 맨손으로 껌사업을 시작해 국내 재계순위 5위인 롯데그룹을 만들어내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줬다.

19일 신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구인회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한국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평소 경영스타일은 '짠물경영', '현찰경영'으로도 알려져있으며 시의적절한 상품의 개발과 수요를 기민하게 읽는 파악력,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추진력 등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잘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며 롯데가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거나 롯데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손대기도 했다.

‘실패를 모르는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신 명예회장을 따라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명예회장은 “잘 모르는 사업을 확장 위주로 경영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고객이든 협력업체든 적어도 롯데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명예회장(오른쪽)이 1965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롯데지주>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지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로 한국에서 사업할 길이 열리자마자 수행원 2명만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이라는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기업보국은 기업의 존재이유를 생산 활동을 통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고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에서 찾는 정신이다.

신 명예회장은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평소 정직한 기업정신을 바탕으로 온힘을 기울여 매진하는 정성스러운 기업인의 자세를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사실상 유통사업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현재의 한국 일본 롯데그룹의 첫 단추를 꿰었다.

유통업이 활발해지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으로 넘어올 때부터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호텔 등 현재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주축 사업들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삼성과 현대, LG(당시 금성) 등 대부분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재계 서열을 다투던 때에 유통업을 근간으로 하는 롯데의 첫 출발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제조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업만 좋은 것이고 호텔이나 음식점을 하면 안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며 “관광업이나 유통업도 농사나 수출 못지 않게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유통, 제과, 호텔, 식품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며 ‘유통공룡’으로 우뚝 선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이 석유화학산업으로 눈을 돌리며 또 다른 성장동력을 갖추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한달씩 번갈아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경영하는 '현해탄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1979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을 인수한 뒤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 롯데그룹의 주축을 유통과 석유화학으로 만드는 기반을 닦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등이 1989년 7월12일 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롯데지주>
신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은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서울에 짓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는 1988년부터 ‘제2롯데월드 사업’이란 이름으로 본격화됐다.

외국인들을 국내로 불러올 관광상품이 없는 만큼 한국의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의도였다.

이 프로젝트는 수차례 백지화됐지만 신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국 2011년 최종 승인을 받아 2017년 완공됐다.

신 명예회장이 한국 유통산업 발전에 끼친 공로를 기리기 위한 ‘상전유통학술상’도 지난해 말 만들어졌다.

한국유통학회에서 주관하는 ‘상전유통학술상’은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 받아 우수한 유통학 연구자들을 발굴 양성하고 격려한다는 취지로 신 명예회장의 호인 ‘상전(象殿)’을 따서 만들어졌다.

걸어온 발자취가 긴만큼 말년에는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 <롯데지주>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 특혜 논란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으며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은 정신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명예스러운 말년을 보내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이 신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하고도 전권을 온전히 넘겨주지 않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남겨두지 못했단 점이 경영권 분쟁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순환출자로 엉켜있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황제경영’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유과 경영을 동일시해 계열사를 상장할 때에도 회사의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업인이자 폐쇄적 지배구조로 롯데그룹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던 ‘황제’였던 신격호의 기업가정신과 롯데그룹의 남은 과제는 그의 둘째 아들 신동빈 회장이 이어받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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