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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줄서서 보는 도심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이 인기 얻는 까닭

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 2019-08-16 17: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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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줄서서 보는 도심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이 인기 얻는 까닭
▲ 나무늘보가 주렁주렁 영등포점에서 이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
“나무늘보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네.” 16일 ‘주렁주렁 영등포점’에서 나무늘보가 실내 나무덩굴을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20대 여성 관람객이 감탄하듯 말했다. 

나무늘보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는데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항상 맥락을 쫓아가지 못하고 한 템포 늦어 큰 웃음을 준 캐릭터다.

캐릭터보다는 다소 빠르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늘보는 서울 한복판인 영등포 타임스퀘어 5층에서 볼 수 있다. 

7월24일 개장한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은 하루에 25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개장한지 한 달이 채 안됐다.

8월1일부터 지금까지 모두 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평일 오전이라 타임스퀘어점의 직원들은 하루의 영업을 시작하느라 분주한데 4층 매표소 앞에는 어린아이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잔뜩 모여 있었다. 

실제 주렁주렁은 단순한 동물원이 아니라 곳곳에 흥미로운 사연을 지니고 있다.

주렁주렁 입구에 들어서면 ‘시간 마법사의 집’이 있다. 작은 방의 벽면에는 액자틀과 시계들이 붙어있는데 이곳에서는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평화로웠던 주렁주렁에 큰 불로 황폐해졌는데 시간 마법사가 시간을 되돌려준다는 내용의 미디어아트가 액자틀과 시계들을 타고 다니면서 공간 차원에서 이뤄진다.  

시간여행으로 도착한 곳의 울창한 정글에는 천장의 나무덩굴을 타고 있는 나무늘보가 있다. 

나무늘보는 천천히 나무덩굴을 타더니 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옆에는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분홍색 빛깔의 홍학이 여러 마리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드넓은 평야의 한조각을 들어 갖다놓은 듯하다.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온 어린이 관람객들이 손을 잡고서 그 동물들 앞에서 놀고 있다. 

‘바바온천’은 미어캣, 개미핥기, 카피바라의 보금자리다. 카피바라 두 마리는 ‘반신욕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관람객은 바로 코앞에서 이들의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동물원을 구경하는 느낌보다 동물들의 보금자리에 들어와있는 것처럼 아주 가깝게 동물을 지켜볼 수 있다. 
[현장] 줄서서 보는 도심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이 인기 얻는 까닭
▲ 새들이 날라와서 손에 있는 곡물을 쪼아 먹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
‘바위동굴’에는 나무 두그루에 작은 새들이 빼곡이 앉아있다. 사육사가 건네주는 곡물을 받아 손을 뻗치면 새들이 날라온다.

내 손에 앉아있는 대여섯마리의 작고 귀여운 새들이 곡물을 콕콕 집어 먹는다. 한 어린이 관람객은 손에 올라온 새들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해. 콕콕 쪼아먹고 있어”라고 말하고 그의 부모는 “네 손이 새들의 맛집이 됐어”라고 말해준다. 

‘붉은협곡’에 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울창한 정글에서 사는 동물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사막에서 사는 동물들을 만나볼 차례다. 이곳은 붉은 돌들로 둘러싸여 있다. 귀가 여우처럼 쫑긋한 사막여우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햄스터처럼 생긴 프레디독들도 한쪽에서 무리지어 놀고 있다. 사육사가 다가와 “프레디독은 갑자기 잠드는 습관이 있다. 쥐 죽은 듯이 잔다는 표현이 프레디독을 보고 나온 말이다”라고 설명해주는데 프레디독 한 마리가 정말로 갑자기 누워서 잠을 잔다. 

‘와타카타 언덕’에는 왈라비, 라쿤, 모래무지 등이 있다. 캥거루처럼 껑충 뛰고 있는 왈라비는 껑충껑충 경사로를 뛰어올라 은신처로 들어간다. 공중에 설치된 사다리는 라쿤들의 이동통로다. 라쿤들은 바로 머리 위에서 사다리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다.  
[현장] 줄서서 보는 도심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이 인기 얻는 까닭
▲ 머리 위 사다리를 타고 다니는 라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
‘왕부리골짜기’에는 만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토코투칸이 나무 위에 앉아있다.

먹이를 잘라서 건네주지만 다가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관람객들에게 사육사는 “얘네들이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적응하는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먹이를 건네지만 토코투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나무 위에 앉아있다. 만화 캐릭터에서만 보던 토코투칸 두 마리는 나뭇가지에 앉아있고 관람객들은 쳐다보고 있다.  

시간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생명의나무’다.

이곳에는 펭귄, 닥터피쉬 등이 있다. 펭귄 무리는 수영을 하고 있고 어린이 관람객들은 그 앞에 나란히 앉아서 펭귄의 수영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처음에 큰 불로 황폐화된 동물원을 구하기 위한 시간여행의 끝에는 생명의 빛을 얻은 나무가 서있는 것이다.  
 
[현장] 줄서서 보는 도심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이 인기 얻는 까닭
▲ '생명의나무'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
생명의나무가 비치된 벽면이 전시장이 돼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다시 생명력을 얻어 살아난 숲에 동물이 뛰놀다가 밤에는 별이 내리다가 바닷속으로 이동해 물고기들이 뛰어노는 전시다. 입구와 출구에 마련된 미디어아트는 혼합현실(MR)업체 닷밀이 맡았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단체로 앞에 앉아 몰입해 보더니 전시가 끝나자 작은 손으로 박수를 쳤다. 

주렁주렁 영등포점은 7월24일 개장했다. 기존에 하남점, 일산점, 경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점에는 8월1일~15일 보름 동안 3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실내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다보니 동물권 보호와 관련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주렁주렁 관계자는 “동물들이 야외에서 지내는 것처럼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열등, 햇빛 등을 설치해 채광을 맞춰주고, 공간살균기, 공기청정기를 마련해놨다”며 “최선을 다해서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어 윤리적 면에서 당당하게 복지를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권 보호 등 비판적 시각이 많아서 이번 동물원을 개장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며 “모든 동물들에게 관람객에게 완전히 숨을 수 있는 은신처를 다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주렁주렁 영등포점은 정상민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정 대표는 동물원 사육사로 일할 때 비가 오면 관람객이 많이 오지 않아 안타까워 1년 내내 관람객이 올 수 있는 ‘실내동물원’을 만들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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