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 체질 개선의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LG디스플레이는 11일부터 11월 말까지 5년차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희망퇴직자에게 기본급의 26개월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지급되며 연말까지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 온 뒤 이미 한 차례 2500명 규모의 생산직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곧바로 사무직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정 사장의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사업의 부진으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375억 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 연간 적자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4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해 연간 적자는 1조5천억 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 사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재무관리 전문가로 냉철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그의 복귀가 결정됐을 때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예견됐다.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까지 구조조정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정 사장은 10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혁신을 속도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위기의식을 보였다. 그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사실상 예고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사무직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2007년 LG필립스LCD 시절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LG디스플레이로 이름이 바뀐 뒤에는 처음이다. 이번 사무직 희망퇴직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2007년 사무직 희망퇴직은 LG필립스LCD가 LCD에서 올레드로 사업구조 전환을 시작하면서 LG디스플레이로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단초가 됐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LG필립스LCD는 1999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오다가 2006년 적자 9452억 원을 냈다. 당시 구원투수로 취임한 권영수 사장(현 LG 부회장)은 2007년 4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사무직의 약 5%인 300여 명을 내보내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필립스LCD는 희망퇴직이 이뤄진 2007년 2분기에 곧바로 흑자로 전환했고 이 해에 LG전자가 들고 있던 올레드사업을 통합했다. 사업구조 변화와 합작파트너인 필립스의 LCD사업 철수에 따라 2008년 회사이름을 LG디스플레이로 변경했다.
사무직 희망퇴직이 1년 안에 LG디스플레이로 간판을 갈아치우는 수준의 대변신까지 이어진 셈이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사무직 희망퇴직은 LCD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올레드 등 핵심기술부서는 제외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