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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대이어 골육상쟁, 조원태 조현아 계열분리 약속해 봉합하나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9-12-24 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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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골육상쟁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오너3세 경영에 접어들면서 2세 경영권 승계 때처럼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전제로 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로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진그룹 대이어 골육상쟁,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2434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현아</a> 계열분리 약속해 봉합하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부터)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24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전반보다는 비항공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라는 큰 틀에서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한진그룹의 호텔·관광 관련사업을 맡아왔다.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를 놓고 조원태 회장이 그룹 전반을 돌보는 역할을 맡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관광 관련사업, 조현민 전무가 저비용항공(LCC) 진에어를 각각 몫으로 받게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명품 밀수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로 받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경영활동에 제약도 없어졌다.

한진그룹은 이미 한차례 계열분리를 통해 ‘골육상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세상 떠나면서 명확한 유언을 남기지 않아 4형제들끼리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는데 2011년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인 뒤 4형제가 각각 맡던 사업부문을 계열분리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 등 항공관련 사업을, 한진중공업·한일레저 등은 차남 조남호 회장이, 한진해운·거양해운 등 해운 관련사는 3남인 조수호 전 회장이 차지했다. 4남인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금융계열사를 들고 계열분리했다.

조양호 전 회장도 경영권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고 올해 4월 세상을 떠나면서 골육상쟁의 역사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이 3남매에 고르게 상속되면서 한진가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제몫’을 갖겠다며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다만 오너 2세 때와 달리 현재 한진그룹은 계열분리를 선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선대의 계열분리 때에는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 지분 4.66%, 조수호 부회장이 한진해운 지분 7.9%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데다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 등도 덩치가 커 각각 지닌 자산을 활용해 대한항공이 들고 있던 자사주 등을 확보할 여력이 충분했다.
 
한진그룹 대이어 골육상쟁,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2434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현아</a> 계열분리 약속해 봉합하나
▲ 1998년 11월 한진 오슬로호 명명식에 참석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운데)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한진그룹>

반면 현재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은 상속세를 납부할 돈도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상속받은 일부 한진칼 지분만으로 계열분리를 추진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분구조 역시 조양호 전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단단한 단일 지배구조를 갖춰둔 만큼 계열분리가 녹록치 않다.

한진그룹 호텔·레저 관련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은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왕산레저개발 역시 대한한공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 계열사들을 따로 떼어내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 정점에 서려면 상당한 자금과 지분정리가 필요하지만 이를 추진하기엔 조현아 전 부사장 개인이나 항공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의 여력이 크게 부족하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대한항공의 자금지원과 항공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한 호텔·레저사업부문을 별도로 독립시키기엔 경쟁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비항공 계열사 경영복귀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장 그룹 계열사를 떼어내는 계열분리보다는 오너일가가 계열사를 나눠맡아 독립 경영하면서 ‘한진’이라는 이름 아래 느슨하게 연대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 한진그룹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면서 조원태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애착을 보이는 호텔·레저사업을 전담하는 수준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한진그룹이 ‘생존’을 위해 임원을 감축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그룹 안팎의 시각이 싸늘해지면서 오너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외부 주주들이 있는 만큼 오너일가의 분쟁이 길어지면 자칫 3세 승계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극단적으로 한진그룹의 주인이 바뀌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려면 자기 밥그릇이 온전해야 하지만 한진그룹 3세들의 입지는 아직 불안전한 상황”이라며 “외부 주주들의 입김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계열분리 등을 큰 틀로 하는 합의로 가족 내부 분란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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