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사업 성장성 가시화
구본준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가장 큰 애착을 보이면서 키워 온 전장사업의 성장성이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사업에서 시간을 들여 경쟁력을 확보해 왔는데 차량용 무선인터넷 서비스 ‘텔레매틱스’부문에서는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19%)를 차지할 만큼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포테인먼트부품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와도 접점이 많아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자동차 관련 사업에서 수익성을 크게 높일 가능성이 높다.
2018년 말에는 이스라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오디오버스트(Audioburst)와 함께 인공지능 기반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발했다.
오디오버스트는 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마다 2800만 개 이상의 사용자 정보를 생산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취향과 행동패턴 등을 예상하게 된다.
LG전자는 이런 오디오버스트의 인공지능 플랫폼과 LG전자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결합해 운전자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콘텐츠를 더욱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사도 GM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 10곳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운전자 동작을 감지해 주행 기능 등을 제어해주는 동작 탐지 시스템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손동작을 판독한 뒤 크루즈컨트롤(자동 속도 조절 장치)을 켜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등의 작업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LG전자는 퀄컴과 자율주행차량에 쓰이는 부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고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하니웰’과 자율주행 통합 보안 솔루션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원을 투입해왔기 때문에 관련 시장 선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2018년 8월 인수를 마무리한 글로벌 자동차 헤드램프 전문기업 ZKW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기업가치는 전장부품과 로봇 등 신규 사업에 달려 있다”며 “신사업의 성장성이 점차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떠난다
구본준은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LG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구광모 회장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LG그룹은 장자가 그룹을 물려받으면 형제나 사촌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전통이 있다. 이 때문에 구본무 전 LG 회장 곁에서 그룹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와 온 구본준 역시 앞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크다.
구본준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상사, LG이노텍,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등을 분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킨십
구본준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LG그룹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와 접점을 늘리는 역할을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할 당시 주요 기업인으로 초청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2017년 7월 국내 기업들을 초대한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토로했다. 이를 반영해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배터리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구본무 LG 회장 대신해 그룹 현안 챙겨
구본무 LG 회장을 대신해 그룹 내 굵직한 회의들을 주재했다.
2017년 1월 부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CEO) 40여 명이 모인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분기 임원세미나도 주재했다. 구 회장이 1995년 회장에 취임한 후 다른 사람에게 세미나를 맡긴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구본준은 세미나에서 4차산업혁명 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으며 임원들과 함께 모듈러 생산방식, ICT 발전방향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구본준은 2017년 6월 전략보고회를 주재한 데 이어 11월 LG그룹 연말 업적보고회도 맡았다. LG그룹에서 연말 업적보고회는 임원인사와 직결된 만큼 중요성이 크다.
LG그룹은 당시 결정을 두고 "전장부품사업과 에너지솔루션 등 새 성장사업의 효율적 성과 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계열사 CEO를 두루 거쳤던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구본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경영 나서며 전장부품 강화 주력
LG그룹이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키우고 있는 전장부품사업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인 가운데 굵직한 인수합병을 이뤄내는 데 공을 세웠다.
구본준은 2017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 참석해 전장부품사업을 점검한 뒤 디트로이트로 날아가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등 전장부품사업에 힘을 실었다.
2017년 5월 말 이사회에서 LG그룹 지주사 LG는 LG전자와 힘을 합쳐 오스트리아 기반의 자동차 조명회사 ZKW를 약 1조5천억 원에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SK나 삼성그룹과 달리 5천억 원이 넘는 인수합병이 없었던 LG그룹으로서는 상당히 공격적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본준은 2017년 8월 말에는 285억 원을 들여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부품공장을 세울 계획을 세웠다. 미시간주는 주요 완성차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밀집돼 있어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데 지리적 장점이 있다.
△지주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맡아
구본준은 2015년 11월26일 정기인사에서 지주사 LG로 이동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았다. 이전까지 구본준이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 맡아 온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신성장사업추진단은 당시 구본무 LG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와 자동차부품사업을 지주회사 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를 준비라도 한듯 구본준은 2015년부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매년 참석해 전장사업 등 새 성장사업을 직접 챙기는 행보를 보였다.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전장사업의 협력을 논의했고 2016년 GM, 포드 등의 경영진과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논의하는 등 기업 사이 거래(B2B) 등 신사업에 역량과 인력을 집중했다.
| ▲ 구본준 LG 부회장이 2018년 4월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고전
구본준이 LG전자 CEO로 재임하던 시절 프리미엄 스마트폰 ‘G플렉스2’와 ‘G4’ 등의 잇따른 판매 부진으로 스마트폰사업이 다시 부진에 빠지면서 LG전자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5년 6월 LG전자 주가가 약 11년 만에 5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LG전자 주가는 6월25일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5만 원 아래로 추락한 것은 2004년 8월12일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증시 분석가들은 LG전자가 2015년 2분기 TV사업에서 적자 탈출에 실패하고 스마트폰사업에서도 G4의 출시 효과가 미흡해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LG전자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은 평가 엇갈려
2010년 LG전자가 사업부진으로 위기에 빠지자 오너 일가가 직접 챙겨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본준은 2011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다시 돌아와 ‘독한 DNA'를 강조했다. 구본준은 “독한 조직문화를 LG전자의 기업 DNA로 삼겠다”며 연초부터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는 ’8.5제‘를 실시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썼다.
2012년 ‘스마트워크’ 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9월부터 정시 퇴근과 휴가 활성화제도를 도입했고 11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출퇴근시간을 30분씩 앞당겼다. 또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문화를 없애기 위해 모든 보고서 분량을 5장 이하로 제한하기도 했다.
2014년 LG전자의 영업이익은 다시 1조 원 대로 회복했고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이처럼 구본준이 LG전자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던 LG전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LG전자의 체질을 바꾸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2016년 지주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을 맡게 된 것도 그동안 구본준이 보여준 추진력을 십분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부진을 여전히 면치 못하고 생활가전회사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LG상사 시절 광산사업을 흑자로
2007년 LG필립스LCD를 떠나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LG상사에서 파산을 선언했던 광산을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필리핀 라푸라푸광산은 2007년 호주 라파예트가 파산을 선언할 당시 LG상사가 지분 15.6%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 LG상사가 광산을 직접 운영하겠다며 5월부터 경영에 나선 뒤 1년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러시아 사하공화국과 남야쿠치야 종합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자원개발에서 성과를 냈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해 사업영역을 넓혔다.
△LG필립스 진두지휘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 외자를 유치해 LG필립스LCD를 설립했다. 그 뒤 직접 대표이사 맡아 그룹 내부 반대에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2002년 LG필립스LCD는 TFT-LCD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대형 LCD시장 점유율 22.2%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2005년 경쟁사들의 설비 증설에 밀렸고 대형 LCD TV시장도 예상보다 규모가 커지지 않았다.
LG필립스LCD는 결국 2006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7020억 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반도체사업 현대전자에 넘겨줘
1999년 LG반도체 대표이사 시절 당시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4대 대기업간 구조조정(빅딜) 과정에서 반도체사업부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겨줘야 했다.
당시 반도체사업부는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분류됐던 만큼 회사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구본준에게도 충격적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