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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상법 개정에도 지배구조 '단속 모드', 국민연금 견제 이어진다
하이트진로 상법 개정에도 지배구조 '단속 모드', 국민연금 견제 이어진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 수 상한을 줄이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상법 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막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하이트진로의 기업가치는 안정적 실적과 증시 상승에도 바닥을 기고 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 개선을 향해 지속적 견제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13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 상한을 기존 13명에서 5명으로 줄이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이사의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조정하는 안건도 함께 올린다.하이트진로는 현재도 5명 규모의 이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을 13명으로 두고 있어 주주 요구에 따라 이사회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이번 정관 변경이 통과되면 향후 이사회 규모 확대 여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시장에서는 이번 정관 변경이 상법 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도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이사회 정원이 많을수록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정관상 이사회 규모를 제한하면 외부 주주의 이사회 진입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이사 임기를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또한 이사 선임 시점을 분산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사들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하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면 한번에 선임되는 이사 수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 경우 집중투표제가 가진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하이트진로는 국민연금의 관리 대상에 올라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관 변경을 놓고 부정적 시각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국민연금은 2025년 11월 수탁자책임활동(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하이트진로를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국민연금은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와 관련해 경영진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하이트진로를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의 출발점은 총수 일가가 지배하던 계열사 서영이앤티 부당지원 사건이다. 맥주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회장 일가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다.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이른바 '통행세'를 지급하는 구조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79억5천만 원을 부과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관련 소송은 2024년 패소로 마무리됐다.하이트진로는 또한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친족 회사와 친족 관계를 누락하는 등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국민연금이 하이트진로를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전북 전주 국민연금 본사 사옥.총수인 박문덕 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지배구조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이러한 일련의 논란에 따른 지배구조 할인으로 인해 하이트진로가 안정적 실적에도 기업가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하이트진로는 2020년 이후 매출 2조 원대, 영업이익 1천억 원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0~2021년 4만 원 이상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만6천 원대에 갇혀 있다.국민연금은 수년 동안 비공개 대화와 관리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지만 충분한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했다.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국민연금은 2025년 12월 열린 하이트진로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장 대표가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를 겸임하고 두 회사의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고 있는 점을 들어 과도한 겸직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다만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하이트진로 지분 50.27%를 보유하고 있어 해당 안건은 결국 가결됐다.최근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국민연금에선 이사회 축소를 포함해 개정 상법 취지에 어긋나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이에 따라 앞으로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속적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이사회 수를 둘러싼 정관 변경과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5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외이사가 과반수로 구성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다"며 "이번 정관 개정은 실제 운영되고 있는 이사회 규모를 반영하고 이사회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저해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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