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 트럼프 압박에 글로벌 기후금융 지원 좌초 위기, 개도국 에너지 전환 차질
- 글로벌 기후금융 지원을 주도하는 국제기구들이 각국 재무 장관들을 모아 차기 지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후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지원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어 기후금융 지원 계획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 에너지 전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14일 가디언, 더힐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주관하는 '기후변화 행동계획(CCAP)' 협의가 최근까지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기후변화 행동계획은 2021년에 수립된 계획으로 자체적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자금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1차 계획 운영기간은 2021~2025년까지였기 때문에 올해 각국 재무 장관들이 국제기구들과 협의해 차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를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가디언이 각국 고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이란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된 데다 기후대응에 적대적인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앞서 지난해 9월 공식서한을 통해 '세계은행은 기후금융 목표를 삭제해야 한다'며 '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에 그 자원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미국은 세계은행이 운용하는 자금의 약 17%를 기여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세계은행은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가디언은 기후변화 행동계획 회의 현황을 취재한 결과 미국 정부 압박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들은 모두 의제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전했다.캐서린 아브레우 '국제 기후정치 허브' 이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춘계 회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기후대응 의지를 크게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기후변화 행동계획이 좌초되면 개도국들은 기후대응에 큰 차질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후변화 행동계획은 현존하는 기후금융 지원 체계 가운데 단일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세계은행은 전체 운용자금의 약 35%를 기후변화 행동계획에 할당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도 지난 2월 기준 23개국에서 확보한 약 470억 달러(약 69조 원)을 차기 계획에 투입할 방침을 세운 바 있다.같은 날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은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 행동계획에서 과도한 자금을 기후대응에 편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13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 본부 앞에 모인 환경 운동가들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 기후금융 지원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비요른 롬보르그 덴마크 정치학자는 사설을 통해 '이들(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은 부유한 국가의 납세자들로부터 받는 막대한 자금으로 더 나은 교육, 의료, 안정적 에너지 같은 기본 사항보다 서구식 엘리트들이 갖는 관심사인 성별, 사회, 기후대응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어떤 가족도 당장 오늘 밤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아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100년 후 지구 평균 기온을 몇 도 낮추는 것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반면 가디언은 기후 비상사태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식량, 빈곤, 사회적 차별 등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이번 기후변화 행동계획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기후대응을 문제삼아 회의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분석했다.니콜라스 스턴 영국 런던전경대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기후변화 행동계획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굳이 기후로 공식 라벨링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다'며 '이를 좋은 투자로 포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른 전문가들은 이란전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의 시급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 기후변화 행동계획 논의가 더 이상 뒤로 밀려선 안된다고 지적했다.모하메드 아도우 파워시프트 아프리카 소장은 인도네시아 언론 아사투뉴스와 인터뷰에서 '석유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은행 회의에서 기후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은 가속화돼야 한다'고 말했다.에너지·환경 전문매체 E&E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정기 회의에서 '세계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에너지 다변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또한 '이란 전쟁은 사람들이 에너지 안보와 국가 안보를 건설적인 방식으로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할 것'이라며 '세계은행이 각국이 지열, 원자력, 가스, 태양열 또는 풍력과 같은 천연 에너지원을 활용하여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