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계 저승사자'에서 기업에 안심 주는 유연한 관료로 변신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19-06-21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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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학자시절 재벌개혁 등을 강조한 개혁가로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개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과 큰 마찰 없이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를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해 김 실장에게 청와대 경제팀 사령탑을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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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김 실장은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대표적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데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삼성 저격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오른 뒤 김 실장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히자 당시 재계에선 '재계 저승사자가 왔다'며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조건적 규제로 기업을 몰아붙이기보다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견이 많다.

김 실장은 최근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합병을 놓고 독과점 기준을 지역권역이 아닌 전국으로 판단할 뜻을 내비치며 두 기업의 기업결합 허가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정위가 2016년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지역권역을 기준으로 독과점 기업결합을 불허한 적이 있지만 김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다.

김 실장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는 3년 전과 같은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공정위는 경제적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2016년과 비교해 시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삼성그룹에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시민단체 활동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는 데다 삼성그룹의 여러 불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었다.

김 실장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에 삼성그룹에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그의 의견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두고도 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예규를 적용해 기업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힘을 썼다. 재계 인사들을 만나 하위법령을 마련할 때 재계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실장의 유연한 공정위 운영기조는 취임 초기부터 계속 유지돼왔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2017년 6월 4대그룹 경영진과 만난 간담회에서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며 “모든 과정에서 기업인들과 충실히 협의하고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정진행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현 현대건설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예측가능하고 명확하게 신중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라며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하겠다고 해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김 실장과의 대화에 만족한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도 김 실장이 합리적이고 소통가능한 인물이란 말이 나온다.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며 시장 안정을 깨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경제정책에 접근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실장은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국제경제정책 워크숍에서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성과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과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이끌어내는 한편 하도급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해소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가 2018년 12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60곳 가운데 15곳이 소유구조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거나 실제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 ‘갑횡포’나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 다양한 불공정사례를 적발해 제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실장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 가운데 가장 성과를 많이 낸 인물로 꼽힌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에 임명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인사 자리에서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유연성과 일관성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기준을 조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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