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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그룹 최대위기 ‘인보사 사태’에 침묵을 깨야 한다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19-07-12 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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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2002년 과천 본사에서 임직원 300여 명에게 “나를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비전최고책임자(CVO)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총수로서 할 일은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구체적 경영을 하는 것은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업부서장이라는 것이 이 전 회장의 지론이었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0383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웅열</a>, 코오롱그룹 최대위기 ‘인보사 사태’에 침묵을 깨야 한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당시 이 전 회장의 발언은 임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은 총수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린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사태가 터진지 3개월이 지났지만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창사 62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는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에는 코오롱티슈진 주주들이 이 전 회장을 상대로 낸 부동산가압류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검찰도 코오롱티슈진 상장주관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코오롱그룹 전체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의 기업가치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뒤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 전 회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향후 이 전 회장의 사과가 법정다툼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침묵은 오히려 이번 사태의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당시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행보로 해석됐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이미 알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경영권에서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 회장에 특가법(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사기혐의를 적용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한 방법으로 코오롱티슈진을 상장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인보사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6월 이 전 회장의 출국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총수자리를 내놓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올해 4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코오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퇴직금 등으로 약 455억 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의 처신은 총수로서 코오롱그룹의 위기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권리만을 누리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인보사 사태는 법정공방 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혹들이 모두 밝혀지려면 한참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이번 사태를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별개로 환자들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때 최종 책임자였던 이 전 회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코오롱그룹 직원들에게 퇴임하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제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내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 전 회장이 코오롱그룹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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