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창사 뒤 첫 구조조정
정몽원은 자동차업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도 창사 뒤 처음으로 구조조정 칼날을 빼들었다.
정몽원은 2019년 6월24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포함하는 계획을 알렸다. 그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은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자동차업황 악화를 구조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인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가슴이 얼마나 미어질지 상상이 가느냐”며 “격변하는 자동차시장에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만도는 2019년 6월로 임원 구조조정을 마쳤으며 7월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만도는 2019년 1분기에 만도 중국법인에서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6월까지 중국 법인 현지인력의 15%를 감원했다. 가동률이 떨어진 생산라인을 인도 공장으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만도는 한라그룹에서 가장 높은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2017년 주요 계열사 합산 재무지표 기준으로 한라그룹에서 만도의 자산비중은 52%이며 매출비중은 67%다.
△만도 중심축을 자율주행 기술로 옮겨
정몽원은 만도의 중심축을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으로 옮기는 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기존 만도의 주력사업인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 새로운 고객기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기술력만 충분하다면 시장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더욱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수익성도 좋다.
정몽원이 만도 창사 뒤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구조조정과 동시에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부문에서는 연구인력을 충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원은 2017년 만도 경영으로 복귀하자마자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을 강조하며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몽원는 2018년 만도 경영에 복귀한 뒤 첫 신년사에서 “만도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시장 진입을 위해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만도의 내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2019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체 매출의 12%가량을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부문에서 올렸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2019년 전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부문 매출이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체 매출 비중의 13%에 이르는 수치다.
△만도 고객 다변화
정몽원은 만도의 안정적 매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고객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와 중국의 완성차기업과 거래로 2018년 기준으로 매출의 73%를 낸 만큼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와 미국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만도는 인도 자동차기업 마힌드라앤마힌드라와 부품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인도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시장에 세계 최초로 진입했는데 빅데이터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 인도시장에서 앞서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해 2020년에는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율주행차 분야는 아직 개발조차 본격화하지 않아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 시장으로 꼽힌다.
만도는 전장부품 사업 확장을 위해 1997년부터 법인을 설립하며 인도에 진출했다. 만도는 2005년 델리에 연구소를 세운 뒤 2017년에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를 위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추가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만도는 현대기아차에서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는데 현대기아차 판매가 부진할 때마다 실적에 부담을 안아왔다. 정몽원은 2020년까지 만도의 현대기아차 비중을 40%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만도 경영 직접 맡아
정몽원은 2012년 10월 만도의 경영진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인 2017년 10월에 만도에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고인이 된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만도만은 다시 찾아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그만큼 자동차부품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아들 정몽원은 그 유언을 지켜 만도를 되찾고 새로운 도약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한라그룹은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정몽원이 직접 만도의 경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임직원에 한라 주식 일부 무상증여
정몽원은 2017년 6월21일 한라 보통주 78만1252주를 우리사주조합 조합원 등 557명에게 증여했다. 2017년 6월28일에는 21만8748주를 추가로 우리사주조합 조합원 등 157명에게 줬다.
2017년 6월28일 한라 종가(4735원)를 기준으로 하면 정몽원이 임직원에게 증여한 주식은 모두 47억3500만 원이다.
정몽원은 기존에 한라 주식을 모두 763만563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무상증여를 통해 663만563주까지 보유주식이 줄었다. 정몽원의 한라 지분율은 기존 17.47%에서 14.21%까지 감소했다.
정몽원은 2016년 중순에 한라 임직원들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만 주(1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데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한라 주식 100만 주를 무상증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라그룹 지주사 전환작업 마쳐
오랜 과제였던 ‘한라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을 2015년에 완료했다. 이는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한라홀딩스를 축으로 한 수직형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한라그룹은 2014년 9월 만도를 한라홀딩스와 만도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진행했다. 이후 순환출자고리가 ‘정몽원-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한라홀딩스’로 바뀌었다.
2014년 12월 한라홀딩스는 만도 보통주를 현물출자받아 신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계열사인 만도 주주들로부터 보통주를 공개매수(주당 19만4500원)한 뒤 한라홀딩스 신주를 발행해 배정하는 스왑(교환) 방식으로 이뤄졌다.
2014년 11월 87만6719주(예정수량 98만주) 규모의 만도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해 한라홀딩스 주식을 주당 2.5주씩 배정받았다. 새로 발행된 한라홀딩스 주식 총수는 219만4267주다.
