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행정수도특별법안 처리 이번에도 제자리, 여야 반대 없는데 국회 문턱 못 넘는 이유
행정수도특별법안 처리 이번에도 제자리, 여야 반대 없는데 국회 문턱 못 넘는 이유
행정수도특별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세종시는 10년 넘게 '사실상 행정수도'에 머물러 있다.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 입법은 번번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안에 추진력이 실리지 않는 것은 여야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6월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행정수도특별법안 입법 지연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상호 세종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 세종 완성은 세종시만의 과제가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을 분산시키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라며 행정수도특별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행정수도특별법안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등의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현재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 발의한 특별법안 5건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특별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실제 상정됐다. 하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당초 심사가 기대됐으나 전체 65개 안건 중 최하단인 61~65번에 배치되면서 순번에서 밀린 것이다. 그 뒤 이달 7일 법안심사소위는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로 인해 취소됐고, 14일 열릴 소위도 순번상 행정수도특별법안 심사가 이뤄질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정치권의 공식 입장은 분명하다.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세종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은 민주당의 약속이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세종이 행정수도로서의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행정수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은 2014년부터 세종시장 자리를 지켜오다 2022년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내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세종시장 자리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길 수 있도록 헌법 개정, 특별법 제정, 청사 건설 등 제반 사항을 함께 검토하고 함께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하지만 실제 입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6월 행정수도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수도특별법(안)은 일반 법이 아니라 국가의 틀을 바꾸는 '제정법'이다. 정부 조직과 기능, 재정과 권한까지 전면적으로 건드리는 법이기 때문에 정부 동의 없이 서두르다 이견이 생기면 2년, 3년씩 멈춰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적었다.그러면서 "단순히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통과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고 덧붙였다.정부 조직과 재정, 권한 재배치까지 수반되는 대형 제정법인 만큼 부처 사이 협의가 필수적이고, 자칫 졸속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지난해 5월 행정수도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의 심사 지연을 강하게 비판했다.황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야 지도부가 조속 처리를 약속했음에도 국토위 여야간사는 법안 심의를 늦추고 있다"며 "이번 주 열기로 했던 국토위 소위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고 다음(14일) 소위 때 심의 순서를 앞당겨달라는 요구에도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황 의원은 이어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여야 지도부 그리고 국토위 양당간사의 진심은 무엇인가. 말로만 때우고 그냥 흐지부지하는 게 진심인가"라고 꼬집었다.행정수도특별법안 입법 속도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부담, 지방선거를 앞둔 전략적 고려, 법안 처리에 따른 정치적 책임 회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정치권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안일수록 책임 주체가 분산되면서 오히려 실행이 늦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세종시는 2012년 정부청사 이전을 시작한 뒤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면서도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이 정책에 뒤처지는 현상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기인한다. 당시 헌재가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제동을 걸면서,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타협안 아래 미완의 상태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현재 중앙부처의 70% 이상이 세종시로 옮겨갔고,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설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법적 지위가 여전히 공백인 탓에 세종의사당은 '분원'으로, 대통령실은 '집무실'이라는 한시적 성격의 명칭을 떼지 못하고 있다.이처럼 하드웨어 구축은 진행되는데, 소프트웨어는 공백인 '기형적 구조'는 행정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특별법 제정 시도는 20여년 전 멈춰 세운 수도 이전의 마침표를 찍고 정책과 제도의 괴리를 메우는 마지막 퍼즐 맞추기인 셈이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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