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환경단체 '3대 메가 프로젝트' 놓고 의견 엇갈려, 수자원 문제부터 '갑론을박'
-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국내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일각에서는 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반도체 설비와 데이터센터가 심각한 물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수자원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업용수 재활용하면 수자원 충분할 것'1일 에너지전환포럼의 논평을 보면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설비 확충 계획이 물 부족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정부는 앞서 29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약 1400조 원을 투입해 서남권 일대에 대규모 산업 단지를 건설해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3개 분야를 크게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이와 관련해 에너지전환포럼은 대만 TSMC의 사례를 들어 대규모 반도체와 데이터 컴퓨팅 설비를 위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일각의 비판과 달리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TSMC는 만성적 물 부족과 가뭄을 겪고 있는 대만 섬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큰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에너지전환포럼은 "TSMC는 반도체 공장의 지속적 산업폐수 재활용 혁신을 통해 2023년에 용수 재활용률 90.3%를 달성한 바 있다"며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사막지대에 건설하고 있는 팹 클러스터도 이미 산업용수 재활용설비를 착공해 2028년부터 물 재활용률을 85%~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에너지전환포럼이 이같은 논평을 내놓은 이유는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직후 녹색전환연구소, 녹색연합 등 다른 환경단체들이 수자원 문제를 두고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단지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일일 65만 톤에 달한다. 이는 약 200만 명의 한국 시민들이 매일 소비하는 물의 양과 같다.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논평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과 물 효율화 전략이 구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녹색연합도 논평에서 "기후위기와 가뭄 속에서도 농업, 생활, 하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그 막대한 용수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누가 고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서남권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 부지 인근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부 공업용수 확보 계획 내놔, 용수 재활용 대책은 아직이런 시민사회의 우려가 나오자 정부에서도 곧바로 수자원 확보 계획을 내놨다.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30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용수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우선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동복댐에서 공업용수 일일 30만 톤을 확보하기로 했다. 동복댐의 일일 수자원 여유량 8만8천 톤 가운데 5만 톤을 끌어오고 댐 증고를 통해 25만 톤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이다.그 외에 주암댐, 장홍댐에서 용수 여유분을 끌어오고 보성강댐, 나주댐 등에서 공급하던 발전용수, 농업용수를 전용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기로 했다.기후부는 이들 댐의 용수 공급량을 모두 더하면 필요한 일일 65만 톤은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여기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과 협업해 하수재이용수를 역삼투막 처리를 통해 일반 공업용수 등급으로 재처리해 일 30만 톤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다만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물을 재활용할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용수에 문제가 없다고 본 에너지전환포럼에서도 기후부 계획을 놓고 "사실상 용수 재활용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발상에 가까운 계획"이라며 "물부족 지역에서 TSMC의 높은 용수 재활용 실적과 관련 투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 그만큼 더 많은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풍부한 서남권, 반도체 기업 RE100 달성에 적합일각의 용수 확보 우려와 달리 전력 공급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 일대가 반도체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실천 문제를 고려하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서남권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갖춘 지역이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 포함해 약 14GW 안팎의 설치용량을 갖추고 있다.더구나 기후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합동 발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서남권 일대의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용량 목표치는 37.8GW로 계획됐다.3대 메가 프로젝트의 전체 전력 수요가 6.3GW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에너지전환포럼은 "수도권은 더 이상 신규 산업 수요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고 새 부지를 찾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다만 일부 정치권에선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이고 반도체 공장용 전력으로는 부족하다며 호남권 반도체 투자계획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에 환경단체들은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화석연료 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거나 증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석탄발전소 연장 가동, 가스발전소 증설로 메울 가능성이 높다"며 "어떻게든 에너지를 산업시설에 공급만 하면 정당하다는 식의 개발 계획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