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배재훈, 현대상선 동맹으로 왜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했나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19-07-02 14: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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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왜 해운업계 1, 2위 선사로 구성된 2M이 아니라 5, 6, 8위 선사로 구성된 디얼라이언스를 새로운 동맹 상대로 선택했을까?

2일 해운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배 사장은 2만3천 TEU급 선박 건조로 상승한 현대상선의 몸값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41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배재훈</a>, 현대상선 동맹으로 왜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했나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2M의 동맹 합류제안 역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데도 2M이 아닌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것은 현대상선의 주된 협상카드인 2만3천 TEU급 선박을 가장 필요로 한 곳이 디얼라이언스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동맹은 회원사의 선박을 마치 한 회사의 선박처럼 운항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협력단계다. 초대형 선박을 보유한 해운사를 회원사로 받는다면 기존 회원사들의 보유선박에 새 회원사의 초대형 선박이 추가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규모의 경제효과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해운업계인 만큼 초대형 선박의 보유는 운임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따라서 해운사가 얼마나 큰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해운동맹 가입대상으로서 그 해운사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규모인 2만3천 TEU급 친환경 컨테이너 선박 12척을 2020년 2분기 조선사로부터 건네받는다. 이 12척의 선박은 현대상선이 새 동맹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카드였다.

디얼라이언스는 현재 1만8천 TEU급 이상의 선박을 12대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팍로이드, 원, 양밍 등 기존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로서는 현대상선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서라도 현대상선을 디얼라이언스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배 사장이 이번 해운동맹 가입을 두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해운동맹에 가입한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디얼라이언스가 2만3천 TEU급 선박을 디얼라이언스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을 비롯해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모든 주요 해운동맹들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운동맹에 가입한 뒤 그 안에서 발언권, 영향력 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디얼라이언스와 현대상선의 노선 운용형태가 시너지를 내기 적절했다는 것 역시 배 사장이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2M은 세계 해운노선의 32.8%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해운동맹이지만 두 회원사가 모두 유럽선사인 탓에 점유율이 유럽에 집중돼있다.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2M의 노선 점유율은 37%에 이르지만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2M의 점유율은 18%로 디얼라이언스의 26%에 뒤진다. 

미주는 국내 화주들의 주요 수출시장이다. 배 사장으로서는 국적선사로서 현대상선이 가장 필요한 미주 노선에서 디얼라이언스의 경쟁력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디얼라이언스 쪽에서는 현대상선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박을 이용해 2M과 비교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노선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현대상선은 1일 디얼라이언스와 해운동맹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현대상선의 2만3천 TEU급 신조 선박 12척은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돼 디얼라이언스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M이 계속해서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건조를 가로막아 왔다는 것 역시 이번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덴마크의 해운전문언론 '쉬핑워치'는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발주를 진행했던 2018년 말 “한국의 국적해운사 지원이 머스크를 비롯한 여러 대형선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배 사장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협상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대놓고 반대했던 2M과 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껄끄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디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하팍로이드는 2012년 결성된 해운동맹 'G6'에 현대상선과 함께 소속돼 있었다. G6에는 일본 해운사 '원'의 전신인 NYK와 MOL 역시 가입돼 있었다. 이미 한 번 현대상선과 디얼라이언스가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는 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배재훈 사장이 2일 조회시간에 전 직원들에게 ‘얼라이언스 가입은 해운 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며 “앞으로도 현대상선이 영업흑자를 내고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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