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TSMC 삼성전자 ‘밥그릇’ 넘본다, ARM 강력한 동맹 확보

▲ 인텔이 모바일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을 위해 ARM과 협력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손잡고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을 모바일 반도체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퀄컴과 미디어텍, 애플 등 고객사의 모바일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TSMC 파운드리사업의 핵심 먹거리에 해당하는 만큼 인텔이 적극적으로 이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텔은 현지시각으로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ARM이 18A 공정에서 저전력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1.8나노급 미세공정에 해당하는 인텔의 18A 생산라인에서 모바일 반도체를 우선 생산하고 향후 자동차와 데이터서버, 사물인터넷과 우주항공 등 분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텔은 2025년부터 18A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새로 구축하는 생산설비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ARM과 협력은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사업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절묘한 한 수로 꼽힌다.

그동안 PC와 서버 등에 쓰이는 고전력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던 인텔이 파운드리로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하려면 모바일 등 저전력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춰내야 한다.

ARM은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와 미디어텍 등 거의 모든 모바일 반도체기업의 반도체 설계에 활용되는 기본 기술인 아키텍쳐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인텔이 ARM과 힘을 합친다면 이러한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텔이 모바일 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파운드리 상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다.

TSMC와 삼성전자 모두 모바일 반도체를 파운드리 사업에 핵심 기반으로 두고 있어 인텔과 본격적으로 점유율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IT전문지 더레지스터를 통해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에 경쟁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ARM의 기술 자산을 활용하는 일은 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1.8나노 공정을 모바일 반도체에 처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앞세운 점도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025년부터 2나노 공정을 처음 도입해 파운드리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는데 인텔은 이보다 앞선 1.8나노 공정으로 고객사 반도체 수주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인텔 파운드리 TSMC 삼성전자 ‘밥그릇’ 넘본다, ARM 강력한 동맹 확보

▲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은 모바일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더라도 상위 경쟁사보다 우수한 공정 기술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면 삼성전자와 TSMC의 잠재 수요를 빼앗아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텔은 ARM과 협력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못박으며 1.8나노 이후 공정도 모바일 파운드리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더레지스터는 인텔과 ARM이 앞으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 단가 등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합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ARM이 인텔과 기술 협력을 발표한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ARM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기술 제휴가 ARM의 상장 시점에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이 약 2년 전 파운드리사업 진출 계획을 내놓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TSMC와 삼성전자가 여러 해에 걸쳐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 쌓아 온 노하우와 고객사 기반을 인텔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이 최근 4나노 미세공정 도입 계획을 밝히며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데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이 안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TSMC가 지난해 12월 도입한 3나노 미세공정은 인텔에서 올해 하반기 도입이 계획되어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인텔 파운드리사업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인텔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첨단 파운드리 시장을 양강체제에서 ‘3강’체제로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

 
인텔 파운드리 TSMC 삼성전자 ‘밥그릇’ 넘본다, ARM 강력한 동맹 확보

▲ 인텔의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