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이 발생했다 회수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면 공사기간에 걸친 건설사의 누적 자금수지는 어떻게 변할까.
분양수입을 기초로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구조를 단순화해서 가정해보자.
분양대금 유입은 공사기간동안 계약금 10%를 시작으로 중도금 60%(10%X6회), 그리고 준공시점에 가서 잔금 30%가 한번에 유입된다고 가정한다.
건설사는 이 기간동안 꾸준하게 공사원가를 투입하기 때문에 누적 자금수지는 일반적으로 누적 공사비투입액이 누적 공사대금회수액보다 더 큰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진다.
수분양자가 마지막 중도금을 납입하는 시점에 이르면 누적 자금수지가 거의 플러스에 근접하지만 이후 다시 큰 폭의 마이너스로 전환한다.
나머지 잔금 30%가 유입되는 준공시점까지는 분양대금의 추가유입없이 건설사가 자체자금으로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준공시점에 이르러 잔금이 유입되면 건설사의 누적 자금수지는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 건설사의 누적자금수지. <한신평 자료>
그림(한신평 자료 재가공)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사는 공사 마무리 구간에서도 계속 원가를 투입하고 준공시점까지 매출채권이 발생한다.
따라서 준공이 임박한 공사 프로젝트가 많은 건설사라면 매출채권 증가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한신평이 자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진행사업장의 준공시기를 파악해 본 결과 지난해 2분기~올해 2분기까지는 매분기 준공물량이 3만5천 호~4만5천 호에 이르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부터는 3만호 이하로 떨어지면서 준공물량이 줄어든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지금이 매출채권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공사비 분쟁과 지방의 미분양까지 겹치면서 매출채권 급증에 따른 운전자금 압박, 이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출채권이 감소한 일부 건설사들도 있지만 중소중견 및 대형 건설사 할 것 없이 대부분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은 5조3192억 원(2023년 말 3조3786억 원), 대우건설은 2조2771억 원(1조8559억 원), DL이앤씨는 1조3541억 원(1조1618억 원), 포스코이앤씨는 1조5852억 원(1조2036억 원) 수준의 매출채권 잔액을 기록했다.
매출채권의 절대적 금액도 증가했지만 매출액 대비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 1위~50위 건설사 매출채권은 2021년 말 28조 원이던 것이 이후 34조2천억 원(2022년 말), 42조2천억 원(2023년 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말에는 45조7천억 원에 이르렀다.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도 같은 기간 24.7%에서 30.9%로 6.2%포인트 높아졌다.
한신평은 “A급 이상 대형 건설사는 일반적으로 기성불 공사보다는 분양실적에 따라 공사대금 회수 규모가 결정되는 분양불 공사 비중이 높다”며 “준공물량 집중에 따른 매출채권 증가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저조한 분양경기에 따른 매출채권 증가는 미분양이 해소돼야 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