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지난해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개선된 수익성을 보였다. 다만 본진이라 할 수 있는 할인점사업부(이마트)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할인점 등 신규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근본적 수익성 확대를 노린다.
 
실적 반등했다는 이마트 본진 경쟁력은 '글쎄', 한채양 트레이더스가 살렸다

▲ 지난해 이마트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을 개선한 가운데 핵심인 할인점사업부(이마트)의 경우 수익성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2일 이마트 IR 실적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71억 원을 내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던 전년보다 이익이 940억 원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이마트 연간 실적에는 통상임금 판결로 현금 유출없이 회계상 인식된 퇴직충당부채와 희망퇴직보상금 등을 더한 2132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72억 원 증가한 2603억 원이다.

이마트는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상황에서 달성한 성과”라며 “이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도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강력한 쇄신과 혁신을 바탕으로 본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마트의 지난해 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을 사업부별로 따져 보면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본진 중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할인점사업부(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99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할인점 실적에 1036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는데, 이를 제외한 지난해 할인점 연간 영업이익은 837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춰볼 때 작년 할인점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보다 최대 91억 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채양 사장이 오롯이 1년을 이끌었던 지난해 이마트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인 할인점사업부의 실적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인점사업부는 이마트 작년 별도기준 총매출의 68.8%를 차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실적을 이끈 트레이더스 사업부(20.96%)의 3배를 훌쩍 넘어선다. 점포수로 봐도 할인점 점포가 132개로 트레이더스(22개)의 6배에 달한다.

할인점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을 건너뛰고 이마트의 체질개선을 논하기 힘들다. 다만 본진 중에서 할인점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가 한 사장의 체면을 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할인점과 트레이더스사업부(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전문점사업부(노브랜드 등), 에브리데이(슈퍼마켓) 등 4개 사업부를 합친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218억 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비용 1248억 원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466억원으로 전년(1880억 원)보다 586억 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는 일회성비용(160억 원)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503억 원 증가한 영업이익 1084억 원을 거뒀다. 창고형 할인점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실적이 뛰는 흐름을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불경기가 한 사장에게 힘이 됐다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전문점사업부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2023년보다 영업이익이 49억 원 늘었다. 지난해 6월30일 이마트와 합병해 별도 실적에 편입된 에브리데이는 영업이익 91억 원을 냈다. 
 
실적 반등했다는 이마트 본진 경쟁력은 '글쎄', 한채양 트레이더스가 살렸다

▲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한 사장은 온라인 시장으로 무게추가 기운 어려운 시기에 이마트 수익성을 개선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 사장은 2023년 9월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에 올랐고, 지난해 이마트를 맡은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용진 회장 체제 아래 첫 사장 승진한 사례다. 정 회장을 지난해 3월 취임 뒤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해왔다.

2023년 이마트는 별도기준으로 전년보다 0.4% 줄어든 영업이익 2589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는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하며 한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지난해 일회성 비용 반영 등의 효과를 제외하면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한 사장은 올해 공격적 신규 매장 확대 전략을 펼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트레이더스 마곡을 포함해 할인점 1개와 트레이더스 2개 등 모두 3개의 신규 매장을 새로 연다. 이어 내년에 2개, 2027년엔 3개의 신규점을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할인점 이마트 매장 증감을 보면 2020년 1개의 매장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점포수가 1~3개 줄었다. 트레이더스 역시 2023년부터 신규 점포 없이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외형 성장을 재개하는 것”이라며 “3년 안에 경쟁자를 압도하는 실적을 창출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이익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전날 본업경쟁력 강화해 2227년 연결기준 매출 34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제시한 2027년 영업이익 가이던스 1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결 자회사 손익 개선 외에도 본업인 별도 법인 손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야 한다”며 “본업의 수익성 개선도 동시에 나타날 때 유의미한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