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XMT D램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가속, HBM 자체 생산도 임박

▲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D램과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갈수록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XMT D램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린 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CXM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을 빼앗은 데 이어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잠재적 위협으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CXMT가 한국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의 점유율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성장세에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딥시크가 단숨에 오픈AI의 라이벌로 부상한 것처럼 CXMT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2020년까지 0%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5%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중국 컨설팅업체의 통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D램 시장은 장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95% 안팎을 차지하는 과점체제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CXMT의 가파른 성장이 이러한 경쟁 구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쏟아지는 중국 경쟁사 물량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이 성능 측면에서 우수하더라도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공급 과잉 상황에서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XMT는 중국 정부와 알리바바를 비롯한 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D램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1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증가했고 최신 규격인 DDR5 D램을 생산할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CXMT D램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가속, HBM 자체 생산도 임박

▲ 삼성전자의 HBM3 반도체 기술 안내 이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 분석을 인용해 CXMT의 이러한 성장 과정이 ‘스노우볼 효과’에 힘입었다고 전했다.

사업 초기에는 생산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며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점차 성과를 내고 이를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테크인사이츠는 과거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1980~1990년대 일본 경쟁사를 밀어낸 전략도 현재 CXMT의 성장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칫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경쟁사를 뛰어넘은 사례가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재현돼 한국 업체들이 뒤처지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XMT가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수로 꼽히는 HBM 반도체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이유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XMT가 중국 상하이에 HBM2 규격 반도체 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 구축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를 극복하고 꾸준한 발전에 성과를 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성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현재 세계 HBM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자연히 CXMT를 더욱 경계해야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CXMT의 HBM2 생산은 엔비디아에 품질 인증을 받는 데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압박을 더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저사양 HBM 시장에서 추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CXMT가 생산을 준비하는 HBM2 규격 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HBM4 규격과 비교해 수 년 정도 뒤떨어진 기술이다.

다만 D램 시장에서 CXMT가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력을 추격한 전례를 생각하면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상황을 긴밀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