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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자처한 박홍근 재정은 조이고 성장은 푼다, '선별적 투입' 제구력 시험대
'악역' 자처한 박홍근 재정은 조이고 성장은 푼다, '선별적 투입' 제구력 시험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성장 투자 확대를 동시에 강조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 기조를 둘러싼 '속도 조절자'로서 시험대에 올랐다.재정 건전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필요한 시점에는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선별적 확장'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24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박 장관이 예산 편성뿐 아니라 2045년 중장기 전략에 관한 구상을 내놓으면서 올해 1월 출범한 기획예산처의 정책 방향성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박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기한 '한국 부채비율 63.1%(2031년 기준) 도달' 경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IMF 보고서는 과하게 전망하는 것이 많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실제로 2021년 당시 IMF는 2024년 한국의 부채비율을 61.5%로 내다봤으나, 실제 결과는 49.7%로 11.8%포인트의 오차가 발생했다.박 장관의 발언은 부채 비율에 매몰돼 재정의 경기 대응 기능을 제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실제 정책 방향은 총량 확대 속에서도 지출 구조를 조이는 '선별적 긴축' 신호에 가깝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인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법률에 따라 자동 증가하는 의무지출에는 사상 처음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복지·연금 등을 포함한 구조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미 편성된 추경의 신속한 집행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확장 재정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집행 순서와 타이밍을 관리하겠다는 접근으로 읽힌다.다만 박 장관의 이 같은 '지출 통제' 행보를 단순한 건전성 관리 차원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는 "재정 운용에는 '때'가 있다"며 "제대로 투자해 성장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 사례를 언급하며 재정 투자를 통한 성장과 세수 확충의 '선순환 구조'도 제시했다.이 같은 기조는 취임 당시부터 예고된 흐름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재정을 "민생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규정하며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 재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균형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며 성역 없는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개혁 추진도 예고했다.민생 대응을 위한 속도감 있는 재정 투입과 지출 구조조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확장과 관리'를 동시에 거머쥐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취임 첫날인 2026년 3월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처 직원들과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같은 기조는 재정과 국가전략을 직접 연결하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구상에서도 드러난다.박 장관은 "'2045년 비전'을 연내 제시하겠다"며 "재정과 연계되지 않는 국가전략은 뜬구름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발표한 '비전 2030'을 계승·고도화해 재원 조달 방안까지 포함한 실행형 전략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박 장관은 22일 중장기 전략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기존 계획과 달리 '주권자 국민의 직접 설계'와 '재정 연계'를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1월 말부터 3040 젊은 박사급 전문가 중심의 민관협력체를 가동한 데 이어, 전략 과제들을 5개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연간 예산에 직접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2045 비전은 단기적으로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성장 기반을 확충하려는 박 장관의 '선별적 확장' 기조를 제도화하는 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동시에 구조개혁 과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분되는 구조를 가진 교육교부금과 노인 중 소득 하위 70% 계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개편 등은 대표적 충돌 지점이다.박 장관은 "누군가는 본인들이 쓰고 있는 것을 내놔야 가능한 일이다. 설령 악역이라 할지라도 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며 의무지출 감축 목표 달성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결국 박 장관의 역할은 재정 건전성과 경기 대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박 장관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실질적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획분과장을 맡아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와 검찰 등을 분리·개혁하는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박 장관이 지출 통제와 성장 투자 사이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어떤 정책적 호흡을 맞추느냐가 앞으로 재정 운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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