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에서 잔뼈 굵은 박상신 DL이앤씨 구원투수 성공, 이해욱 용인술 변곡점 되나

▲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가 그동안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DL이앤씨의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어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신임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주택전문가로서 면모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DL이앤씨는 박 대표의 지휘 아래 올해 1분기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박 대표를 향한 신뢰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그동안 건설과 무관한 LG그룹 출신 인재를 DL이앤씨에 기용해왔지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자 박상신 대표를 자회사 DL건설에서 모회사 DL이앤씨 대표로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장의 용인술에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해욱 회장의 LG맨 기용과 DL이앤씨 경영 난항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LG그룹 출신 인재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2014년 이후 그룹 요직에 LG맨들을 대거 발탁해왔다. 

LG전자, LG화학 등 다양한 계열사 출신 임원들이 DL그룹을 이끌고 있다. 특히 DL이앤씨의 초기 대표로 LG전자 출신 마창민 전 대표가 선임된 것이 상징적이었다. 

2024년에는 마 전 대표의 후임으로 LG전자 출신 서영재 대표를 임명하는 등 '일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LG맨 중심’ 인사 전략은 DL이앤씨의 주택사업 및 전반적 경영성과 하락과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에 직면하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DL이앤씨 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8건에 달했던 점은 주택 및 건설 비전문가 최고경영자 기용에 대한 이해욱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의문부호를 안겼다. 

◆ DL그룹 유경험자 박상신 이유있는 실적 질주

박상신 대표는 2024년 8월 DL이앤씨 대표에 취임한 직후부터 빠르게 실적 안정을 이뤘다.

DL이앤씨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3천억 원,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4.1% 늘었고, 영업이익은 18% 줄었지만 악화된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다.

박 대표는 DL이앤씨의 부채비율을 100.4%로 낮은 수준으로 붙잡으며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DL이앤씨는 박 대표 체제 아래에서 총차입금의존도도 2023년 13.6%에서 2024년 말 11.9%로 낮췄다.

이에 더해 박 대표가 이끄는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에는 확실하게 수익성을 개선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8082억 원, 영업이익 810억 원을 거뒀다. 2024년보다 매출은 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4% 늘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플랜트 성장이 주택과 자회사 LD건설의 매출 감소를 보완하는 가운데 2024년 분기 비용 반영 기저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이후 착공한 현장들의 예상 원가율은 86~88% 수준으로 시작됐으며, 주택부문 원가율은 85.9%까지 개선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박 대표가 이처럼 단기간에 DL이앤씨의 실적을 개선하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대림산업(현재 DL이앤씨) 건설사업부 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DL그룹의 개선점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신 대표는 1962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호(현 DL건설, 당시 DL그룹 건설 부문 모태)에 입사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삼호와 고려개발,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진흥기업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주택사업, 경영기획, 인사총무,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한 ‘건설 전문가’다   .

특히 박 대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로 재직하며 2년 연속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DL이앤씨 대표로 다시 등판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사업 추진은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 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해욱 회장, 검증된 내부 리더 선택으로 바뀌나

박상신 대표의 DL이앤씨 대표 선임은 이해욱 회장의 인사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그동안 LG그룹 출신 인재 중용이라는 ‘외부 영입’에 집중해온 이해욱 회장이 조직의 근본 체질을 강화하고 경영 위기를 넘기기 위해 ‘검증된 내부 리더’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

이는 곧 DL그룹이 처한 건설업계 전반의 불확실성과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흔들림 없는 경영 안정과 실적 반등을 위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가 과거 대림산업 시절 보여준 ‘사업 구조 혁신’과 ‘리스크 관리 능력’, ‘주택사업의 질적 성장’ 성과가 다시금 DL이앤씨의 부활을 이끌 고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박상신 대표는 건설 현장 경험과 주택사업 실무에서 쌓아 올린 경영 능력과 위기관리 노하우로 DL이앤씨의 구원투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고 있다.

박 대표의 성공이 지속된다면 DL이앤씨의 미래 경영 방향과 이해욱 회장의 인사 철학에도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