정몽원은 예상대로 보유하고 있던 만도 지분(7.71%) 전량을 한라홀딩스에 출자해 한라홀딩스 지분율(7.71%)을 22.91%까지 끌어올렸다.
한라는 2015년 4월 한라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한라홀딩스에 매각했다.
2015년 7월에는 한라홀딩스가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완전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냈다. 그 결과 한라홀딩스의 지주회사체제로 완전 전환됐고 정몽원을 정점으로 하는 한라그룹 재구성이 마무리됐다.
한라그룹 재건을 위해 되찾아오려 하던 옛 계열사 가운데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와 위니아만도(현 위니아딤채)를 다시 품에 안는 데는 실패했다.
| ▲ 2017년 4월6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정몽원(오른쪽)이 북한팀 문영성 단장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정몽원 지배력 강화
정몽원은 2015년 7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새로 만들었다. 김경수 만도 사장을 그룹 미래전략실장에 임명하는 등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조직 쇄신 작업도 펼쳤다.
정몽원은 인수합병 의지가 강했지만 한라(전 한라건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느라 하지 못했다. 이에 2015년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것은 수년 동안 인수합병 투자가 끊긴 한라그룹에서 내건 승부수라고 평가받는다.
한라홀딩스가 2015년 6월 만도 보통주 1만 주를 매수했다. 한라홀딩스는 정몽원이 22.91%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한라홀딩스의 만도 지분 매입은 자연스럽게 정몽원의 계열사 및 그룹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만도의 기술력 높여
정몽원이 2008년 만도를 사온 뒤 만도는 연구개발비가 10배 이상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도는 2008년 277억 원을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2018년 315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56%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만도는 2019년 1분기에 연구개발비로 모두 840억 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5.9%로 2018년 4분기보다 0.62%포인트 늘었다.
정몽원은 연구개발에 집중해 만도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을 2012~2013년 3%대에서 2014년 4.5%, 2015년 5%대로 늘렸다.
만도는 2017년 매출 5조6847억 원을 달성했다. 또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 100위 가운데 46위를 차지했다.
정몽원은 만도를 자동차 핵심부품 산업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회사로 만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만도를 2020년 매출 9조 원, 영업이익률 7%가 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지녔다.
또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신기술 제품 비중을 늘리고 중국 공략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만도는 2020년 만도차이나홀딩스 매출을 연간 3조 원 수준까지 올리고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수주를 적극적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만도 되찾기
만도는 정몽원에게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버지 정인영 명예회장은 1962년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창업해 중공업회사로 키웠다. 하지만 신군부 시절인 1980년 중공업을 정부에서 관리하면서 현대양행 창원기계공장을 뺏겼다.
정 명예회장은 그해 안양공장을 만도기계로 바꿔 자동차부품회사로 다시 일궜다. 만도라는 이름은 ‘전 세계 1만여 도시로 뻗어간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만도는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해외 투자기업에 넘어갔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노환으로 숨질 때 유언으로 “만도만은 다시 찾으라”고 남길 정도로 만도에 애착을 보였다.
정몽원 회장은 그 뜻을 이어 받아 2008년 만도를 다시 찾았다. 그는 만도 인수 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10년 동안 만도가 한번도 한라의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결국 간절한 저의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라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순손실이 1조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정몽원의 노력에 힘입어 2016년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몽원이 한라 정상화에 온힘을 쏟는 동안 만도는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한라그룹 구조조정
정몽원은 1997년 1월 한라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외환위기를 맞아 같은 해 12월 한라그룹은 부도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한라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1999년 JP모건에 매각됐다. 주력회사인 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위탁경영을 거쳐 매각됐다. 만도도 매각됐다. 정리 작업이 끝난 뒤 정몽원에게 남은 것은 한라건설뿐이었다. 이 덕분에 옛 한라그룹 계열사는 지금까지 모두 견실한 기업으로 존속해 있다.
한라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1999년 매각했던 만도를 9년만인 2008년 되찾았다. 만도 등의 성장에 힘입어 한라그룹은 2012년 자산 5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재계 자산순위는 2008년 61위였으나 2018년 41위까지 올랐다. 2018년 한라그룹의 자산규모는 8조3천억 원이다.
2019년에는 자산규모 7조7천억 원, 순위 49위로 다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