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2M의 동맹 합류제안 역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데도 2M이 아닌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것은 현대상선의 주된 협상카드인 2만3천 TEU급 선박을 가장 필요로 한 곳이 디얼라이언스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동맹은 회원사의 선박을 마치 한 회사의 선박처럼 운항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협력단계다. 초대형 선박을 보유한 해운사를 회원사로 받는다면 기존 회원사들의 보유선박에 새 회원사의 초대형 선박이 추가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규모의 경제효과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해운업계인 만큼 초대형 선박의 보유는 운임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따라서 해운사가 얼마나 큰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해운동맹 가입대상으로서 그 해운사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규모인 2만3천 TEU급 친환경 컨테이너 선박 12척을 2020년 2분기 조선사로부터 건네받는다. 이 12척의 선박은 현대상선이 새 동맹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카드였다.
디얼라이언스는 현재 1만8천 TEU급 이상의 선박을 12대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팍로이드, 원, 양밍 등 기존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로서는 현대상선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서라도 현대상선을 디얼라이언스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배 사장이 이번 해운동맹 가입을 두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해운동맹에 가입한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디얼라이언스가 2만3천 TEU급 선박을 디얼라이언스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을 비롯해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모든 주요 해운동맹들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운동맹에 가입한 뒤 그 안에서 발언권, 영향력 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디얼라이언스와 현대상선의 노선 운용형태가 시너지를 내기 적절했다는 것 역시 배 사장이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2M은 세계 해운노선의 32.8%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해운동맹이지만 두 회원사가 모두 유럽선사인 탓에 점유율이 유럽에 집중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