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머니
- '은둔형 경영자' 송치형 직접 등판 슈퍼앱 예고, 두나무 가상자산 '성장 한계' 넘는다
-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우군 삼아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다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심사,두나무 소액주주 설득 등은 송 회장이 네이버페이 및 네이버와 본격 협업하기 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27일 송 회장은 경기 성남 네이버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직접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3사가 힘을 합쳐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과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겨냥한 '슈퍼앱'의 등장을 예고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송 회장은 시장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평가된다.업비트 행사에서도 축하 영상으로 등장하며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 송 회장의 등판은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협업한 이번 '빅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시선이 나온다.이번 기업융합은 두나무가 가상자산사업자로서 마주하던 한계를 극복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두나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결제 시스템 구축, 글로벌 진출 등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두나무는 9월 '2025 업비트 D 콘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지원할 수 있는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를 공개하기도 했다.블록체인 자체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자체 월렛(지갑)과 트래블룰 솔루션, 커스터디 서비스 개발도 알렸다.하지만 현재 국내 규제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결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 구조 마련이나 오프라인 결제 지원, 가맹점 대응 환경 조성 등에 제약이 있다. 전통금융과 협업도 제한돼 생활금융 영역으로 바로 뻗어나가기도 어려웠다.즉 두나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을 한다고 해도 실제 결제망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사업 확장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할 수 있다.또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해외 자금 이동 등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외환 규제상 복합적 절차가 요구돼 글로벌 시장에서 속도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그런 가운데서도 송 회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 영역 확장 의지를 보여 온 것이다.송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3사(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가 힘을 합쳐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급 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나아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업계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규제가 여전히 불명확한 현재 상황에서 네이버와의 협업은 두나무 사업 확장에 효과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다만 두나무와 네이버가 그리는 청사진처럼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극복할 과제 역시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가장 먼저 꼽히는 과제는 규제 리스크 해소다.두나무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을 넘어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밝혔다.먼저 지금까지 원칙처럼 고수돼 온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이른바 '금가분리'가 엄격하게 적용될지 금융권 안팎 관심이 쏠린다.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통금융기관이 가상자산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암묵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왔다.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간편결제 시장 1위,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위 사업자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딜을 면밀하게 검토할 가능성도 나온다.이와 관련해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현장 질의응답에서 "딜이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여러 신고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이번 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이라는 형태를 취한 만큼 주주들과 화합 필요성도 제기됐다.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은 이번 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부 재무적투자자 및 소액주주는 주식교환비율 등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2025년 3분기 말 기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가운데 약 30%는 미래에셋그룹사가 나눠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나무 지분 가운데 약 24%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등이 보유하고 있다.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1979년생으로 충남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천재 개발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뛰어난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2011년 컨설팅 회사 이노무브에 입사한 뒤 2012년 두나무를 창업하면서 대표를 맡았다. 2018년 두나무 이사회 의장, 2022년 두나무 회장에 올랐다.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전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기업융합'을 의결했다. 이에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기업 가치 비율은 '1:3.06'으로, 개별 주식 단위로 환산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주당 교환가액 비율은 '1:2.54'로 산정됐다.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