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반지하에 사는 남매가 윗집의 와이파이를 주인 몰래 쓰는 상황이 나온다. 이들은 윗집 주인이 건 암호 때문에 와이파이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자 화장실의 변기 앞에서 집 근처 카페의 와이파이에 접속해 ‘데이터 기생’을 이어간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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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와이파이 난민’, ‘데이터 거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br />
<figure class="image" style="float:right;margin-right:0px; margin-left:15px; margin-top:30px; "><img alt="데이터 빈부격차 줄이겠다는 박원순과 서울 무료 와이파이정책의 간격 " height="200" class='lazyload' data-src="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1910/20191008174026_53374.jpg" width="300" />
<figcaption><table width=320><tr><td align='left' style='margin:0; padding:0px 0px; color:#306f7f; font-size:12px; font-family:verdana; letter-spacing:-0.1em; line-height:160%; table-layout: fixed; width:180px;'>▲ 서울시는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와이파이로 이동통신회사의 기본요금제를 이용하는 서울시민 612만 명이 1인당 월 5만2천 원, 1년에 3조8776억 원의 사용편익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td></tr></table></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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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삶을 위한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통신비 부담이 고소득층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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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득 하위층은 통신비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에 비해 통신비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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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식료품비 비중을 따지는 엥겔지수로 가계소득 수준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통신비의 비중으로 가계소득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제 이동통신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필수재로 인식되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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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7년 7월 요금감면제도의 확대와 요금할인율 상향,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을 발표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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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도 7일 2022년까지 1027억 원을 들여 공원과 유원지, 사적지, 공공주차장 등 공적 공간에 공공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계획을 내놨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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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와 일반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 사이의 데이터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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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공공 와이파이 공급을 통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데이터 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통신 기본권'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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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격차에 따른 통신격차가 정보격차로 이어지고 결국 빈부격차를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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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 내놓은 공공 와이파이를 공급계획은 취약계층의 데이터 소외를 막고 서울시민의 정보격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취지가 좋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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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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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료 와이파이 공급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과연 이룰 수 있을지 여부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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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사업계획 설명회에서 통신기본권 보장과 서울시민의 사용편익 증가를 사업목표로 내세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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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로 이동통신회사의 기본요금제를 이용하는 서울시민 612만 명이 1인당 월 5만2천 원, 1년에 3조8776억 원의 사용편익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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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는 공급 지역이 공원이나 공공기관 등으로 제한돼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동 중에 공공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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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울시민이 하루의 대부분을 공공장소에서 보낸다면 공공 와이파이 공급정책은 탁월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취지와 명분을 앞세워 실효성은 대충 덮고 정책효과만을 홍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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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와이파이 품질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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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와이파이는 자주 끊겨 이용하기에 품질이 좋지 않았다. 공공 와이파이보다 나은 품질인 서울 지하철의 와이파이도 160명 정원인 열차에 승객이 많아지면 와이파이가 끊겨 통신사 무선데이터로 옮겨 탈 수 밖에 없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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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의 정책은 취지도 중요하지만 목표로 잡은 효과를 실현해 내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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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무료 공공 와이파이로 저소득층의 통신복지를 높이겠다는 좋은 사업취지를 실현하는 최적의 방법이 과연 공공 와이파이 확대였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데이터 이용 파우치를 제공하거나 소득수준별 보조정책을 조금씩 확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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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진행하기에 좀 더 적합하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작업은 아무리 검토하고 고민해도 부족하지 않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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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 통신품질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생리나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통신사업에 충분한 검토없이 다음 정치적 행보를 위해 서둘러 정책을 꾸려 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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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변덕이 심하다. 취지가 좋은 일에 공감하던 소비자들도 불편을 자꾸 주면 냉혹하게 등을 돌린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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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남매처럼 와이파이 난민의 삶을 사는 계층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에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 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다. 박 시장이 대선을 향해 가고자 한다면 마음에 새겨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