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해질 무렵’이 유럽에서 최고의 아시아문학으로 선정됐다.

26일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 따르면 '기메 아시아문학상' 심사위원회는 25일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시상식을 열고 ‘해질 무렵’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오늘Who] 황석영, '해질 무렵'으로 소설가 명성을 한 계단 더 쌓다

▲ 황석영 작가.


소피 마카리우 기메 박물관장 등 심사위원회는 “황 작가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얻는 풍요로움에 매료됐다”며 “이 소설은 한국적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황 작가는 수상 소감문에서 “기메 아시아 문학상이 소설 ‘해질 무렵’에 수여된 것은 정말 큰 영광이고 기쁨”이라며 “무엇보다 아시아의 애호자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한 아시아 문화, 예술과 서구세계의 ‘만남의 장’ 기메 박물관에서 제정한 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기메 박물관은 프랑스의 국립 동양박물관이다. 1889년에 설립된 뒤 여러 아시아 미술품을 전시해온 세계에서 가장 큰 아시아 박물관이기도 하다.  

기메 문학상은 프랑스 국립기관에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으로는 두 번째로 제정된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더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황 작가는 지난해 영국계 인도인 작가 레이나 다스굽타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질 무렵’은 60대 건축가 박민우와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가 만나 인생을 회고하는 여정을 담았다.

박민우는 산동네의 어묵장수 아들로 태어나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외교관의 딸과 결혼한 뒤 승승장구한다. 정우희를 통해 젊은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데 인생을 반추하던 중  첫사랑 차순아의 기억을 되살리며 삶의 회한도 느낀다.   

‘해질 무렵’은 2015년 문학동네에서 출판됐고 2017년 필립 피키에 출판사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됐다.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번역가 장 노엘 주테가 번역했다. 

황 작가는 소감문에서 “저는 요즘 한국의 철도에 종사한 철도원 삼대를 그린 이야기를 쓰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세계의 많은 예술가와 지식인들을 싣고 출발하게 될 ‘평화열차’라는 원대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열차 프로젝트란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작가 폴 오스터, 터키작가 오르한 파무크 등 유명 작가들이 함께 타고 베를린, 옴스크, 평양을 거쳐 비무장지대를 넘고 서울에 도착하는 열차를 만드는 것이다. 크나큰 꿈이지만 최근의 남북경협과 철도 연결계획과 함께 한 걸음 더 다가온 셈이다. 

황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민중 문학가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1943년 만주서 태어나 서울 경복고를 다니다 4·19혁명 당시 자퇴했다. 하교하다가 친구가 총 맞아 죽는 사건을 겪은 뒤 고등학교 제도교육을 거부하게 됐다고 한다. 

그 뒤 신문과 잡지를 읽어 바깥세상을 공부했고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검정고시를 봐 동국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유신 시절 공장 견습공과 '노가다꾼'으로 일하며 서민의 삶을 살았다. 1973년 발표된 대표작 '삼포 가는 길'은 이 시절 경험을 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6년부터 10여 년 동안 광주와 해남 등 전남 지역 일대에 살면서 광주민중항쟁을 겪고 또 목격했다. 1985년 5월 당시의 광주를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저자로 이름을 빌려줘 출간하도록 도왔다. 이 책의 실제 저자 전용호씨는 "황 선생은 작가 이전에 '움직이는 운동가'였기 때문에 책 저자로 이름을 빌려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빌미가 돼 황 작가는 전두환 정권의 탄압을 받았고 독일과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1989년 방북사건으로 이후 체포돼 1993~1998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89년 만해문학상, 2000년 이산문학상, 2001년 대산문학상, 2008년 제3회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 등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삼포가는 길 외에 '장길산' '바리데기' '모랫말 아이들' '개밥바라기별' '오래된 정원' 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