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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 밀고 비어만이 이끈 '현대차 고성능차'는 어디까지 왔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8-12 15: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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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이 밀고 비어만이 이끈 '현대차 고성능차'는 어디까지 왔나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고성능차 개발담당 부사장이 2015년 9월15일 독일에서 개막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방향성을 설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공식 출범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현대차가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든 궁극적 이유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완성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연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800만 대라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싸고 좋은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만으로는 날로 치열해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다면 현대차는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과 함께 고급차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기술력이 날로 중요해지는 미래차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차량의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구조도 갖추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직접 BMW 출신의 고성능차 전문가 알버트 비어만 사장까지 영입했을 정도로 공을 쏟은 ‘현대차의 고성능차’는 어디까지 왔을까?

◆ 고성능 N, 판매량과 언론 평가 레이싱대회에서 성과 입증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고성능 N의 차량들은 출시 이후 유럽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현대차의 i30 N은 독일에서 3857대, 독일을 제외한 서유럽에서 6923대 판매됐다. 각 지역에서의 분기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고객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더욱 향상된 성적표를 받았다.

상반기에 독일과 서유럽(독일 제외)에서 판매된 i30 N은 각각 4080대, 5987대다. 독일 판매 대수는 이미 2018년 한 해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서유럽 판매 대수도 지난해 판매 대수에 근접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현재까지도 대기 수요가 많아 차를 계약한 뒤 최소 넉 달 이상 기다려야만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7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벨로스터 N 역시 벨로스터 전체 판매량의 30% 비중까지 올라서는 등 순항하고 있다.

i30 N의 성과는 판매량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독일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아우토빌트의 자매지 아우토빌트스포츠카는 지난해 i30 N을 ‘아우토빌트 올해의 스포츠카 2018’에 선정했다. 혼자와 푸조, 르노 등 경쟁 차종을 따돌리고 얻은 성과인데다 독자들이 직접 투표로 선정한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호주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드라이브의 ‘2018 호주 올해의 차’에서도 ‘6만 호주달러 미만 최고의 고성능차’에 뽑히기도 하는 등 i30 N을 향한 해외 언론의 호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성능 브랜드 N의 성과는 또 있다.

현대차가 i30 N을 경주용 차량으로 개조해 만든 ‘i30 N TCR’은 올해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에서 열린 TCR아시아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으며 7월 포르투갈에서 치러진 WTCR 6라운드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레이싱대회에서 어떤 자동차가 우승했는지가 고성능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i30 N의 기술력이 착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고성능 브랜드 N을 세상에 내놓은지 만 4년도 안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현대차는 2015년 9월15일 독일에서 열린 ‘2015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4년 연간 합산 판매량 800만 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판매량 톱5의 반열에 올랐지만 톱5 완성차기업 가운데 고성능 브랜드가 없는 유일한 업체라는 숨기고 싶은 약점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현대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성능 브랜드 N을 꺼냈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를 출범한지 약 2년 만인 2017년 7월 독일에서 그 첫 번째 성과물인 i30 N을 선보였다.

영국 자동차전문매체 탑기어가 i30 N을 놓고 “현대차가 핫해치계의 지배층으로부터 당신들을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내놨다는 점에서 첫 등장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고성능 브랜드 N의 두 번째 모델로 2018년 1월 등장한 벨로스터 N 역시 고성능차 특유의 주행성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차량이라는 호평을 여러 언론에서 받았다.

정의선의 ‘의지’를 알버트 비어만이 받아 현대차의 고성능차 완성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세상에 소개한지 5년도 되지 않아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사실에 자동차업계의 이견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BMW는 고성능 모델을 책임지는 M 부문을 1972년 자회사로 만들어 육성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의 역사도 이미 1960년대 말 시작됐으며 아우디의 고성능 브랜드 RS도 올해로 출범 25년을 맞이했다. 

고성능 브랜드 역사만 50년에 가까운 만큼 각 회사들이 쌓아온 노하우도 많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축적된 시간 없이도 독일 시장에서 차츰 인정을 받고 있다.

현대차가 고성능차 개발 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의지 덕분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고성능차를 향한 집념은 10년이 넘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직후인 2010년 현대차는 자동차 튜닝 브랜드 ‘튜익스’를 선보였다.

자동차 튜닝은 사용자 기호에 맞춰 차량을 재구성하는 작업인데 이를 통해 차량의 기본 성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후 현대차는 2012년 프로젝트 ‘RM(레이싱미드십)’이란 이름으로 고성능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 부산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고성능 콘셉트카 ‘RM14’를 선보이며 향후 고성능 모델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4년 말에는 삼고초려 끝에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의 연구소장을 7년 동안 지낸 알버트 비어만을 직접 영입해 현대차의 고성능차 개발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당시 현대차의 고성능차 진출을 놓고 “현대차가 영입해 성과를 낼 만한 인물은 BMW M 디비전의 비어만 밖에 없다”라는 말이 자동차업계에 돌았는데 이를 실현해내며 주목을 받았다.

비어만 사장은 정 수석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며 현대차의 고성능차뿐 아니라 다른 차량의 기본성능을 확연히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어만 사장 영입 이전과 이후의 현대차 차량 완성도가 다르다는 말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부에서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실시한 인사에서 비어만 사장에게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을 총책임하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며 그를 더욱 중용했다.

이른바 ‘정 수석부회장이 밀고 비어만 사장이 이끄는’ 현대차의 고성능차 개발에 계속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이 밀고 비어만이 이끈 '현대차 고성능차'는 어디까지 왔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9년 5월13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리막 본사에서 리막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마테 리막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현대차의 고성능 도전, 앞으로도 가야할 길 멀어

현대차는 ‘우리도 기술력으로 인정받자’는 목표를 세우고 고성능차 분야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고성능 브랜드가 인정받을수록 전체 브랜드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현대차와 기아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여러 차량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여러 상들을 수상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고성능차 자체는 완성차기업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판매량이 극히 적은 탓이다. 대신 완성차기업은 고성능차를 통해 브랜드 가치 향상을 기대한다.

현대기아차가 고성능차 개발을 놓고 “현대기아차도 대중이 애용하는 합리적 가격의 차량을 만드는 메이커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 이 틀은 깨지지 않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자동차 선진시장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위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아래로는 값싼 자동차를 만드는 현지기업에 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대차가 마주한 현실이다.

현대차는 이런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자동차시장의 주역이 될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고성능차 개발로 기술력을 입증하려고 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못 다 이룬 꿈을 미래차 시장에서 실현해 ‘빠른 추격자’가 아닌 ‘혁신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기업인 ‘리막오토모빌리’에 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2020년까지 고성능 전기차와 수소차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노력의 산물들로 현대차는 9월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첫 전기 레이싱카를 공개한다. 현대차가 투자한 리막과 협업한 모델은 아니지만 향후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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