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엘니뇨 영향 사라졌는데도 계속되는 이상고온, 내년 여름 '극한 폭염' 돌아온다
-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상고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던 엘니뇨가 사라졌음에도 이상 고온이 계속된다는 것이다.이에 내년에도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극한 폭염이 되돌아올 것으로 예측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18일(현지시각) 영국 기상청은 내년도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34~1.58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애덤 스카이프 영국 기상청 기후학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2026년에도 고온이 이어져 4년 연속으로 기온상승 수준이 1.4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1.4도면 역대 가장 더운 해였던 2024년(1.55도)보다는 낮지만 2023년 이전 기록들보다는 0.2도 가량 높은 수준이다.영국 기상청 예측대로 이상 고온이 이어진다면 2026년은 역사상 네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스카이프 기후학자는 '지난 3년 동안 지구 기온 평균치도 이미 1.4도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급격한 기온상승이 발생하기 전에 지구 기온상승은 1.3도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유럽 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2년까지만 해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가량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2023년부터 급격하게 기온이 오르면서 1.5도에 육박하더니 2024년에는 1.5도마저 넘어버렸다.1.5도는 기후학계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수준에 이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지점이다.학계에서는 이같은 급상승의 원인으로 엘니뇨를 지목했다.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기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문제는 올해 겨울 들어서 엘니뇨 영향이 사라지고 반대로 기온이 낮아지는 라니냐가 나타났음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기후학계에서는 그동안 온실가스의 영향을 줄여주던 '탄소 흡수원'들이 포화 상태에 달해 이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올해 8월 폭염이 발생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올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사설에 따르면 자연계의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던 삼림과 해양의 탄소 흡수능력은 2023년부터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이처는 지금과 같은 이상고온 상태가 사실상 새로운 일상이 됐다며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올해 극한 폭염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스페인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8일(현지시각) 내년 여름철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적인 기후 대피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고 유로뉴스가 전했다.스페인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폭염 사망자 수는 3800명을 넘었는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88% 증가한 것이다.산체스 총리는 '파괴적인 가뭄과 폭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고 새로운 일상이 됐다'며 '정부는 폭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역, 가장 도움이 절실한 지역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도 올해 10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446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0.6% 증가했다. 2018년에 있었던 슈퍼 엘니뇨로 인한 폭염 이후로 가장 많은 수였다.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향후 대상자와 상황에 맞춘 예방 메뉴얼을 개발하고 대국민 안내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홍보활동을 연계하고 장애인, 취약계층 맞춤형 수칙을 마련하는 등 예방책을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