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T가 5G 가입자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재 중간요금제보다 1만원 이상 싼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은 통신사업에서 3위 LG유플러스에 바짝 쫓기고 있는데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운 5G 요금제로 고객 잡기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KT 3만 원대 5G요금제 가시화, 김영섭 '꼴찌 추락' 막기 위해 먼저 움직인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5G에서 골찌로 추락을 막기 위해 3만 원대 요금제를 먼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KT >


다만 3만 원대 5G 요금제는 4만~6만 원대 5G 중간 요금제와는 달리 통신사의 수익성을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통신사와 협의해 2024년 1분기부터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KT가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3만 원 후반대 요금으로 3~4GB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5G 요금제를 마련해 과기정통부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새로운 요금제는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내놓은 뒤 KT나 LG유플러스가 뒤따르던 이전 통신업계 관행과는 대조된다.

KT 관계자는 “저가형 5G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출시 시기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5G 가입자 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상황이다.

KT의 5G 가입자 수는 2023년 9월 기준 951만4050명으로 올해 1월 858만1551명 대비 93만2499명이 증가했다. 2022년 5G 가입자가 약 200만 명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9월 KT의 8월 대비 5G 가입자 증가율은 0.85%로 SK텔레콤(0.91%), LG유플러스(0.94%)와 비교해도 낮았다.

KT는 통신업계 2위 자리도 LG유플러스에 위협받고 있다.

9월 말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알뜰폰 제외)은 SK텔레콤이 3116만8214개, LG유플러스가 1801만6932개, KT가 1713만3388개로 집계됐다.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KT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월 요금이 1천 원도 못 미치는 사물인터넷 가입자를 제외한다면 여전히 KT가 LG유플러스에 앞서있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이와 같은 결과는 KT 내부에도 큰 충격을 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이번 KT 연말인사에서 통신부문 임원들의 대대적인 교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섭 사장은 통신부문 영업을 총괄했던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 직무대리(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안정을 꾀하는 선택을 했다.

통신부문에서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보다 KT 내부전문가에게 맡겨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T는 최근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T는 12월8일 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3 FE’의 구독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출시 뒤 4일 동안 갤럭시S23 FE를 통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구독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KT 3만 원대 5G요금제 가시화, 김영섭 '꼴찌 추락' 막기 위해 먼저 움직인다

▲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 < KT >


이현석 부사장은 "KT가 가장 먼저 선보인 갤럭시S23 FE 구독 서비스를 많은 고객들이 선택해 주셨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함께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양한 혜택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KT가 올해 6월에 출시한 청년요금제도 경쟁사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예시로 3만4천 원의 같은 청년요금제를 비교하면 KT는 데이터 16GB를 제공하는 반면 SK텔레콤은 12GB, LG유플러스는 10GB를 제공한다.

KT는 5G 요금제에서 남은 데이터는 환불하거나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만 원대 5G 요금제는 KT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4만~6만 원대 5G 중간 요금제와 달리 3만 원대 요금제는 LTE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KT의 2023년 3분기 기준 ARPU는 3만3838원이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월 3만9천 원에 25% 선택약정요금 할인을 적용하면 ARPU가 2만9250원인데 이는 기존 통신3사 ARPU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당연히 '요금제 다운셀링'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