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 계열사의 외화 등 자금조달 창구를 지주회사로 일원화하고 주요 사업전략도 그룹 협의체를 통해 수립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안정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사업전략 수립 등 의사결정 과정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에 대여방식으로 지원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원화 5천억 원, 외화 5억 달러 등 모두 1조1천억 원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국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해 계열사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어느 계열사에 자금을 대여해 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그룹 주요 사업라인 재편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신한금융지주를 통한 계열사 지원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20일 두산그룹 벤처캐피털계열사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등 계열사가 사업영역을 벤처투자까지 넓혀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주회사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 역시 신한금융 계열사가 인수합병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데 쓰이거나 재무구조 개선 또는 신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7월부터 그룹 외화자금 조달창구를 신한금융지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 지주회사의 자금 공급여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계열사가 추진할 주요 사업전략도 주로 그룹 차원 논의를 통해 수립하고 실행하는 체계를 갖춰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경제∙사회∙지배구조 등 ESG경영 강화,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 중장기 전략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조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가 참석하는 위원회에서 주도하도록 한 것이다.
조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 디지털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디지로그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올라 신한금융 계열사에 디지털 신사업 발굴 등 세부과제와 목표를 구체화해 제시했다.
ESG경영 강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 그룹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도 사회책임경영위원회 및 혁신금융추진위원회와 같은 지주회사 조직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주회사가 계열사별로 사업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제시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계열사들도 목표달성에 어느 정도 압박을 받게 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ESG경영 강화 등은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인 만큼 계열사들이 열심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CEO 경영평가에도 성과가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회장 연임을 확정한 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운영체계를 포함한 그룹 운영전략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금융시장 변화에 더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계열사 자금조달 창구와 사업전략 수립주체를 신한금융지주로 일원화하는 것은 이런 고민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가 미리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확보하면 사업자금이 필요한 계열사를 곧바로 지원할 수 있고 사업전략 변화에 관련한 의사결정도 더 빨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를 통해 다양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이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사업재편 가능성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