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억 중국 인구 감소 대응해 '로봇 국가' 전환 가속, 한국도 정책적 대응 필요성 커져
- '14억' 중국이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가운데 고용 충격 같은 부작용의 대응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한국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자동화 추세가 강화되는 추세인데 이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노사 분쟁 격화 가능성을 놓고 노동자 재교육이나 연금제도 정비 같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AI 로봇 도입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2일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로봇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로이터는 중국 로봇기업 UB테크가 지난 6월30일 선전시에서 가사 업무를 돕고 사용자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도록 설계된 2족 보행 로봇(휴머노이드) U1 시리즈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 로봇을 제조업 혁신의 핵심 수단으로도 육성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로봇 도입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4월8일에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중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 즉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숫자는 166대로 전년보다 17% 높아졌다.같은 시점 중국에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약 200만 대로 세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이는 2위인 일본의 4.5배 수준이다.로봇 도입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 전반의 자동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의류와 신발 등 노동 집약적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로봇이 일상화됐다.중국 최대 호텔 운영사인 화주그룹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자동화에 따라 객실당 직원 비율이 0.1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 평균은 객실당 0.3명~0.8명 수준이다.파이낸셜타임스는 로봇이 가정과 산업 현장 곳곳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중국을 두고 "로봇 국가"라는 이름을 붙였다.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한국과 중국 모두 산업 현장에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로봇 국가'로 전환 속내는 인구 감소, 실업률 문제도 골머리중국이 로봇을 빠르게 도입하는 배경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2024년 7월에 펴낸 세계 인구 전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5세~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기준 10억 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후 점점 줄어 2100년에는 3억 명까지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추정됐다.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비중이 늘어나는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 DESA는 현재 전체 인구의 23%인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100년에는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빠른 로봇 도입은 실업률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22일 16세~24세 연령층의 5월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포인트 높아진 15.6%라고 집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또한 뉴욕타임스의 지난 5월19일자 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나 음식 배달 등 플랫폼 기반 비정규 노동자는 2억 명을 웃돈다.인공지능 로봇 성능이 개선돼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수록 정규직이 축소되고 일자리 문제는 풀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양상이 나타나는 셈이다.이에 중국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용 정책을 담당하는 인적자원사회보장부는 지난 1월27일 핵심 산업에 맞춤형 고용을 포함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정년 연장안이 2024년 9월13일 통과된 점도 로봇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 근로자의 법정 퇴직 연령은 각각 63세와 58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된다.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필립 오키프 인구고령화센터 교수는 CNN을 통해 "정년 연장을 포함해 연금 제도 개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노란색과 검은색 헬멧을 착용한 배달 노동자가 6월1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 앉아서 쉬고 있다. <연합뉴스>◆ '로봇 밀도 1위' 한국도 무인 서비스 확산, 노동 문제 확산 가능성중국의 이러한 로봇 도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이미 제조업 자동화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IFR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숫자는 1220대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19년~2024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7%에 달했다.로이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무인 카페와 라면 판매점, 꽃집 등 무인점포도 확산돼 로봇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이른바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을 마주한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로봇 도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8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섰다.지난해 3591만 명에서 2030년 3417만 명으로 줄고 2040년이면 3천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은 로봇을 도입하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 및 삼성전자 등 기업 중심으로 로봇 공급망에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25일 보고서에서 2035년이면 전 세계에서 한국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되는 휴머노이드 비중이 3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중국의 경우와 같이 로봇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놓고 한국에 과제를 안길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인구 14억 명의 중국마저 인구 감소에 대비해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마당에 인구가 훨씬 더 적은 한국에는 로봇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빨리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 1월22일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휴머노이드도 생산 현장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낸 것은 로봇 도입과 일자리 감소를 둘러싼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기사에서 현대차 노조 사례를 다루며 "로봇 도입 우려가 점점 더 현실 세계의 노동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의 미래(Future of work)'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AI와 자동화 확산이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노동자 기술 재교육, 사회보장 제도의 재정비 등 같은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