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와병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되면서 LG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상무를 지주회사 LG의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구 상무가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뚜렷하게 입증하지 못한 데다 나이가 젊은 만큼 구 부회장의 경영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내 주요 현안을 챙겨왔다.
2016년부터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LG 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올라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진 인사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담당했다.
구 회장이 관장했던 LG그룹의 전략보고회와 업적보고회 등 행사도 2017년부터 구 부회장이 주재하는 등 총수 역할을 대행해왔다.
구 상무가 LG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지만 올해 만 40세로 젊은 만큼 당장 LG그룹 회장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이 그동안 해왔던 역할을 지속하며 구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편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더욱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체제를 확고히 갖추고 있어 구 부회장이 구 회장 대신 총수 역할을 맡더라도 계열사들의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구 부회장이 그동안 그룹 내 신사업에 꾸준히 관여하며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그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구 부회장은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이전부터 이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최근 글로벌 전장회사 ZKW 인수 역시 구 부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 성공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더라도 구 상무의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 회장 슬하에 아들이 없자 경영 승계를 위해 동생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구 상무를 2004년 양자로 들였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그동안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를 이뤄낸 데는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한 점도 한 몫을 한 만큼 이 원칙이 흔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 상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구 부회장이 총수 공백상태를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