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와 소통 강화
이원희는 2019년 들어 부쩍 현대차와 국내외 기관투자자 사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9년 10월11일 엔진결함 논란을 겪었던 ‘세타2엔진’과 관련해 국내외 고객들에게 평생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별도의 보상도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현대차는 같은날 바로 국내외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를 열고 미국에서의 세타2엔진 관련 집단소송 화해안 합의 등의 내용을 설명했다. 엔진 평생보증 프로그램 실시와 결함으로 피해를 겪은 고객에게 주는 별도 보상 등에 따라 3분기 손익에 현대기아차 합산 약 9천억 원의 비용이 반영된다는 점도 공지했다.
현대차가 대규모 비용 발생에 대해 그 배경을 보도자료만이 아닌 기업설명회를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즉각 설명한 것은 소통 강화의 의지로 볼 여지가 크다.
2019년 9월23일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총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내용도 24~26일 3일에 걸쳐 국내외 주요 애널리스트,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 등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7년 7월22일에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미주유럽관리사업부에 대한 상세한 분석 내용과 향후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각 권역별 판매량, 판매 전망 등을 간략히 소개했던 과거와 달리 주요시장에서 어떻게 사업하고 있고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선제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 ▲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3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 실적 반등에 성공
이원희는 2019년 상반기에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의 실적을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2019년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0조9534억 원, 영업이익 2조626억 원을 냈다. 2018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8.1%, 영업이익은 26.4%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로 2014년 8.5%, 2015년 6.9%, 2016년 5.5%, 2017년 4.7%, 2018년 2.5% 등으로 이어지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한 것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반등한 것을 놓고 “제품 라인업 다변화(믹스 개선)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수익성 지표로 쓰이는 매출 원가율은 상반기 82.9%를 보였다. 2018년 상반기보다 1.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신차 판매 확대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비중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의 구체적 비전 직접 밝혀
이원희는 현대차 대표이사로서 중장기 경영전략과 경영진 목표 등을 구체화한 내용을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 앞에서 직접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중장기 비전 등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원희는 2019년 2월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기업셜명회 ‘CEO 인베스터 데이’를 직접 주관했다.
이원희는 이 자리에서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조기에 회복해 주주가치 높이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미래 투자계획과 수익성 목표를 제시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패스트팔로워’ 위치에서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겠다는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면서 △사업 경쟁력 고도화 △미래 대응력 강화 △경영시스템 혁신 등의 큰 크림을 제시했다.
현다차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라인업 강화, 차세대 기술·디자인이 적용된 신차 출시 등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전동화 차량,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대응 투자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았던 내용은 현대차가 미래 청사진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수치도 함께 내놨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연구개발과 경상 투자 등에 30조6천억 원△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약 14조7천억 원 등 모두 45조3천억 원을 쓰기로 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겠다는 경영진의 목표도 제시했다.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나타내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쓰이는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9% 수준을 달성하기로 했다.
이원희는 “다양한 경영과제를 극복함과 동시에 수익성 회복도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국내외 우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의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현대차는 2019년 10월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IR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현대차 글로벌조직 총괄
이원희는 현대차그룹의 권역별 자율경영시스템 도입에 따라 글로벌조직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아 이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10월30일 글로벌조직 운영체계 개편에 따른 임원 보직이동 인사를 실시하며 이원희를 글로벌조직 총괄로 선임했다.
현대기아차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현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본사의 역할과 기능을 일부 조정함에 따른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됐다.
이원희는 기존에 해외영업과 마케팅, 기획실 담당 임원으로 일했지만 사업관리본부와 고객경험본부, 기업전략실 담당 등 글로벌조직 총괄 수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현대차 대표이사 선임
이원희는 2015년 12월31일 재경본부장뿐 아니라 기획과 영업마케팅 분야까지 총괄하게 됐다. 김충호 당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후임을 위해 용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원희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된 것이다.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 김충호 사장, 윤갑한 사장 등 3명의 각자대표체제로 구성됐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이원희가 대표이사 직위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현대차는 2016년 2월18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이원희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2016년 3월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은 주주들에게 승인받았고 이후 현대차는 이사회를 열고 이원희를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이원희는 2019년 3월에도 현대차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대표이사 임기를 연장했다. 임기 만료일은 2022년 3월22일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왼쪽부터),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
△현대차 재경본부장 시절
이원희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맡으며 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수십차례 진행됐던 기업설명회를 살펴보면 이원희는 현대차의 내실 다지기와 제품 경쟁력 강화, 수입차시장 대응, 친환경차 전략 강화 등 기업활동의 전반적 측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는 2011년 1월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올해는 판매대수에 의존한 외형 확대보다 질적 성장이 전략적 목표”라며 “마케팅비용과 통합 플랫폼 활용으로 원가를 줄이는 한편 고급차 판매를 확대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10월에는 “자동차 기업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규모의 경제’와 ‘품질 관리’”라며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 품질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인센티브 지출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견해도 기업설명회에서 내비친 바 있다.
이원희는 2010년 4월 “미국시장에서 신차효과로 인센티브 없이도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며 “인센티브보다는 광고나 창의적 마케팅에 집중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 4월에는 “밸류 프라이싱(제값받기)은 소비자들이 느낄 때 그 차의 성능이나 퍼포먼스에 맞는 가격을 지불했다고 느끼게 하는 전략”이라며 “고객이 제품가격에 만족하는 경우에 굳이 인센티브나 마케팅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는데 밸류 프라이싱을 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마케팅부분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디젤차량을 앞세운 수입차의 판매 강세에는 디젤 라인업 강화와 차량의 고급화 등을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모두 기업설명회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