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내정자가 ‘은행 수난시대’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조 내정자는 민간 출신으로 은행권의 현안과 어려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관료 출신과 비교했을 때 금융당국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제15대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정해졌다. |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조 내정자는 27일 23개 정회원사가 모두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거쳐 다음 은행연합회장에 정식으로 선임된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조 내정자를 단독후보에 선정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조 내정자는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
조용병 후보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의 임기는 12월1일부터 3년 동안이다.
은행연합회 회원사들은 조 내정자의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현재 은행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장 후보에는 다른 때보다 민간 출신이 유독 많았는데 이 점만 봐도 은행들이 어떤 회장을 원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역대 14명 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4명 뿐일 정도로 관료 출신 선호도가 높은 자리다.
현재 은행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 줄 은행연합회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생금융 실천을 강도 높게 요구받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이 최근 각각 내놓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위한 1천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도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내정자는 회장 후보 5명 가운데 가장 최근까지 현직에 몸 담아 은행권 어려움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조 내정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2017년 오른 뒤 올해 3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게다가 4대 금융지주 회장을 지내 업계에서도 무게감이 상당한 데다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도 갖췄다.
다만 조 내정자가 정부와 금융당국에도 은행권의 어려움이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로 꼽히는 상생금융만 봐도 정부,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이 필수인데 ‘관’ 경험이 없는 조 내정자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회장일 때 금융당국과 협조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업계와 금융당국 사이 중재자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가 20일 예정돼 있고 이후 관련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조 내정자는 은행연합회장으로서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내정자는 신한은행에 1984년 입사해 행원에서 그룹 회장까지 올라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그룹에 있을 때는 직원들을 잘 챙겨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탈하고 직원들과 잘 어울리다 보니 삼촌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당시 ‘엉클(uncle) 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회장일 때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추진력과 리더십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57년 6월 태어나 올해로 만 66세다.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쳤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