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중동 위기에 '가성비 중질유' 의존 흔들, 정부 정유 구조 '경질유 확대' 시동
중동 위기에 '가성비 중질유' 의존 흔들, 정부 정유 구조 '경질유 확대' 시동
정부가 이란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안에 대응해 정유와 석유화학을 잇는 산업 구조 전반을 조정하는 작업에 나선다.그동안 한국 정유업계를 지탱해온 '중동산 중질유 기반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이 공급망 위기로 막히자 경질유 활용 비중을 높이고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가동하는 등 체질 전환에 나서는 것이다.7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사의 원유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고 경질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인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주로 (중동에서 많이 나오는)중질유를 많이 쓰다보니까 이번 중동 사태에 대해서 굉장히 취약한 구조"라며 "당장은 하기가 쉽지 않지만 앞으로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나프타 분해 정유 시설을 갖추는 걸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한국의 원유 수입 구조는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이 지역 원유는 황 함량이 높고 걸쭉해 점도가 높은 중질유 비중이 커 국내 정유 설비 역시 이에 맞춰 설계돼 왔다.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반면 미국 등 비중동산 원유 비중은 20% 안팎 수준에 머물러 있다.높은 중동 의존도는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발이 묶인 국내 원유 운반선은 약 7척(총 1400만 배럴)으로 파악된다.다만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현실화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구조 전환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를 계기로 기존 에너지 조달 구조의 한계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난 셈이다.한국 정유사들은 그동안 저렴한 중질유를 들여와 이를 분해해 휘발유, 경유로 바꾸는 '고도화 설비'에 수조 원을 투자해 왔다.석유 찌꺼기를 활용해 유전과 같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지상유전' 전략이라 불렸다.국내 주요 정유사의 고도화 설비 비율은 약 30% 수준으로, 세계 평균(10~15%)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중질유를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설비가 특정 원유 성상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은 원유 선택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미국산 셰일오일과 같은 경질유를 투입할 경우 기존 공정과 맞지 않아 수율이 낮아지고 정제마진도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음에도 실제 전환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이처럼 정제 설비와 수입 구조가 함께 고착화하면서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에 착수했다.한국 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연합뉴스>정부는 당면한 수급 위기를 넘기기 위해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공급한 뒤,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원유로 상환받는 방식이다.아울러 정유사가 경질유를 확보할 경우 정부가 보유한 중질유 비축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운용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중질유 중심으로 구성된 비축유 구조와 정유사 설비 한계를 동시에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현재 국내 정유 설비는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경질유 도입 확대에는 공정 조정 등 기술적 제약이 따른다. 국가 비축유를 단순 저장 용도가 아니라 공정 최적화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이번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에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역시 성분에 따라 경질과 중질로 나뉘는데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의 원료가 되는 '경질 나프타'의 안정적 확보가 제조업 전반의 가동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반도체 소재의 출발점으로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석유화학 전체 일반 구조를 봤을 때 경질 나프타를 좀 더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석유화학 제품은 일상생활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산업 내에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 전환이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중질유에 최적화된 거대 장치 산업의 특성상 설비 개조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질유 중심 체제가 유리하다. 이에 정유 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관세 등 세제 혜택과 운송비 보전 등 정부의 구체적 지원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질유는 원재료 값 자체가 비싸 중질유만큼의 마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에너지 안보라는 공익적 가치와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의 금융·세제 지원 정책을 내놓느냐가 전환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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