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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제록스로 HP 적대적 인수합병 도박하다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  2019-11-29 09: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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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가 HP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프린터·복합기시장 세계 5위 기업 제록스가 1위인 HP를 합병하면 외형을 확대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인수비용과 HP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프린터·복합기 기업 제록스가 HP를 적대적 인수합병 하겠다고 나섰다. 상기 이미지는 제록스와 HP 로고를 합친 것. <제록스, HP 공식 홈페이지>

29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제록스와 HP는 위임장 대결구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위임장 대결이란 인수 대상기업의 주주들을 설득해 의결권행사를 위임받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인수합병 방법을 말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주주총회에서는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만으로 중요 안건들을 결정할 수 있어 위임장 대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제록스 측은 주주들에게 제록스와 HP가 합병하면 생산과 영업부문에서 중복되는 투자와 비용을 대폭 줄어 두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제록스의 최대주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제록스와 HP의 합병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두 기업이 합병하면 생산과 영업부문에서 연간 2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칸 회장은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과 분할매각으로 돈을 버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제록스와 HP의 인수합병 건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제록스 지분 10.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이칸 회장이 직접 HP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아이칸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제록스 주식 4.24%를 개인적으로 사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HP도 방어에 나섰다. HP와 HP의 파트너기업 관계자 등은 “HP는 PC부문이 프린터·복합기부문보다 크다”며 “오프라인 영업에 의존하는 제록스 기업조직은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HP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록스가 3배 큰 기업인 HP를 인수합병하는 데에는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록스가 HP 이사회에 인수비용으로 HP 시가총액을 훨씬 넘는 335억 달러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만큼 최소한 그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제록스의 제안에 HP 관계자들도 합병의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합병조건과 주체를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록스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록스 브랜드의 아시아태평양 영업권을 지닌 후지제록스 지분 25%를 후지필름에 매각해 23억 달러를 마련했다.

금융권의 도움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 시티은행이 제록스의 HP 인수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록스는 프린터 및 복합기를 판매·대여하고 유지·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업무환경이 급속히 디지털화하고 잉크를 적게 쓰는 기술과 기업문화가 확산하면서 외형과 실적에 타격을 받자 인수합병을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섰다.

두 기업이 합병한다면 제록스의 브랜드 파워와 HP의 규모가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록스는 1959년 세계 최초로 건식 복사기를 내놓은 기업으로 북미지역에서 제록스라는 말은 복사와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프린터·복합기시장에서 제록스의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반면에 HP는 세계 프린터·복합기시장에서 점유율 39.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P는 기업가치가 272억 7천만 달러에 이르러 제록스의 80억5천만 달러보다 기업가치가 3배 이상 크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HP는 2016년 삼성전자의 프린터사업부를 인수해 한국의 프린터·복합기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는 HP코리아가 이어받아 삼성전자 브랜드로 프린터와 복합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탁판매와 사후관리(AS)를 대행하고 있다.

HP코리아 관계자는 “기업 크기가 훨씬 큰 HP가 제록스에 인수합병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만약 두 기업이 합병하더라도 삼성프린터 브랜드나 한국사업과 관련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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