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정부 '3대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 "급증하는 전력 수요 화석연료로 채워선 안돼" 목소리 잇달아
- 정부가 최근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놔 국내 전력 수요가 급격히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정부가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화석연료 발전소를 늘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환경단체에서 잇달아 나온다.◆ 환경단체,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으로 '화석연료 회귀' 가능성 우려15일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에너지전환포럼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조기 추진 방침에 우려를 표명했다.최근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회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조기 추진을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 피지컬AI, 데이터센터를 3대 산업 축으로 삼아 약 1500조 원을 신규 투자해 대규모 국가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남권 일대에 추가로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이에 환경단체들은 '전력 수요를 무엇으로 채울지가 관건인데 화석연료가 들어설 문이 이미 열려 있어 우려된다'며 '정부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입지 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 원자력에 더해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함께 활용하겠다고 명시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최근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와 열병합 발전소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를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14일 성명을 통해 '지금 정부는 위험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며 '계획된 전력 수요를 모두 더하면 24.7GW에 이르는데 이는 원전 18기와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이어 '이같은 막대한 전력 수요가 곧바로 에너지 정책의 퇴행 조짐으로 이어졌다'며 '장관과 일부 전문가들이 나서 신규 원전과 화석연료인 가스 발전의 추가 건설 필요성을 제기했고 심지어는 석탄발전소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당정협의회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국회 보고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 얼마인지 보고 나머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쪽에서도 신규 원전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 선언환경단체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이유는 당정협의회에 더해 대통령까지도 3대 메가 프로젝트 조기 추진에 힘을 싣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올해가 잠재성장률 3%, 세계무역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수 있게 힘을 모아달라'고 발언했다.이를 위한 이행 수단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 조기 추진을 짚었다.이 대통령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조기 현실화를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이 한몸처럼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지금 하루를 단축하면 나중에 열흘, 또는 100일을 벌 수 있다는 자세로 모든 관련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달라'고 강조했다.해당 발언에 앞서 당정협의회가 조기 추진에 합의한 만큼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부속 계획들이 향후 몇 개월에 걸쳐 나올 것으로 보인다.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권역별 성장 엔진을 선정해 지방경제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본 통한 구속력 있는 재생에너지 확약 요구이런 기조를 고려해 환경단체들은 반도체 산단 전력 수요를 빌미로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기본에 구속력 있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명시해달라고 촉구했다.기후솔루션 등 단체들은 '정부는 앞서 4월에 전기본을 세우면서 2040년 최대 전력을 131.8~138.2GW로 잠정 전망했으나 이는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이전 수치이고 지금 기후부는 재산정에 착수했다'며 '전기본 실무안 공개가 임박한 지금이 분수령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 전기본에 구속력 있는 확약이 뒷받침된 확정 수요만 반영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최근 법적으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로 규정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화석연료를 배제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그린피스는 '앞서 2024년에 헌법재판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제의 중대한 흠결이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2025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국가의 기후대응 의무가 단순한 정책적, 정치적 약속이 아닌 국제법상 법적 의무인 바를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한국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의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의 이행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기후대응에 있어 국가의 책무 강화를 지지한 전적도 있다'고 덧붙였다.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전력 수요 추정치와 구체적 공급 계획 수립 과정을 투명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그린피스는 '산업 계획은 10년의 문제이나 기후는 100년의 문제'라며 '메가 프로젝트를 감당할 환경 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계획이 성공해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