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부 TSMC 인텔 반도체공장 보조금 철회 가능성, 예산 편성에 제동 걸려

▲ 인텔과 TSMC가 독일 정부에서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텔의 독일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독일 정부의 내년 예산 편성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TSMC와 인텔 반도체공장에 약속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와 인텔은 이미 정부 지원을 기대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는데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거나 큰 손해를 보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23일 RND 등 독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공장 건설에 들이는 정부 보조금 지급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미하엘 켈너 독일연방 경제기후대책부 차관은 RND를 통해 “기후전환기금이 크게 삭감되면 독일 드레스덴과 막데부르크의 반도체 투자 유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최근 정부가 600억 유로(약 85조 원) 상당의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기후전환기금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일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기후전환기금을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과 반도체산업 지원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인텔은 현재 독일 막데부르크에 300억 유로(약 42조 원)를 들이는 대형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TSMC도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약 14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했다.

두 반도체기업은 모두 독일 정부에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투자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이미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결로 정부 지원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반도체공장 보조금과 관련한 여론도 점차 악화하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RND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보조금 마련을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 지원금을 포함하는 기후전환기금 편성 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TSMC와 인텔이 내년에도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독일 예산위원회와 국회의원등도 이미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직접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해외 대형 반도체기업이 아닌 독일 현지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정부 TSMC 인텔 반도체공장 보조금 철회 가능성, 예산 편성에 제동 걸려

▲ TSMC 반도체 생산공정 참고용 이미지. < TSMC >

독일 정부는 인텔과 TSMC 등 반도체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공격적인 지원 정책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까지 인텔과 TSMC 반도체공장에 책정된 정부 지원금은 200억 유로(약 28조 원)에 이른다.

처음 반도체 지원 정책을 논의할 때와 달리 세계 반도체 시장에 공급부족 사태가 완화되고 오히려 수요가 크게 침체되었다는 점도 보조금 지급에 설득력이 낮아진 이유로 꼽힌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TSMC와 인텔이 공장 투자 지원금을 내년 이후에 받거나 아예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독일 정부의 예산 편성 계획과 관련해 큰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편성 문제로 반도체산업 투자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독일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를 통해 처음으로 지원 정책을 내놓았던 미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올해 예산 부족으로 ‘셧다운’ 위기에 놓였던 만큼 내년 예산안에 반도체 지원 예산을 포함할 때 정치권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 독일 등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반도체 보조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만큼 무리한 투자를 추진한 반도체기업들에 타격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톰스하드웨어는 “인텔과 TSMC가 반도체공장 건설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금 삭감 위기에 직면했다”며 “투자 지연 또는 축소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