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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직연금 의무화 착수, 중소기업 사외적립 부담 완충장치 과제로
정부 퇴직연금 의무화 착수, 중소기업 사외적립 부담 완충장치 과제로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를 외부에 적립하도록 하는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추진되면서 제도 시행 20년 만에 퇴직금 체계가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과 제도 설계가 정책 추진의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일하는 동안, 그리고 은퇴 후'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을 촘촘하게 하는 정책들을 논의한다"며 "노사정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2월 발표한 노사정 공동선언에 관한 후속조치를 보고했다.정부는 관계부처와 전문가, 노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운영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세부 내용을 7월까지 확정하고, 올해 안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이번 조치는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6일 발표한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다. 당시 노사정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기존 계약형 중심 구조에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퇴직연금제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도산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퇴직연금은 2012년 7월부터 신설 사업장에 도입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기존사업장의 도입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2024년 기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전체의 26.5% 수준에 그친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0%를 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 수준에 불과하다.정부가 추진하는 사외적립 의무화는 이 같은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현재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퇴직급여 충당금을 쌓는 방식으로도 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기업이 파산할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퇴직연금을 금융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하면 기업 도산 등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임금체불액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6838억 원이 퇴직금 체불이었다.이번 제도 개편의 또 다른 핵심 축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2%대에 머물러온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기금형은 전문 운용기관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여러 과제가 제기된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월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테스크포스(TF)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무엇보다 퇴직연금 의무화가 중소기업에 상당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 안착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사외적립이 의무화되면 기업은 퇴직급여를 회계상 부채로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금 형태로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한다. 영세 사업장의 경우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일각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는 퇴직급여 적립 부담이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이를 고려해 정부는 6월까지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단계적으로 사외적립 의무화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단계적 확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어주지 못하는 만큼 금융지원 등 세부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제3자가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지배구조와 수탁자 책임을 어떻게 설계할지도 제도 정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실무작업반 운용을 통해 노동자의 수급권 보호와 수탁자 책임 확보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을 세웠다.퇴직연금 적용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현재 퇴직연금 적용 대상이 아닌 1년 미만 근로자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을 위한 노후소득 보장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정부가 20년 만에 추진하는 퇴직연금 개편은 중소기업 부담 완화, 기금형 제도 설계 등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제도 정착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 행사에서 "사외적립 과정에서 영세·중소기업이 겪을 수 있는 부담을 외면하지 않겠다는데 노사정이 뜻을 같이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착수하고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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