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올레드 사업 본격화
한상범은 중소형 올레드사업을 반등하기 위한 활로로 자동차용 올레드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폰용 올레드시장은 중국과 경쟁 심화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이 수월한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상범은 2019년 초부터 8인치 이상 고해상도 플렉시블 올레드(POLED)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2019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올레드 패널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계획보다 자동차용 올레드 패널의 양산을 앞당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LG디스플레이는 빨라도 2019년 말로 전망됐던 자동차용 올레드 패널 양산을 구미 E5 공장에서 2019년 상반기 안에 시작한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LCD 패널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온 만큼 자동차 올레드시장에서는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현대기아차, 다임러 벤츠, BMW, 토요타, 혼다, 테슬라, GM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5인치 이상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시장에서 2017년 1분기부터 8분기 연속 수량과 매출, 면적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PS-LCD 패널이나 in-TOUCH(인터치) 등 독자 개발한 기술력을 활용해 고객사도 상당수 확보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벤츠와 BMW, 현대기아차, 테슬라,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과 전략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완성차기업들은 한 번 납품처를 정하면 이를 쉽게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앞으로 자동차 올레드 제품을 공급할 고객사를 찾는 데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시장 진출을 위해 롤러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여왔다. 2019년 초 세계 IT(정보기술) 전시회에서 뒷좌석용 매립형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롤러블사업은 2019년 안에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롤러블, 크리스탈 사운드 등 LG디스플레이만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여러 패널을 선보일 것”이라며 “우리가 올해 내놓은 자동차용 제품에서 경쟁사에 대한 위협요소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형 올레드 부담 가중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용 올레드 패널 납품처 지위를 따냈지만 2019년까지 의미있는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애플용 라인으로 건설하고 있는 E6 공장의 고정비 부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애플의 높은 요구조건을 맞추지 못해 올레드 패널을 거의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3분기부터는 애플에 400~600만대 가량의 중소형 올레드 패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이 또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경쟁이 심해져 녹록지 않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최근 애플 제3납품처로 1차적 검증을 마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LG디스플레이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화웨이 신제품 스마트폰 P30 시리즈에도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에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강한 부담을 주고 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터치 일체형 기술, 폴더블 기술 등으로 BOE와 기술 격차를 늘려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입지를 다져야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터치 일체형 패널을 실제 스마트폰에 구현할 정도의 안정적 기술력을 지닌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고,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수준의 TOE 기술력을 개발, 양산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롤러블 TV 구현 성공 등 대형 올레드사업에서 성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사업에서 골든 수율(80%) 달성, 생산성 확보, 고객 확대를 통해 2018년 하반기부터 흑자를 달성했다.
연간 출하량은 290만대까지 늘었고 TV사업 내 올레드 매출 비중도 20% 이상으로 확대됐다. 2019년에는 대형 올레드 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광저우에 건설하고 있는 8.5세대 올레드 패널공장은 2019년 상반기 안에 완공될 것으로 보이는데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2018년 290만대였던 판매량을 2019 400만대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1천만대 이상을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형 올레드 기술력도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LG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 롤러블(마는)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롤러블 올레드 TV는 외신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호평을 받으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 인간공학 디자인상(Ergonomic Design Award) ‘최고 혁신상(Best Innovation)’ 을 받았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TV용 제품군을 4K 해상도에서 8K까지 확대하고, 휘도와 응답속도 등 성능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월페이퍼(Wall paper)와 크리스탈 올레드 (CSO, Crystal Sound OLED),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차별화 제품도 확대하기로 했다.
