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 핵심과제로 떠오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이억원 쉽지 않은 수습의 길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금융당국이 기본 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품 상장 중단 등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증시 변동성과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오히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따른 문제가 정쟁으로 번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금융정책 당국 수장으로금융상품 출시와 운영을 비롯한 투자자 보호, 시장 안정 등 자본시장 정책을 총괄하는 이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20일 이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 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보완대책과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16일 금융위가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책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야당인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를 촉구하고 정부 책임론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스피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이 시장 변동성을 극단화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품 도입으로 국내 증시가 급등과 급락에 베팅하는 도박판이 됐다"고 비판했다.금융당국으로서는 예탁금과 최소 매매단위 상향 등 기존 조치의 효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후속 조치에 관한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금융당국은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 투자자가 살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는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16종목과 상장지수증권(ETN) 2종목이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하지만 출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몰리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16일 기준 최근 한 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목에는 모두 7조3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범위를 상품 출시 이후로 늘리면 최근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약 13조4천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동안 반도체주와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최고가와 비교해 주가가 크게 내렸다.최근 한 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대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50%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 보호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이 위원장은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중요한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하는 난제를 껴안고 있는 셈이다.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금융정책분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 부담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최근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블룸버그는 이날 보도에서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변동성 확대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출시를 지목하고 있다"며 "한국의 증시 '혁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골칫거리로 바뀌고 있고 이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바라봤다.블룸버그는 투자기관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증시 급등락을 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는 곧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기관인 금융위 수장인 이 위원장의 과제인 셈이다.금융당국은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상장폐지하지 않는 범위에서 동원할 수 있는 규제 조치를 꺼내들었다.당국은 앞서 16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책을 내놨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KBS 유튜브 갈무리 >8월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하려는 투자자의 기본 예탁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높이고 11월부터는 최소 매매단위로 1주에서 20주로 상향한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새로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과 기존 상품의 광고·마케팅도 중단한다.하지만 당국의 대책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추가 규제에 관한 이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현재 추가 보완책으로는 괴리율 관리 강화, 레버리지 배수를 1.5배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구체화한 방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괴리율은 ETF의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사이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더군다나 이미 예탁금과 매매단위 상향을 두고 일각에서 "부자들만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추가로 거래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기존 투자자의 재산권과 시장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질 수 있다.또 국내 상품만 규제를 강화하면 투자 수요가 다시 미국 등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해 애초 국내외 규제 격차를 해소하려 했던 제도 도입 취지도 약해질 수 있다.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조치는 사실상 투자 문턱을 올려 거래를 줄이겠다는 취지"라며 "다만 아예 거래를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품 자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바꾸기는 어려워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문제와 조금 다른 개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16일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들이 금융시장에 관해서는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관련 비판도 응당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시장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와 보완책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