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가 대표공약인 '기본시리즈'를 당 대선공약으로 만들어 낼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증명됐듯 이낙연 전 대표 등은 상당수 의원들이 기본소득 등에 반대하고 있다. 대선후보와 당 전체가 뜻을 모아야 하는 사안이 된 셈이다. 
 
이재명 기본시리즈가 민주당 대선공약 될까, 원팀 위해 묘수 필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26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 측은 그동안 내세워온 기본시리즈를 대통령 후보의 공식 공약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당내 다수 인사들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시리즈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일하는 동안 실천에 옮긴 기본소득정책에 경선 과정에서 새로 내놓은 기본주택, 기본금융 정책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 후보로서는 줄곧 기본시리즈의 필요성을 외쳐온 만큼 이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 약자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이 후보의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취약계층을 보듬는 포용적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충실히 예산을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 후보가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던 지역화폐를 두고 "지역화폐 예산은 이 후보도 지적했지만 다시 증액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와 예산국회를 통해 입법과 예산 심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많은 국민들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에서도 후보의 정책 구상과 실천환경 만들기에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는 24일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 원팀 구성을 위해 협의했다.

이 후보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공약인 '신복지'를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신복지 공약이 본인의 기본시리즈와 결이 같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25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복지는 민주당의 연구 결과이고 저도 이 정책에 대해 안 된다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며 "이 전 대표가 말했던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이 제가 다루는 부분적 기본소득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삼으려면 민주당 내부의 반대부터 넘어서야 한다.

경선 내내 갈등이 심했던 이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기본시리즈에 명시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수석대변인이었던 오영훈 의원은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기본소득정책이 우리 당의 정강·정책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며 "부합되게 공약을 정비할 것인가"라고 이 후보에게 물었다. 

이 후보는 오 의원의 질문에 "보편복지를 한다고 보편복지 이외에 정부가 일절 가계소득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보편복지의 개념 중에 기본소득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되짚어 보면 민주당 경선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이 후보의 기본소득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8월11일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뿐 아니라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까지 이 후보의 기본시리즈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똑같이 8만 원을 주는 것이 옳으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기본시리즈는 문제가 많고 기본도 안 돼 있다"며 "기본 소득은 엄청난 증세가 요구되고 나라의 곳간을 거덜내는 정책이다. 재원 대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이 후보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였던 추 전 장관도 이 자리에서 "재원 대책이 매우 허구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기본소득정책을 실제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다면 민주당 전체가 좌클릭을 하는 셈이다. 한국 정치지형의 큰 변화라는 시선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와 당의 주류가 일정한 '타협'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실상의 기본소득'이 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당분간 이낙연 전 대표의 대표 공약인 신복지를 흡수하면서 복지 관련 대선공약을 정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시리즈를 위한 당내 설득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학교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토지세와 탄소세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신복지는 기존 재원을 통해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두 정책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