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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희토류가 새로운 자원 무기 될 수 있나?
- 지난 2010년 9월7일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충돌하며 발생한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싱겁게 끝났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가하자, 일본은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하고 저자세를 취했다.지난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시작된 양국의 무역분쟁도 중국 쪽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에 더해 미국산 콩 등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 쪽은 변변한 대응도 못했고, 중국 쪽에 콩 수입 등을 요구하며 무역전쟁에서 꼬리를 내렸다.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11월17일 일본 의회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대만 유사 사태는 일본의 존립위기라고 규정해, 자위대가 동원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지난 6일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본 수출금지령을 내렸다. 이중용도 물자에는 반도체, 전기차, 드론 등에 필수적인 7종의 희토류가 핵심으로 포함됐다.이번에도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무릎을 꿇게할 수 있을까? 각국의 희토류 확보 전쟁은 마치 1970년대 초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희토류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착각하는 것이 있다.첫째,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광물이나 사실 전 세계에 널려있다. 단위 면적당 묻힌 양이 극소량이기 때문에 희토류라고 부를 뿐이다.물론 중국에 매장량이 많기는 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5~26년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은 4400만톤으로 약 36~40%, 브라질은 2100만톤으로 약 16~18%, 베트남과 러시아는 각각 1200만톤으로 9% 내외, 미국은 약 190만톤으로 1~2% 내외이다.하지만, 이는 현재 채굴가능한 매장량의 추정치일뿐이다. 광대한 영토의 러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아프리카 각국에 얼마나 더 희토류가 있을지 알 수 없다.둘째, 희토류는 고정된 광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질학적으로 희토류는 17종의 희귀 광물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서 기존에 필수적 광물의 필요성이 줄고, 전혀 쳐다보지 않던 다른 광물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 미국은 희토류라는 표현보다는 '중요광물'(critical minerals)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셋째, 무엇보다도 희토류는 매장량이 아니라 채굴과 가공이 중요하다. 중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 되고, 과거 희토류 강국이던 미국이 그 위세를 잃고, 선진국 등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희토류 생산에 의지하는 이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희토류를 채굴하고, 제련 등 가공하는데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고 환경오염도 뒤따른다. 보통 1톤의 희토류를 채굴하는데, 1~2톤의 폐기물이 나온다. 그 폐기물도 대부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물과 황산, 염산 등 독성 물질이 필요하다.희토류에서 애초에는 미국이 강국이었다.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 있는 '마운틴패스' 광산은 1950년대부터 희토류를 생산했고, 1965~1995년 사이에는 전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지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 시장을 거의 지배했다.하지만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 수반되는 인력과 환경오염 때문에 미국 같은 선진국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으로 변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1992년 당시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지만,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그의 딸 덩난은 자력이 강하고 소형화하기 쉬운 네오디움 자석을 만드는 특허를 가진 미국 회사 마그네퀸치를 중국이 인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중국은 네오디움 자석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풍부하나, 그 제련이나 기술이 없었다. 이 회사 인수를 계기로 중국은 본격적으로 희토류 제련과 가공 기술을 확보해 나갔다.희토류를 생산하고 가공하는데 넓은 땅, 말 잘듣는 값싼 노동력, 그리고 환경오염 등에 개의치 않는 정부가 필요하다. 개혁개방을 시작했던 당시의 중국이 그런 요소를 모두 갖췄었다. 지금 중국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희토류 제련 등 가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처럼 하려면 못할 것도 없으나, 문제는 돈이다. 중국처럼 '가성비' 좋게 희토류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있어야만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어쨌든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휘두른다고 볼 수 있으나,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희생해서 싼값으로 희토류를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다.사실 전 세계는 그동안 중국 때문에 싸고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중동 석유를 전 세계가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았던 것과 비슷하다.하지만 이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휘두른다고 해서, 과거 중동 산유국의 석유무기화 같은 효과를 내고 지속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앞서 말한대로, 희토류는 석유처럼 매장이 편중되어 있지 않고,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 기술 발전에 따라서 특정 희토류에 대한 수요는 달라지고, 어떤 희토류가 부상할지는 알 수 없다.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무엇보다도 이제 희토류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종전을 중재하면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희토류 광물 이권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나, 최근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 모두가 희토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특히 그린란드는 향후 희토류 전쟁의 관건이 되는 곳이다. 그린란드의 확인된 희토류 매장량은 통계상 약 150만 톤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대략 8위권으로 평가된다. 생산은 아직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초기 단계이다. 일부 지질·산업 연구에서는 아직 개발 전 단계의 매장지까지 포함해 그린란드 전체 희토류 잠재 자원이 수천만 톤급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희토류 생산에서 그린란드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는 중(重)희토류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輕)희토류와 중(中)희토류는 세계 각지에 분포되고 매장량도 많으나, 무거운 희토류인 중희토류는 채굴 난도도 높을 뿐더러 현재는 중국 장시성에서 대부분 채굴된다. 중국을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중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그린란드의 크바네펠트 광산이다.트럼프가 막무가내로 그린란드는 미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한 배경이다. 또 그린란드는 땅도 넓고 인구도 희박해 오염이 동반되는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린란드가 미국에게 희토류의 새로운 금맥이 된다는 것 역시 아직은 가능성일뿐이다.트럼프 행정부가 저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그린란드가 미국 땅으로 주장한다면, 그린란드는 분쟁의 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희박한 인구 때문에 막상 개발에 들어간다고 해도, 일할 노동력도 없다. 결국 노동력이 외부로부터 들어와야 한다. 인건비도 문제이나 그린란드 원주민으로서는 자신의 땅을 오염시킬 외부인들의 존재가 순순히 수용할지도 의문이다.그린란드의 희토류는 먼 장래의 일이다. 그보다는 당장 희토류 전쟁의 승패를 가를 사안이 있다. 대만 사태에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겨냥한 최근 발동된 중국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금지이다.2010년 센카쿠 열도 사태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항복한 일본은 그 후 절치부심했다. 당시 희토류 수요의 90%를 중국으로 수입하던 일본은 희토류 공급처를 다변화해서, 현재 대중국 의존도를 60~70%까지 줄여놓았다. 공급선 다변화 외에도 암시장에서 희토류를 엄청나게 사들여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끊기다고 해도 20년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희토류를 확보했는지는 이번에 증명될 것이다.이번에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견뎌낼지는 향후 희토류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