△올레드 체질 개선 ‘성장통’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상범은 올레드로 사업 중심을 옮겨내는 과정에서 LCD패널 경쟁 심화, 중소형 올레드사업 불안 등 사실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주요 매출처인 LCD패널사업에서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패널회사들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발목이 잡혀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 1분기에 6년 만에 적자를 봤고, 2019년 1분기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1분기에 매출 5조8788억 원, 영업손실 1320억 원을 냈다. 매출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지만 2018년 4분기와 비교하면 15% 줄었다. 영업손실은 2018년 1분기보다 34.2%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상범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회사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4억 원가량의 자사주 매입도 하며 책임경영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19년 4월25일에는 ‘목표달성 결의대회’를 열어 임직원들의 분투를 주문했다.
한상범은 이날 행사에서 “2019년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의 마지막 해”라며 “모든 임직원이 하나되어 어떤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했다.
그는 확실하고 지속적 시장 선도를 위해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Speed 경영’을 주문하면서 △대형 올레드(OLED) 대세화 △중소형 플렉시블 올레드(POLED) 경쟁력 확보 △LCD 수익성 극대화 등을 강조했다.
한상범은 평소 화끈하고 적극적 경영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어려운 경영환경을 정면으로 헤쳐 나가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2019년 4월25일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중국 올레드 투자 차질 가능성
한상범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점을 놓고 중국 투자계획 승인을 미루자 백방으로 노력해 결국 중국 광저우에 올레드 생산투자와 관련한 승인을 얻어냈다.
한상범은 2017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중국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3개 기업에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국내에 대신 투자를 벌일 수 없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자리 창출을 정부가 주요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다 중국과 사드보복 문제로 외교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상범은 관련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여러 조건을 두고 다방면으로 산업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산업부는 2017년 12월 LG디스플레이에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 보안 점검 및 조직 강화, 차기 투자의 국내 실시 등의 조건을 내걸고 중국 투자계획을 승인했다.
△올레드에 20조 투자 결정
한상범은 2017년 7월부터 3년 동안 올레드패널 생산공장 증설에 2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LG디스플레이의 자금여력과 기존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올레드패널에 완전히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에 사용되는 대형 올레드패널 시설투자에 10조 원,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패널에 10조 원 정도를 각각 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LCD패널에는 증설 투자를 아예 벌이지 않겠다며 완전한 체질 변화를 약속했다.
올레드패널은 LCD보다 화질과 전력 효율, 디자인 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차세대 기술로 꼽히지만 높은 생산원가가 단점으로 지목되며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한상범은 글로벌 디스플레이시장이 결국 올레드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는 이런 디스플레이업계 판도 변화를 직접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승부수로 여겨졌다.
한상범의 ‘승부사’ 기질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레드사업 진출 결정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올레드 TV용 대형 패널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LCD업황의 악화로 올레드 패널이 LG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며 과거에 처음 대형 올레드사업 진출을 주도한 한상범의 결정이 주목 받았다.
한상범은 처음 대형 올레드TV 진출을 결정할 때 내부에서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올레드가 아니면 세계 1위를 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사업 진출에 굳은 의지를 보였다. 올레드패널의 기술적 장점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 포럼과 가전전시회 등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올레드 생태계 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상범은 LCD패널에 대응할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 올레드패널의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도 성과를 냈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본사가 아닌 구미와 파주사업장으로 출근해 현장을 살피는 한상범의 현장경영이 빛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디스플레이 1위 기업 일등공신
LG디스플레이는 출하량 기준 글로벌 디스플레이 점유율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선두기업으로 막강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뤄낸 데도 한상범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한상범은 LG디스플레이의 생산기술센터장을 역임하며 외산 제조장비에 의존하던 LCD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대형모니터 공장장으로 근무하며 원가 경쟁력 확보에 핵심으로 꼽히는 생산수율 안정화에도 성과를 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공장 운영 전체를 총괄하는 패널센터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07년부터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기업에 오른 것도 한상범이 IT센터장을 맡아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LCD패널의 출하량을 대폭 늘린 성과가 주효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업황 악화로 2010년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며 누적 적자 규모가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한상범은 당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대표가 물러난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아 3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세웠다. 이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말 사장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이후 실적이 고공행진했고 한상범은 2015년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