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상반기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기며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반기에는 더욱 가벼운 걸음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도전이 완주를 앞두면서 BC카드가 지고 있던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30일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케이뱅크가 두 번째 도전 만에 상장 절차 완수를 눈앞에 둔 셈이다.
케이뱅크 상장 여부를 두고 BC카드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BC카드가 케이뱅크 상장을 조건으로 하는 옵션 계약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2021년 케이뱅크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주간 계약을 맺고 케이뱅크 지분에 대한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했다.
동반매각청구권은 사전 합의한 조건으로 케이뱅크 IPO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행사할 수 있다. 동반매각청구권의 행사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6년 7월까지 케이뱅크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사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매각청구권이 행사되면 BC카드는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거나 합의한 조건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금 7250억 원 이상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6월 말 기준 BC카드의 자기자본 1조5600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BC카드는 이미 케이뱅크에 6천억 원 이상을 출자하며 재무 부담을 졌는데 만약 케이뱅크의 상장이 최종 실패하면 BC카드의 재무 부담이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옵션 계약은 존재만으로도 BC카드에게 재무적 부담을 안겼다. BC카드의 실적에 풋옵션 계약에 대한 평가손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BC카드 성과는 해당 평가손익의 영향으로 출렁였다.
BC카드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1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동반매각청구권에 대한 평가손실로 145억 원을 반영한 데 영향을 받았다.
▲ BC카드가 상반기 호실적을 낸 가운데 하반기 경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 BC카드 >
반면 케이뱅크 상장 기대감이 커지던 2022년에는 234억 원을 평가이익으로 잡기도 했다.
이는 BC카드 실적의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매년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에 대한 주요 리스크로 실적 악화가 꼽히기도 했다.
다만 케이뱅크의 상장이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올해 호실적을 내고 있는 최 사장은 리스크 한 축을 해소하는 만큼 실적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BC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999억 원을 냈다. 상반기에 이미 2023년 전체 순이익 755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를 호실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최 사장의 재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 최 사장 취임 이후 BC카드의 위상이 여러모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순이익 순위 최하위권이던 BC카드가 6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자체카드 흥행에 힘입어 신규회원도 크게 늘리고 있어서다.
최 사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 하반기 다시 한 번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최 사장은 고려증권, 장기신용은행, 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에서 최고재무관리자와 금융연구소장을 거쳐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5년부터 BC카드 사외이사를 역임하다 2021년 BC카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9개월의 임기를 추가로 받은 뒤 12월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