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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공'은 다시 채권단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기싸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20-06-09 14: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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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전면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공은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으로 넘어왔다. 앞으로 양쪽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은 다시 채권단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기싸움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9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장문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무려 A4용지 4장에 이르는 보도자료의 요점은 간단하다. 가격을 포함해 모든 조건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다시 협상하자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채권단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일단 협상 테이블에는 앉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종 거래 종결일인 27일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거래 종결일을 늦추는 데도 의견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을 비롯해 계약조건에서 어디까지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우선 구주 가격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말 아시아나항공을 2조5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3228억 원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를 사들이는 금액이다. 나머지 2조1772억 원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쓰기로 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은 1주당 4700원에 책정됐는데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4300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그것도 최근 며칠 사이 많이 오른 가격으로 3월 한때 주가가 227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이 구주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금호산업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구주를 판 대금이 고스란히 금호그룹 재건에 쓰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그렇지 않아도 그룹 규모가 쪼그라드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 처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보도자료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구주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동의 없이 추가 차입 및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결정하고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무려 11회에 이르는 공문을 보내 정확한 재무상태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성의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함께 갚기로 한 대출금을 놓고 만기 등 조건을 변경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영구채 5천억 원의 출자전환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의 이자부담이 큰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유예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은 다시 채권단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기싸움
▲ 정몽규 HDC그룹 회장.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천억 원을 인수했다. 이 영구채 금리가 7%대로 다소 높게 책정돼 산업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모두 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것이라면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대기업 가운데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만한 곳을 찾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특혜를 주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을 굳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넘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각 무산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원매자를 빨리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오랫동안 떠안게 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현재 항공업계를 둘러싼 상황 등을 볼 때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원매자를 금방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계약조건 변경 요구를 채권단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실상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고 재차 밝히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방이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강조하는 모양새”라며 “사실상 발을 빼기 위한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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