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30년 된 사옥도 팔아야 할 판, 손영섭 광림·쌍방울과 신사업으로 돌파구 모색
비비안 30년 된 사옥도 팔아야 할 판, 손영섭 광림·쌍방울과 신사업으로 돌파구 모색
손영섭 비비안 대표이사가 30년 역사의 본사 사옥까지 매물로 내놓으면서 본업의 부진을 극복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비비안은 실적 부진에 따라 부실해진 재무적 체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광림·쌍방울과 연결된 신사업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28일 비비안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손영섭 대표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매각 검토 대상은 서울 용산구 본사 사옥과 부산 중구 광복동 근린생활시설 등 2곳이다. 용산 사옥은 지하 3층~지상 10층, 연면적 1만502㎡(3177평) 규모다. 부산 광복동 건물은 지상 5층, 연면적 1728㎡(523평) 규모다.특히 용산 사옥은 비비안이 약 30년 동안 보유해온 핵심 자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비안은 1997년 해당 건물의 최초 소유자로 등기를 마쳤으며 2020년부터 부동산 명의를 신영부동산신탁에 맡겨 관리하고 있다.손 대표에게도 용산 사옥 매각 검토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손 대표는 1967년생으로 1993년 남영나이론(현 비비안)에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정통 비비안맨'으로 꼽힌다.프랑스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의 상품기획과 디자인을 총괄한 뒤 브랜드사업 전반을 이끌었으며 2020년 대표이사, 2024년 총괄부회장에 올랐다. 회사가 용산 사옥을 보유한 약 30년의 역사를 대부분 함께한 손 대표가 이제 직접 사옥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 셈이다.2026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용산 사옥과 부산 건물의 장부가액은 각각 173억5천만 원과 96억4천만 원이다. 실제 매각가격이 장부가액과 비슷하게 형성된다면 두 부동산을 통해 270억 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비비안이 본사 사옥 매각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본업인 속옷사업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비비안은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194억 원, 영업손실 22억 원을 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3%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연간 실적을 봐도 매출은 정체된 반면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매출은 2021년 1878억 원에서 2022년 2130억 원, 2023년 2172억 원, 2024년 2217억 원, 2025년 2224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억 원에서 48억 원, 5억 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영업손실 50억 원을 봤다.비비안은 백화점과 아울렛 입점 매장을 주요 판매채널로 두고 있다. 매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매장 운영비와 판매수수료, 광고비 등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판매관리비는 6% 증가했다.비비안은 국내 1세대 속옷기업으로서 체형 보정 기능을 중심으로 형성된 브랜드 노후화를 극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최근 속옷시장에서는 편안한 착용감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내세워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플래그십 매장을 잇달아 열며 오프라인으로도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대표적으로 '베리시'를 운영하는 딥다이브의 매출은 브랜드를 선보인 2021년 2억 원에서 2024년 647억 원, 2025년 915억 원으로 늘었다. 베리시는 온라인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서울 성수동과 도산동, 명동, 북촌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오래된 기업임에도 브랜드 전환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1999년 설립된 그리티는 편안한 착용감을 앞세운 '감탄브라'를 2021년 론칭하며 매출을 2023년 1761억 원에서 2024년 1947억 원, 2025년 2017억 원으로 늘렸다.비비안은 실적뿐 아니라 증시 지위를 지키는 데에도 부담을 안고 있다.비비안은 올해 시가총액이 300억 원 아래에 머물면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7월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서 벗어났다.다만 무상증자는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거나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높아지는 조치는 아니다. 주식 수를 늘려 거래 여건을 개선하고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는 단기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이에 손 대표는 본업만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주주 쌍방울과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광림을 등에 업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비비안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2곳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검토 대상은 서울 용산구 본사 사옥(왼쪽)과 부산 중구 광복동 근린생활시설 등 2곳이다. <비비안>비비안은 7월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풍력과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해당 안건의 찬성률은 44.9%로 최대주주인 쌍방울이 보유 지분(44.82%)을 활용해 비비안의 신사업 진출에 힘을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비비안은 이후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특장차기업 광림과 합작법인 '호남신재생에너지공사'를 설립하며 실제 사업에 착수했다. 광림이 합작사 지분 51%, 비비안이 49%를 보유한다. 광림→쌍방울→비비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신사업 추진으로 연결된 셈이다.호남신재생에너지공사는 8월 해양선박과 해상풍력·해양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비안은 설비를 직접 제작하거나 시공하기보다 사업 투자와 프로젝트 관리, 기자재 조달 및 유지보수 등에 참여해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비비안이 광림·쌍방울과 손잡고 본업 밖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비비안은 2020년에도 광림·쌍방울 등과 함께 '화현관광개발'에 출자해 경기 포천시 골프장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지배구조로 얽힌 회사들이 별도 법인을 세워 비본업 영역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과 방식이 비슷하다.다만 골프장사업은 추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비비안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화현관광개발은 설립 이후 한 차례도 매출을 내지 못했으며 지난해에도 순손실 13억 원을 기록했다.손 대표로서는 사옥 매각까지 검토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에는 실제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손 대표는 이날 비비안의 보도자료를 통해 '(무상감자 등) 자본 유동화 작업과 신사업 추진은 건전한 재무구조와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본업과 신사업의 유기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차질 없이 사업을 완수해 시장과 주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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