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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과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법 [권오용 기고]
권오용  oykwon0070@naver.com  |  2019-08-2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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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였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노골화되기 이전까지는 그랬다. 기업들은 이 틈새를 이용해 글로벌 분업체계를 오랫동안 구축해 왔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흔들리면서 이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에는 세계 주요국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거나 성장세가 둔화됐다. 독일, 영국, 싱가포르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미국, 일본, 중국은 1분기보다 성장률이 떨어졌다.

▲ 권오용 한국CCO클럽 부회장(전 SK사장)

경기침체(Recession) 즉, ‘R의 공포’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세계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가히 지구가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다.

 

그러자 글로벌 기업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생산기지의 ‘탈중국’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의 내재화’에도 나서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삼성을 겨냥해 미국 행정부에 노골적인 규제조치를 요청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관련해 삼성을 꼭 집어 언급했다. 관세를 내지 않는 삼성과 관세를 내는 애플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뉘앙스였다. 곧 삼성전자만을 겨냥한 규제가 나올 듯하다.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삼성으로 튈 우려도 있다. 미국 기업 애플의 아이폰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니 둘 사이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구도다.

중국 화웨이는 역으로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있다. 프랑스는 반(反) 구글 전선, 러시아는 애플의 반독점 조사에 나서고 있고 급기야 지난달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소재 수출규제에 나섰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한국 경제 그 자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이 죽으면 일본은 전자산업 전체가 살아날 수도 있다. 꼭 이걸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반사적 이익은 일차적으로 일본이 향유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문제로 동북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까지 더해지고 있다. 글로벌기업들로서는 기술(미국)-소재(일본)-반도체(한국)-조립(중국)으로 이어지는 기존 분업 체계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치와 경제가 얽히고 설키면서 글로벌 밸류체인과 정경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74주년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제안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다행한 일이다.

일본과 경제전쟁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라면 크게 고무적인 변화라고 하겠다.

사실 문 대통령이 꿈꾸는 ‘지지 않는 나라’는 지난 20년의 기간 이상 모든 정부의 과제였다. 이게 실현이 되지 않은 것은 일본의 방해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뭉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 동안 6046억 달러(약 708조 원)의 대일 무역적자였다.

그런데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글로벌 밸류체인도 변하고 있고 여기에 지정학적 여건도 과거와는 판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의 방식에 안주해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대응 여하에 따라 우리로서는 최악의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다시없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전환기에는 그에 걸맞은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3일 ‘국익이라는 큰 원칙 앞에 ’원팀‘으로 비상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바로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이 ‘원팀’에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재계를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반도체는 지난 50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뻗어 간 우리 경제의 가장 성공적 작품이었다. 그 출발도 애국적이었다.

1983년 2월 8일 동경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은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반도체산업에 대한 진출을 선언했다. 30년이 넘는 극일의 경험과 세계시장 제패의 노하우가 삼성에 체화되어 있고, 그 삼성의 수장을 ‘원팀’에서 빼고 비상한 대응이 이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일본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몇 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의 노력만으로 한·일 경협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이재용에 대한 수사도 유예할 것을 제안한다. 무죄를 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존에 진행 중인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전쟁은 이겨야 되는 법, 장수의 손발을 묶고 전쟁에 내세울 수는 없다. 적폐의 관점에서 보면 못할 일이지만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꼭 해야 할 일이다. 경제전쟁 중이다. 지지 않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애국의 길이다.
 

권오용은 홍보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CCO클럽 부회장이다. 

권 부회장은 대학 졸업 뒤 198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도쿄 주재원, 홍보본부장을 맡았다. 그 뒤 금호아시아나 상무, KTB네트워크 상무를 거쳐 SK그룹에서 홍보실장, 부사장, SK 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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