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 행사 폭염・폭풍에 망쳐, '기후변화 부정론자' 트럼프 기상이변에 체면 구겨
- 독립 25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준비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가 기상이변으로 예정보다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뇌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립기념 연설 행사가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평소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에서 체면을 구기게 된 모양새다.◆ 독립 250주년 행사 폭염과 폭풍에 취소 잇따라6일 ABC뉴스, CBS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가 예정보다 크게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이번 독립기념일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여서 평소보다 화려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었다.하지만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 워싱턴 D.C., 볼티모어,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에서는 극심한 폭염의 여파로 뇌우가 발생했다.4일 당일 워싱턴 D.C.의 기온은 39도까지 오르며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워싱턴 D.C.보건 당국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 51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겪었고 1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이에 워싱턴 D.C. 시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독립 기념 퍼레이드도 취소됐다.극심한 폭염 여파에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수요가 치솟아 독립기념일에 정전이 발생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미국 전력 현황 사이트 '파워아웃'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북동부 일대에서는 약 77만8천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독립기념일 폭염 원인은 기후변화앞서 3일(현지시각) 국제 기후 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은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폭염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WWA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폭염이 발생할 확률과 강도를 분석했다.그 결과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이번과 같은 폭염은 수천 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할 정도로 희귀한 일인 것으로 나타났다.세계기상특성은 이번 폭염은 기후변화가 발생한 현재 기준으로 따져봐도 약 200년에 한 번 발생할 만한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프레데리케 오토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기후과학 교수는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즐기고 있는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더 오래 끌수록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기후변화 대응을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며 이런 소신을 각종 정책에 반영했다. 온실가스가 위해하다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원칙을 폐기했고 파리기후협정을 비롯한 주요 기후 대응 국제 조약에서 탈퇴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를 축소하고 기후 대응 연구와 관련한 정부 예산도 줄였다.이런 정책 기조 속에서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미국 독립기념일 관련 각종 행사가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과 뇌우로 축소돼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된 모양새가 빚어진 것이다.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연설 도중 한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와 뇌우에도 행사 강행한 트럼프르몽드는 3일(현지시각) 독립기념일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위대한 미국 박람회' 행사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박람회 부스들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르몽드는 '박람회 현장을 실제로 방문한 얼마 안되는 사람들도 그늘을 찾아 비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독립기념일 당일에는 뇌우 예보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행사가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에 연설은 예정보다 몇 시간 늦은 시각에 재개됐다.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저녁 7시에 현장에 모인 인파는 42만 명이나 됐다'며 '하지만 악천후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고 번개까지 쳐서 모두 어쩔 수 없이 대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이어 '행사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나는 이를 번복할 것을 명령했고 놀랍게도 최소 15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돌아왔다'며 '평소처럼 행사가 진행됐을 때보다도 더 멋진 밤을 보냈다'고 덧붙였다.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실제로 현장을 찾은 인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고 지적했다.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신속하게 통제해준 경호국과 경찰에 감사를 표한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보여준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