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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산업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시장점유율 1위 수성할 수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 입력 : 2017-10-01 01:53:10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이 지난해 인수한 동부건설에 부동산개발사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부동산신탁사업의 시장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차입형토지신탁사업에서는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업계 1위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과 시너지

1일 토지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이 최근 동부건설과 시너지를 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전라남도 무안군에 위치한 남악신도시 오피스텔 신축공사를 담당할 시공사로 동부건설을 선택했다. 동부건설은 오피스텔 신축공사 수주로 2070억 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한국토지신탁이 동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은 부동산신탁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동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세운 키스톤에코프라임에 700억 원을 투자했다. 키스톤에코프라임은 동부건설의 지분을 62.05% 확보한 최대주주다.

한국토지신탁이 신탁사와 건설사의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동산신탁사업을 진행하면서 동부건설에 일감을 몰아줘 수익성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왔다.

부동산신탁회사가 부동산개발을 의뢰받은 부동산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건설사를 보유하게 되면 다른 시공사에 건설을 맡길 때 내야 했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실적에서는 이미 동부건설 인수효과를 충분히 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상반기에 매출 1215억 원, 영업이익 833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42.1%, 영업이익은 62.1% 급증했다. 상반기 세전이익은 8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 늘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의 세전이익이 급증한 것은 2분기부터 동부건설의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한 영향”이라며 “동부건설은 영업뿐 아니라 영업외성과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매각을 인식해 약 800억 원대의 순이익을 냈다”고 파악했다.

◆ 차정훈, 차입형토지신탁사업에서 성과 못 내

한국토지신탁이 동부건설 인수로 사업 여러 측면에서 이득을 보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부동산신탁 경쟁기업들이 사세를 확 키우면서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은 2013년만 해도 매출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신탁업시장 점유율이 36%에 이르렀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코람코자산신탁(12%)보다 시장점유율이 3배나 높았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31%, 2015년 23%에 이어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쟁기업인 한국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신탁은 10% 안팎이던 시장점유율을 모두 15%까지 올렸다.

신규 부동산신탁기업 인가가 늘어나고 증권사들도 하나 둘씩 신탁업계에 진출하면서 한국토지신탁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토지신탁을 이끌고 있는 차정훈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 회장은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부품기업 MK전자를 통해 2013년부터 한국토지신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2015년에 이사회를 장악하며 경영권을 완전히 접수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확보에 쏟았던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 점도 차 회장에게 부담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부동산대책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한국토지신탁을 비롯한 여러 신탁사들이 올해를 수도권 재건축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핵심지역의 재건축속도가 조절될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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