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이 넷플릭스와 벌이는 망사용료 소송과 관련해 든든한 우군을 얻으며 여론전에서도 적극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망사용료 소송에 따른 ‘풍선효과’로 콘텐츠서비스 가격이 인상될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의 반발이 거센 점은 최 사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소송 SK브로드밴드, 우군 늘지만 이겨도 져도 부담 커져

▲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이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소송과 관련해 KT, LG유플러스를 든든한 우군으로 얻었지만 서비스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소비자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비교해 역차별을 당해온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를 달래야 하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1년 신년사를 하는 최 사장. < SK브로드밴드 >


더구나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달리 이미 거액을 부담하던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망사용료 인하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금껏 글로벌 콘텐츠업체를 상대로 하는 망사용료 징수 문제에 관망하던 KT, LG유플러스가 측면지원에서 나서면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사용료 소송에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와 함께 최근 간담회 행사를 열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부터 망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조성에 나서며 SK브로드밴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사장으로서는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지급을 놓고 전 세계 통신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국내외적으로 쏠린 관심에 부담이 커졌는데 KT와 LG유플러스의 측면지원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망사용료 징수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에 공동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에 통신사들도 연대해 맞대응 여론전을 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미디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미디어사업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런 만큼 넷플릭스로부터 망사용료를 받아내는 것은 향후 사업전략을 구체화는 데 중요하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내년부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콘텐츠 등 고용량·고화질의 미디어서비스를 아시아 9개 국에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내 이들 국가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망투자 확대 의지를 보였다.

최 사장으로서는 망투자 및 운영관리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트래픽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구글, 넷플릭스 등이 국내 망구축 및 운영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2021년 10월~12월 기준 국내 트래픽 사용현황에 따르면 국내 최대 콘텐츠제공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1%, 1.2%의 트래픽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그쳤다. 반면 구글은 27.1%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사용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7.2%로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

SK브로드밴드는 망구축 등에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에만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망구축 등에 전년 동기보다 84억 원이 늘어난 2299억 원을 사용했다. 

앞서 2020년에는 8183억 원, 2021년에는 8228억 원을 투자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망사용료를 받는다면 이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2021년 9월부터 구글플레이, 애플앱스토어와 같은 앱마켓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시행했지만 구글과 애플은 오히려 2022년4월부터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며 콘텐츠앱내 결제액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최대 30%로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앱 이용료 가격은 도미노처럼 오르고 있어 소비자의 부담이 확대됐다.

넷플릭스도 2021년 6월 SK브로드밴드와 1심에서 패소해 망사용료를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뒤 같은해 11월 국내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그 뒤 항소해 2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업자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도 SK브로드밴드간 넷플릭스 망사용료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점도 최 사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콘텐츠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해외시장 공략 과정에서 망사용료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넷플릭스의 승리를 바라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은 이미 통신사에 막대한 망사용료를 지불해 왔는데 만약 넷플릭스가 승소한다면 형평성을 앞세워 망사용료를 덜어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

네이버는 연간 700억 원, 카카오는 300억 원 가량을 각각 통신사에 망사용료로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가 소송에서 패한다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협의해 망사용료 규모를 정하게 되는데 이때 정해진 망사용료가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사용료 기준점으로 작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의 협상력에 따라서는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사용료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콘텐츠업계 일각에서는 망사용료 징수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이 기회에 합리적 방식으로 망사용료를 재산정해 부담을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에 관한 2심소송의 6차변론이 12일에 열렸는데 여기서도 두 회사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앞서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원고)가 SK브로드밴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망 사용료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넷플릭스의 채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