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속 해법 찾기에 부심
현대카드는 2019년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실적 악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영이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고 내부 경영은 2018년 말 현대카드 사장으로 승진한 황유노 사장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태영은 2018년 말 페이스북에 “카드 수수료 인하로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의 최근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2019년 1월31일부터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적용대상이 연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추가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영은 바쁜 일정 가운데 미국과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 각종 강연 등에도 참석하고 있다. 정태영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현대카드에서 ‘인사이트 트립’이라고 부르는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여행 속에서 복잡한 현안의 해법을 찾는 통찰력을 구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정태영이 황유노 사장에게 조직관리를 맡기고 신사업 개척과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태영이 현대카드를 이끈 이후 현대카드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사람은 황 사장이 처음이다.
△현대카드 실적 악화, 희망퇴직도 고민
현대카드 실적은 2018년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1~3분기 현대카드의 영업수익은 2조1869억 원, 영업이익은 1633억 원, 순이익은 1296억 원이다.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수익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2.5%, 29.5%씩이나 줄었다.
휴면카드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카드의 휴면카드 수는 모두 80만 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만3천 장 급증했다.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카드업황을 감안하면 2018년 4분기에도 현대카드의 실적 하락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태영은 현대카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임직원 400명을 감축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받았다.
현대카드는 인위적 인력 감축보다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등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내보였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 인하방안이 예상보다 강도 높게 나오면서 결국 희망퇴직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정태영은 2018년 12월 푸본현대생명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의장을 사임했다. 2012년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한 지 7년 만이다.
정태영이 물러난 이유는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뀐 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분리 승인을 받아 의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태영은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고 정식 출범한 2012년 이후 줄곧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8년 9월 회사 이름을 푸본현대생명으로 바꿨다. 대만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에 올라선 데 따른 것이다.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65%(현대모비스 30.28%, 현대커머셜 20.37%), 푸본생명이 48.62%였으나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해당 지분을 푸본생명이 인수하게 돼 지분율이 62.45%까지 올랐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가 바뀌고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보험업에서 한발 물러서자 이를 놓고 정태영이 보험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태영은 처음 현대라이프생명이 출범한 뒤 장을 보듯 보험을 구매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에 상품을 진열하고 자판기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획기적 시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국내 보험업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태영은 페이스북에 “기존 금융사업보다 복잡한 계기판이 많고 개혁적 접근보다 둔보의 접근이 적절한 보험업이어서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8년 만에 현대카드 제치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
현대카드는 2018년 8월 무려 18년 만에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됐다. 제휴기간은 2019년 5월24일부터 10년 동안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연간 3조 원가량 결제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의 코스트코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연간 3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코스트코 때문에 현대카드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코스트코 외 결제액도 늘어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되기까지 정태영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영은 처음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는 사진을 올리며 "기뻐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이 20년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발급받은 코스트코 회원카드도 올리며 남다른 소회도 전했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결제카드 선정 평가에서 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10년 만의 프리미엄카드 ‘그린카드’ 선보여
현대카드는 2018년 8월 온라인발급 전용 프리미엄카드 ‘더그린‘을 출시했다. 2008년 프리미엄카드 ‘더레드‘를 출시한 지 10년 만에 선보인 프리미엄카드다.
현대카드는 녹색을 재해석해 화려하면서도 감각적 디자인을 완성했다. M포인트 적립, 연회비 할인, 현대카드 선정 사용처 추가 적립 등의 혜택도 강화했다.
더그린 카드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 장이 발급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더그린 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018년 8월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정태영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코스트코 관계자와 10년 제휴계약을 맺고 있다. |
△차량공유 서비스 ‘딜카’, 전기수소차 리스로 사업 다각화
정태영은 현대캐피탈에 차량공유 서비스 딜카를 통해 중소렌터카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전속(캡티브)시장인 현대자동차에 사업을 의존하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보통은 업체가 보유한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것과 달리 딜카는 다른 렌터카기업과 연계해 중개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캐피탈은 2017년 9월 딜카를 개시해 중고렌터카업체 160곳과 제휴를 맺고 전국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대구, 창원, 춘천, 원주, 포항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태영은 2017년 9월 딜카를 내놓으며 공유경제산업에 발을 디뎠다.
