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도입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놓고 한 걸음씩 양보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31일 신설 합작법인을 통해 완성차 공장을 세우기 위한 투자협약식을 열면서 7개월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광주형 일자리의 도입협상을 마무리했다.
▲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왼쪽부터),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3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시와 현대차의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 '행복한 동행'에 참석해 함께 만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투자협약서에 들어간 ‘신설법인의 노사상생협의회에서 결정한 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 35만 대를 이룰 때까지로 한다’를 놓고 법률적 관점에서 합의를 이룬 점이 협상 타결의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 법령 체계는 규범 2개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상위법을 우선 적용한다. 이를 감안하면 노사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을 규정한 문구가 투자협약서에 들어가도 임금·단체협약을 실제로 그때까지 미루기는 법적으로 쉽지 않다.
임금·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 노사상생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참여법의 상위법으로 분류된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2년을 넘어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설법인에서 노사상생협의회의 결정사항이 유효한 기간을 생산 목표치로 제한해도 상위법 우선 원칙에 따라 노조가 임금·단체협약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해 현대차도 광주시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예기간 명시는 신설법인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노사갈등이 없길 바란다는 뜻일뿐 임금·단체협약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법적 합의에 이르렀고 지역 노동계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신설법인의 노사상생협의회에서 결정한 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 35만 대를 이룰 때까지로 한다’ 문구는 최종 투자협약의 노사상생 발전협정서에 남게 됐다.
대신 광주시와 현대차는 눈에 띄는 경영성과가 나오는 등 중대한 사정이 바뀌면 신설법인의 누적 생산량이 35만 대에 이르기 전에도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협의를 통해 목표치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을 노사상생 발전협정서의 부속결의에 추가했다.
노사상생협의회를 운영할 때 제반 법령을 존중하면서 협정서에 없는 사항은 근로자참여법에 명시된 노사협의회의 운영원칙에 따르겠다는 문구도 부속 결의에 들어갔다.
광주시 관계자는 “부속 결의를 통해 안정적 근로조건을 지키고 예측 가능한 노사 상생모델을 구축해 신설법인의 경영을 이른 시기에 안정화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며 “근로자참여법에 명시된 노사상생협의회의 합리적·일상적 활동은 제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노사민정이 서로 양보해 사회적으로 더욱 큰 걸음을 내딛은 의미가 있다”며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임금을 보장하면서 노동 기본권도 보호해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시와 현대차가 노사상생 발전협정서와 부속 결의를 체결했다 해도 신설법인의 향후 경영상황에 따른 노사갈등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설법인의 노사상생 발전협정서와 부속결의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신설법인이 실제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요건은 임금과 생산체계를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라며 “노사상생 발전협정서의 부속결의가 향후 노조 또는 회사 양쪽에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