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 현대백화점그룹 3년 전 꼬인 매듭 풀고 '단일 지주사' 완성, 정지선·정교선 얻는 부수효과는?
- 현대백화점그룹이 3년 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의 '꼬인 매듭'을 푸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현대홈쇼핑을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산하 100% 자회사로 놓는 작업을 통해 공정거래법이 요구하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대부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부수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독립경영 가능성과 관련해 계열분리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를 단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은 11일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중간 지주사 현대홈쇼핑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현대지에프홀딩스는 기존 보유분 688만2852주(지분 57.36%)에 더해 현대홈쇼핑 자사주 약 6.6%를 제외한 나머지 현대홈쇼핑 지분 전량을 취득하기로 했다. 대신 신주를 발행해 현대홈쇼핑 주주에게 교부한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현대홈쇼핑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고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다.이번 편입과 이후 예정된 사업부문 및 투자부문 인적분할,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 투자부문의 합병은 현대홈쇼핑이 거느리고 있던 현대퓨처넷과 한섬, 현대엘앤씨 등 기존 손자회사들을 자회사로 올리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한섬, 현대엘앤씨 등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한다는 뜻이다.이번 개편은 사실 3년 전 구상했던 양대 지주사 추진 전략이 무산되면서 벌어진 일들의 연장선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현대백화점을 한 축으로, 현대그린푸드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인적분할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며 계획은 무산됐다.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방향을 틀었다.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시키고 단일 지주사 체제 구축에 속도를 냈다.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상장 자회사 30% 이상 지분 보유)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 사이의 치밀한 지분 정리 작업을 단행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5년 1월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으로부터 대원강업 지분 10.1%를 총 288억 원에 매수했다. 이에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보유한 대원강업 지분율은 기존 22.7%에서 32.8%(후속 매입으로 36.7%)로 늘었다.동시에 현대홈쇼핑은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대퓨처넷 지분 28.5%를 총 1350억 원에 매수했다.한무쇼핑·비노에이치 등 비상장사 지분도 순차 조정하며 공정거래법상 제한(자회사 외 계열사 지분 보유 금지)을 해소했다.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 충족 조건 가운데 하나인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가져야 한다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 경영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홈쇼핑이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 두 형제가 독자적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이 근거다.다만 역설적으로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이 오히려 손쉬워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지배구조가 단순해질수록 지주사를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구체적으로 보면 3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의 지분구조는 다소 복잡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의 몫이 많았고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부회장의 몫이 많았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지분을 나눠 들고 있는 구조였다.이런 상황에서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서로 얽힌 지분구조를 풀어야만 계열분리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계열사들이 나란히 배치돼 있기 때문에 현대지에프홀딩스만 적당히 인적분할하면 계열분리가 완성될 수 있다.계열분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범LG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잡음없이 추진했다.LG는 과거 일부 계열사를 인적 분할해 신설 지주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계열을 정리했다. 투자 부문은 신설 지주사로 모으고 사업 부문은 자회사로 두는 구조를 택했다.2004년 LG에서 GS가 분리될 때도 대주주 사이의 합의를 통해 분할 비율을 정하고 지주사를 설립한 뒤 주요 계열사를 편입했다. 이후 양측은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안정적이고 질서 있는 계열 분리 사례로 평가한다.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39.7%, 29.1%다. 합산 지분은 70%에 육박한다. 지주사를 두 축으로 나누는 결단이 이뤄질 경우 비교적 수월하게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춘 셈이다.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실제 3년 전 양대 지주사 체제 전환이 무산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대주주의 핵심 계열사 지분율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었다.현대백화점은 2022년 9월 이사회를 열고 투자부문 및 사업부문을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인적분할 방안을 결의했다.인적분할의 주요 내용은 현대백화점을 신설법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 현대백화점으로 나누고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사로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둔다는 것이다. 존속법인 현대백화점은 자회사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지누스를 두기로 했다.그러나 현금창출력이 높은 한무쇼핑이 지주사로 편입되는 설계에 일부 주주가 반발했다.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개편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안건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당시 현대백화점 지분 구조를 보면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정지선 회장은 지분 17.09%를 들고 있었고특수관계인으로는 현대그린푸드(12.05%)와 현대A&I(4.31%), 정몽근 명예회장(2.63%) 등이 있었다. 소액주주의 반발에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무산된 배경이다.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분리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은 3년 전 양대 지주사 체제 전환이 무산된 이후 단일 지주사 체제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당시 계열분리 의지가 있었다면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을,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각각 독자 체제를 구축하는 선택지도 가능했다는 것이다.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며 계열 분리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형제간 계열분리를 추진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