2018년 4월 수소전기차 넥쏘를 위한 리스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수소전기차는 가격이 비싸고 아직 중고차 시세도 형성되지 않은 만큼 리스상품을 통해 수소전기차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중고차 금융시장에 다양한 서비스 내놔
정태영은 중고차 금융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기 위해 2018년 1월 중고차 경매 서비스인 ‘내차팔기’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안심매매상사’를 내놓고 2018년 4월 온라인 거래 서비스인 ‘온라인샵’도 선보였다.
아마존과도 협력해 6월 아마존웹서비스에 현대캐피탈의 인증 중고차 온라인샵을 연계했다.
2018년 6월에는 중고차 매매상사와 업무협력도 추진했다. 2018년 7월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중고차 시세를 알려주는 ‘오토북’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전속(캡티브)시장으로 둔 덕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맨 오른쪽)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과 현대카드 본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 부회장이 2018년 9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현대카드의 업계 상위권 도약
정태영은 2003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현대카드를 업계 상위권으로 키워냈다. 현대카드는 2019년 1월 현재 삼성카드의 뒤를 이어 업계 3위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01년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인수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1.8%로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태영은 2003년 5월 포인트 마케팅과 차별화된 혜택을 선보인 ‘현대카드M'을 내놓았다. 현대카드M은 출시 후 1년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고 신용카드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800여만 명이 가입했다.
현대카드 성장의 두 축으로 ‘디자인 경영’과 ‘문화 마케팅’이 꼽힌다.
정태영은 디자인 경영을 통해 현대카드의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를 기용해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카드 옆면에 색을 넣는 ‘컬러코어’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빨강, 보라, 검정 등 카드 등급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도입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으면서 현대카드의 이미지가 상승했고 색깔별로 현대카드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문화 마케팅도 큰 성과를 거뒀는데 그 중심에는 2007년 시작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있다.
슈퍼콘서트는 세계적 유명 음악가를 섭외해 진행하는 공연으로 폴 매카트니, 비욘세, 콜드플레이 등 대중음악가뿐 아니라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성악가도 무대에 올랐다.
‘컬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극, 전시전, 건축전 등 다양한 문화공연도 펼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본업과 거리가 있는 물, 와인과 보드카 신제품도 선보였다. 이름은 ‘잇워터’, ‘잇와인’, ‘잇보드카’다. 기존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세련된 용기에 담아 내놓았다. 정태영은 “디자인을 활용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정태영은 현대카드의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5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디지털 현대카드’ 경영전략 수립
정태영은 현대카드를 디지털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카드업계에서 안정적 수익 확대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태영은 2018년 11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디지털 인프라를 축적하는 시기였으나 내년부터는 실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카드는 2015년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그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고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오승필 디지털사업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2016년 홈페이지와 광고 등에 쓰이는 현대카드 기업로고(CI)도 12년 만에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꿨다. 2017년에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세운 스타트업 전용의 공유 오피스인 ‘스튜디오 블랙’을 미국과 중국에 있는 디지털캠프와 연계해 디지털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6년부터 2년여 동안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인 머신러닝으로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2018년 4월 고객의 행동패턴에 맞는 상품 검색 서비스 ‘피코’도 내놨다.
현대카드는 2018년 6월 블록체인 파일공유 기술과 관련해 특허권도 땄다.
2018년 사무실을 정보통신기술(IT)기업처럼 꾸미기도 했다. 고정자리를 없애고 복장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에 익숙해지도록 회사 안 회의실, 카페, 휴게실 등 곳곳에 코딩 언어를 붙여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