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이란과 전쟁으로 미국 에너지 정책 '패착' 드러나, 싱크탱크 "중국과 재생에너지 협력 필요"
- 중국이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자체 경쟁력뿐 아니라 러시아를 통해 다각화한 원유 조달 경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충격을 이겨냈다는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화석연료에 의존을 높인 만큼 중장기 재생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더욱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제시됐다.10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과 미국을 '전기 국가'와 '석유 국가'로 구분하는 이분법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전했다.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을 공격한 뒤 중동의 원유와 천연가스 주요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브루킹스연구소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오일쇼크에 미국은 원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고 중국은 전기차와 태양광, 풍력과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며 상반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화석연료 중심, 중국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가라는 정체성이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다만 브루킹스연구소는 대규모 전략 비축유나 러시아산 원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공급망 안정화가 중국의 오일쇼크를 줄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중동산 원유 수입이 급감해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덕분에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다.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 국가들이 화석연료에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전기차 등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중국은 그동안의 정책적 지원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한 만큼 태양광을 비롯한 관련 제품과 전기차 수출을 크게 늘리며 수혜를 보고 있다.브루킹스연구소는 결국 중국이 미국과 이란 전쟁 뒤 에너지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한 데 이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 추세에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중국은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90%, 배터리 및 풍력 터빈의 80%, 전기차 생산의 66%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 핵심기술 확보 등 전략이 지금과 같은 성과로 나타났다고 브루킹스연구소는 분석했다.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 <연합뉴스>반면 미국은 현재와 같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화석연료 공급망에서만 이익을 볼 수 있어 중국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제시됐다.미국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뒤늦게 강화하려 한다고 해도 이미 경쟁력이 크게 차이나는 만큼 중국 기업의 기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2기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전기차 세제혜택을 중단하고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대거 취소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지원 정책을 대폭 축소했다.중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 수입하는 여러 품목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는 보호무역 기조도 강화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마저 주도하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배제하는 기조에서 벗어나 관련 물품의 수입을 늘리고 미국 내 투자 확대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했다.중국산 전기차나 태양광 제품, 풍력 터빈 등의 미국 수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나 일부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중국 기업들도 내수 시장의 경쟁 심화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미국의 제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미국 정부가 이와 동시에 배터리와 태양광 셀 및 웨이퍼, 전력 장비 등 핵심 공급망에서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권고도 제시됐다.중국에서 관련 제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져도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도록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중국 공급망에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이 더 나아가 핵융합과 나트륨(소듐) 배터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셀과 지열발전 등 중국보다 앞선 차세대 재생에너지 기술의 개발에도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미국이 재생에너지를 배척하고 화석연료에 지원을 집중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꿔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만약 미국이 화석연료 산업에만 대응하는 정책 방향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며 기술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은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가 결합된 에너지 공급망 체계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를 극복했다"며 "미국의 전략 변화 여부가 중장기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