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이 역대급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입찰에는 시공능력평가 부동의 ‘톱2’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새롭게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떠오른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본격적 시공사 선정 일정이 윤곽을 보이면서 세 건설사의 3파전으로 수주전이 이뤄진 바로 옆 한남3구역의 치열함이 한남4구역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해를 넘기는 것이 유력해졌지만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서울 용산구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 서울시 >
당초 한남4구역 재개발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연간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 다툼을 결정지을 사업을 꼽혔다.
다만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이 11월 입찰 마감, 내년 1월 시공사 선정 총회 등을 일정으로 하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 도시정비 패권다툼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더욱 치열해진 수주전이 예상되면서 업계의 주목도가 더욱 커진 것이다.
먼저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를 지키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만날 것이라는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및 힐스테이트로 도시정비시장에서 단연 최상위권 브랜드파워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건설사는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1천억 원을 기록한 뒤 올해에는 목표치를 3조4천억 원까지 높여 잡았다. 올해 현재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강변 리모델링사업(2320억 원)을 시작으로 부산 동래구 사직2구역 재개발사업(4492억 원) 등 모두 1조5912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도시정비 왕좌를 차지했고 올해도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경기 성남시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6782억 원)을 시작해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6341억 원) 등 모두 3조3060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수주전을 거의 치러본 일이 없다는 점도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시공권을 놓고 경쟁했던 것은 단독주택 재건축 1호로 주목받았던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사업의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부터 무려 17년 전이다.
당시 정금마을 재건축사업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4파전을 벌여 2007년 7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년 전 울산 지역 최대 재개발로 꼽혔던 B-04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으로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수주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절차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관심을 보이며 기대감이 나왔다. 다만 두 건설사가 실제 입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2차 입찰까지 무응찰로 유찰됐고 이후 조합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해 두 건설사가 함께 2023년 5월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오 사장과 윤 사장은 모두 2021년 대표이사에 올라 연임에 성공해 올해부터 2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사장은 연임은 업황 악화로 건설업계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안전·상장 등 갖가지 이슈로 수장 교체가 빈번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서로 도시정비시장에서 맞붙었던 적이 드문 만큼 두 사장은 임기 내 대규모 재개발사업 대결에서 승전고를 울리는데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포스코이앤씨도 지속해서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부산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1조3247억 원)으로 테이프를 끈은 뒤 8월 말 서울 성북구 길음5구역 재개발사업(2848억 원)과 경기 성남시 분당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사업(5500억 원)까지 모두 4조7191억 원의 신규수주로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로 치른 첫 수주전인 올해 초 부산 촉진2-1구역에서 삼성물산을 꺾는 기염을 토한 만큼 이 기세를 서울로 옮겨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3월 선임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에게도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톱2 건설사를 모두 꺾는 전례 없던 업적을 남길 기회인 셈이다. 또 대표 선임 직후인 3월 말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현대건설에 밀린 복수전이기도 하다.
시공권을 바라보고 있는 건설사들 물밑 작업이 치열한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바로 옆에 위치한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리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다툼을 떠오르게 한다.
2019년부터 본격화한 한남3구역 시공권 경쟁은 당시 시공능력평가 2,3,4위에 위치했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세 건설사의 대표를 포함한 고위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수주전에 힘을 보탤 만큼 역대 손꼽힐 만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시공사 선정 총회를 보름여 앞둔 2020년 6월4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합동설명회에는 당시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이 직접 단상에 올라 설명을 맡아 사업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당시 윤영준 본부장은 한남3구역 조합원 자격까지 취득하기도 했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 현대건설 >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치열함은 검찰 수사까지 이뤄지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개입해 일정이 미뤄졌던 일에서도 알 수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2019년 8월2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최초 입찰공고를 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입찰 마감일은 같은 해 10월18일로 정해졌고 선정 총회는 11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찰 마감 뒤 과당경쟁 탓에 세 건설사의 입찰제안에서 이주비 지원, 임대주택 제외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포착됐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세 건설사의 제안 가운데 사업비 및 이주비의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0) 등의 공약 들이 직간접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위법행위를 이유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 밖에도 건설사 외부 홍보대행사 직원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일명 ‘돈다발’ 의혹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검찰이 세 건설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려 최악의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조합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재입찰 방식을 택했고 사업은 수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에 2020년 2월1일 재입찰 공고를 통해 시공사 선정 절차가 재개됐고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쳐 추가로 사업이 지연된 끝에 2020년 6월21일 2차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최고 22층, 51개 동, 2331세대의 공동주택 등이 조성하는 공사다. 3.3㎡당 공사비는 940만 원으로 총공사비는 1조6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한남4구역을 향한 관심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업지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아 실제 입찰 마감일까지 건설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