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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 과정에서 김정주의 무책임, 게임업계 일군 거물답지 않다

임재후 기자 im@businesspost.co.kr 2019-06-28 17: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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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넥슨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말로 압축된다.

6개월 넘는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김 대표는 언론은 물론 주주들에게 단 한번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임업계 1위를 일군 기업가의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넥슨 매각 과정에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3734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정주</a>의 무책임, 게임업계 일군 거물답지 않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

28일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주주들이 모인 인터넷토론방을 살펴보면 김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이 거세다.

한 주주는 “김 대표는 주주들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냐”며 “주주들 손해도 신경쓰라”고 힐난했다.

김 대표를 놓고 “무책임하다” “한 마디 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는 글도 있다.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 대표가 곧 넥슨의 상황을 알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넥슨 계열사다. 개인회사가 아니다. 이 회사들의 최상위 지배자는 ‘김정주’로 표시된다.

넥슨 계열사들의 주가는 그동안 널뛰기를 거듭했다.

넥슨지티 주가는 ‘매각 무산’ 보도가 나온 26일 25% 급락했다. 매각설 보도와 예비입찰 진행, 본입찰 연기, 본입찰 진행 등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가는 큰 폭으로 들썩였다.

주주들이 주가가 들썩일 때마다 김 대표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김 대표가 넥슨을 둘러싼 상황을 알리겠다고 반년 전에 말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월 초 매각설이 불거진 뒤 입장문을 냈다. 그는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숙고 중”이라며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매각설을 사실상 인정한 뒤 반년 동안 어떤 정보도 내놓지 않았다.

매각과 관련한 각종 ‘설’들은 모두 매각자 측이 아닌 투자은행업계를 통해 들렸기에 주주들은 계속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주주들뿐 아니라 직원들도 혼란을 겪어야 했다. 김 대표는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되면서 2016년 넥슨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여전히 넥슨 직원들에게는 ‘회장’으로 인식된다.

김 대표는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해 온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오늘까지 왔다”고 말했는데 그가 매각을 진행하며 진정 직원들을 신경썼는지 의문이 든다.

넥슨 직원들도 거취가 달린 문제인 만큼 매각에 촉각을 곤두세워왔으나 직원 대부분은 지금까지 매각이 실제로 무산된 것인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모회사에서 매각을 진행해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회사인 NXC 직원들도 매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료를 공유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 직원들은 3~4월 연봉협상을 진행한 뒤 평년보다 평균 연봉인상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부 직원들은 “매각을 앞두고 실적이 저조하자 회사가 비용관리에 들어갔다”고 바라봤다.

넥슨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 일방적일 수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며 “넥슨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수천명의 고용안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직원과 사회에 책임감 있고 분명한 의지를 표현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반년 동안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는 한국 1등 게임회사를 일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넥슨 매각은 한국 게임산업 전체와 한국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제라도 이 말을 지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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