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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조선사는 ‘한국형 뉴딜’에서 소외, '선박 담보대출이라도' 간절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4-24 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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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조선사들이 ‘고난의 행군’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저유가가 겹쳐 업황이 침체하고 있지만 정부의 조선업 지원책마저 중형조선사들을 빗겨갔다. 

중형조선사은 자력 생존을 위한 금융지원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중형조선사는 ‘한국형 뉴딜’에서 소외, '선박 담보대출이라도' 간절
▲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 STX조선해양 >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뉴딜’에 조선업 지원책이 담겼지만 중형조선사들을 위한 지원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수금 환급보증(RG)의 발급 한도 2천억 원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적시에 발급한다는 것이 중형조선사들의 현안과 관련해 마련된 유일한 내용이다. 한도액이 딱히 늘어나지도 않았다.

선수금 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주사에 보증을 서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와 달리 중형조선사들은 선박 건조와 관련한 충당금을 자체 자금으로 소화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받지 못한다면 수주를 따냈더라도 계약이 취소된다.

정부는 2019년 4월 내놓은 ‘조선업 활력 제고방안’을 통해 선수금 환급보증의 발급 한도액을 기존 1천억 원에서 2천억 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의 지원책이라는 비판만 받았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박인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은 1척당 평균 건조가격이 3600만 달러(451억 원가량)였다.

대한조선의 주력 선박인 수에즈막스 탱커(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와 아프라막스 탱커(운임 효율이 가장 뛰어난 액체화물운반선)는 1척당 각각 6150만 달러(760억 원가량), 4850만 달러(600억 원가량)였다.

2천억 원의 선수금 환급보증 한도가 유지된다면 STX조선해양이 MR탱커를 1척 수주하고 대한조선이 수에즈막스 탱커와 아프라막스 탱커를 1척씩 수주하는 것으로 금융지원 잔고가 바닥에 가까워진다.

대선조선이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받을 수 없어 계약이 취소된다는 얘기다.

중형조선사들은 선수금 환급보증이 필요 없는 공공발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공공발주는 범위가 군함류의 특수선과 일부 컨테이너선 및 광석운반선, 소형 연안여객선에 한정돼 있는 반면 중형조선사들은 액체화물운반선(탱커) 건조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일감으로 중형조선사들을 도울 수 없다면 그들이 스스로 불황을 넘어설 수 있도록 금융지원이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미경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주 절벽기였던 2016년에도 중형조선사들의 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액이 6천억 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선수금 환급보증을 한도액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현장에서는 담보대출제도의 시행을 요구한다. 선박 건조 착수금을 담보로 선박 건조자금을 대출받은 뒤 건조한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 인도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방식이다.

중형조선사들은 하나같이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지원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생계획안을 이행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자체자금으로만 선박을 건조한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다. 여러 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할 때 자칫 흑자도산의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담보대출제도의 시행이 절실하다.

중형조선사들이 건조하는 중형선박시장은 선박의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으로는 전체 선박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그러나 척수 기준으로는 전체 선박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조선3사와 같은 대형조선사들의 성장기반이 될 선박 기자재회사들도 생존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대형조선사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형조선사는 ‘한국형 뉴딜’에서 소외, '선박 담보대출이라도' 간절
▲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대한조선>

중형조선사들은 대부분 채권단의 관리 아래 놓여있다.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한진중공업은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며 대선조선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수출입은행 산하에 있다가 4차례의 매각 시도 끝에 HSG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 가운데 2019년 흑자를 낸 것은 STX조선해양(99억 원)과 대선조선(113억 원)뿐이다.

두 회사는 흑자와 별개로 모두 보유현금이 적다. 흑자도산 우려가 나오는 STX조선해양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2019년 말 기준 853억 원이었고 같은 기간 대선조선은 49억 원에 그친다.

대한조선은 2019년에 2년치 일감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19년 흑자전환한 한진중공업도 조선부문은 영업손실 182억 원을 봤다.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HSG중공업의 판단 아래 선박 건조시장을 떠나 선박용 블록 제작에 전념하기로 결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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