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오픈뱅킹서비스를 내놓고 빅테크기업과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 경쟁에 나선다.

하나금융그룹도 디지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강화 기조에 따라 하나저축은행에 힘을 싣고 있어 오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하나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경쟁에, 오화경 인터넷은행처럼

▲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27일 하나저축은행에 따르면 8월1일 오전 3시 오픈뱅킹서비스를 출시한다.

저축은행 업계는 4월29일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하나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전산망이 아닌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어 다소 오픈뱅킹 시작이 늦어졌다. 

오픈뱅킹은 앱 하나로 다른 금융회사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저축은행업계는 주력상품인 중금리대출을 앞세워 신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하나저축은행도 상반기 출시한 비대면 중금리대출 ‘원큐슈퍼드림론’ 판매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존 금융지주들은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기업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으로서도 빅테크기업과 중금리 영역에서 맞붙을 수 있는 하나저축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하나저축은행의 오픈뱅킹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오화경 대표는 2021년을 디지털은행 전환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0년 디지털금융본부를 신설했고 200억 원가량을 투입해 2020년 말 차세대 전산시스템과 비대면 플랫폼 구축도 완료했다. 

오 대표는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 소식지 인터뷰에서 비대면 전환에 늦게 대응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면서 하나저축은행의 강점을 살려 빅테크업계와 경쟁체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오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며 “편의성과 만족도 면에서 인터넷은행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저축은행은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빅테크기업에 대응하는 역할 외에도 서민금융기관으로서 하나금융그룹이 강조하는 ESG경영에서 일정 부분을 담당한다.

2020년 하나저축은행은 햇살론과 중금리신용대출 등 모두 3985억 원의 서민금융을 신규취급해 하나금융그룹 전체 ESG개인여신의 40%를 차지했다. 나머지 60%를 차지한 하나은행과 자산규모가 200배 넘게 차이나는 것을 고려하면 ESG개인여신분야에서 큰 비중을 책임진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오 대표와 하나저축은행에게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7일자로 하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1천억 원을 추가로 출자한다. 하나금융그룹이 2012년 하나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나저축은행 자기자본은 2020년 말 기준 2200억 원 수준인데 이번 자본확충으로 3천억 원대에 진입한다. 은행지주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물론이고 전체 저축은행을 놓고 봐도 7~8위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추게 됐다. 

오 대표는 하나저축은행 자본확충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한도를 늘린 점도 하나저축은행의 여신 확대에 탄력을 더할 수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상반기 순이익 132억 원을 냈다. 2020년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91% 증가했다. 오 대표가 취임 이후 리테일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 전반이 호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저축은행의 실적 개선세는 눈에 띄는 편이다. 하나저축은행은 상반기 은행지주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신한저축은행(14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냈고 순이익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오 대표는 하나저축은행 출범 이후 첫 외부출신 최고경영자(CEO)다. 황종섭·정수진 전 대표 등은 모두 하나은행 출신이었지만 오 대표는 HSBC,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등을 거쳤다. 아주저축은행 대표 시절 부실 저축은행의 정상화를 이끈 경험을 인정받아 하나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됐다.

오 대표는 외부출신임에도 벌써 두 차례나 임기를 연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내부출신 대표들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2020년 3월 첫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고 2021년 3월 체질 개선과 경영성과 등을 인정받아 재연임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