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KT맨도 예외없다. 1년의 기회를 주겠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
이번 조치는 취임 초부터 있었던 ‘황창규 개혁’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있었던 본사 임원 인사와 지난 2월 있었던 주요 계열사 인사에서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영입된 임원과 사장들을 낙하산 인사로 간주해 모두 자리에서 몰아냈다. 대신 그 자리에 KT 출신을 주로 앉히고 일부 계열사의 경우 삼성 출신들을 영입해 임명했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아왔던 KT 내부인사들과 이석채 전 회장이 남겨놓은 과제를 정리해야 하는 황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계열사 CEO 인사에서 이석채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표현명 전 KT 사장이 계열사인 KT렌탈의 사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과 권순철 전 KT 비서실장이 KTENS의 사장이 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KT의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KT캐피탈의 조화준 사장은 1993년부터 KT 내에서 재무를 맡아온 KT 정통 재무통이다. 엄주욱 KT파워텔 사장, 맹수호 KT커머스 사장, 계승동 KTM&S 사장, 박헌용 KT링커스 사장도 80년대부터 KT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내부인사들이다.
이같은 계열사 사장 인사에 대해 관료적이고 비생산적인 예전 KT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과 자칫하면 KT순혈주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황 회장이 이번에 주요 계열사 CEO 임기를 모두 1년으로 통일한 것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들에게 1년 동안 스스로 능력을 임증해 보이라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황 회장의 계열사 1년 임기 조처에 대해 단기에 성과를 내기 위한 경영진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뒤 “성과에 맞는 보상을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며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이번 조치도 그 연상선으로 볼 수 있다.
또 KTENS 대출사기 사건, 45일간의 영업정지,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태 등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황 회장의 위기의식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고객정보유출 사건이 터지자 KT 직원 3만여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하나만 더 잘못돼도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고 전제한 뒤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삼성전자 출신인 만큼 ‘성과의 삼성’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성과를 중시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를 KT에 심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통신사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신제품 출시 등으로 단기성과를 낼 수 없는데 황 회장이 통신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