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에서 해운동맹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의 해운물류를 단독으로 모두 맡을 수 있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해운사들은 해운동맹을 통해 마치 한 회사인 것처럼 물류망을 공유하고 있다.
해운동맹에서는 대형 선박을 운항하고 있느냐가 해운동맹 가입대상으로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커다란 요인이 된다.
해운동맹의 주축인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대부분 대형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 만큼 노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형 선박 운항 회사를 동맹상대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상선은 2020년부터 넘겨받기 시작하는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들이 해운동맹 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2M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2020년 3월 만료된다. 현대상선이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12대를 투입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2020년 4월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12대를 동맹 체결 즉시 투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을 구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배 사장 역시 사장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럽을 방문해 화주와 글로벌 선사의 경영자 등을 직접 만나는 등 해운동맹 체결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2M을 포함한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현대상선의 선복량 확대와 관련해 여전히 우려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2M의 해운동맹에 합류하거나 다른 해운동맹을 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덴마크의 해운전문언론 '쉬핑워치'는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발주를 진행했던 2018년 말 “한국의 국적 해운사 지원이 머스크를 비롯한 여러 대형 선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유럽위원회 무역사무관은 현대상선의 선박 발주를 경계하며 “유럽의 해운업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한편으로는 동맹을 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해운 전문가’가 아닌 배 사장의 외교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전임자인 유창근 전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해운인맥을 자랑하던 해운 전문가였던 만큼 배 사장이 해운동맹 체결과 관련해 받는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해운동맹 체결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배 사장의 취임 당시 제기됐던 ‘비전문가’라는 비판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해운동맹에 합류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두고 다른 동맹들의 영입 제안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2020년부터 초대형 선박을 운항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현대상선의 협상력도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