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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 계엄령 선포, 권력재편 나서
과도정부와 협의없어 쿠데타 의심...군부 "쿠데타 아니다" 주장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5-20 15:52:33

 
   
▲ 태국 탁신파 세력인 '레드셔츠’ 시위대는 10일 이날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축출과 비선출 총리를 세우려는 반탁신 세력 '옐로우 셔츠’ 시위대의 압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뉴시스>

태국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최근 해임된 잉락 총리를 놓고 지지파와 반대파가 연일 맞서면서 혼란에 빠지자 군부가 개입한 것이다. 태국 군부는 정치적 혼란 때마다 개입해 권력을 재편한 전례가 있어 이번 군부 개입도 주목을 받고 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20일 군 TV 방송을 통해 계엄령을 공식선포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가 쿠데타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육군 참모총장은 계엄령 발동이 "쿠데타는 아니다"라며 "국민은 당황할 필요가 없으니 평소대로 생업에 종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군의 개입은 지난 7일 잉락 친나왓 총리가 태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탁신파와 반탁신파가 격렬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탁신은 태국의 전 총리다. 이번에 실각한 잉락 총리는 탁신의 여동생이다. 잉락이 총리에 당선되면서 탁신계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됐다. 태국사회는 크게 친-반 탁신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탁신세력은 도시 노동자와 농민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으며 지역으로 고향인 치앙마이 등 북동부와 북부지방에 분포한다. 반 탁신 세력은 수도 방콕의 중산층과 왕정주의자, 국왕에 대해 절대적 충성을 보이는 군부 등에 기반을 두고 지역으로 중남부지방에 분포한다.

태국 군부는 무고한 민간인이 다치는 위험을 방지하고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개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태국은 잉락 전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지금까지 28명이 숨지고 800명 정도가 부상을 입고 있다.

군 개입이 이뤄지자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은 이날 거리행진을 벌이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반탁신 진영은 "오늘은 시위를 하지 않겠지만 우리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머물면서 계속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탁신 진영은 시위대열을 이탈하지 않는 대신 군에 저항하지 않고 협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 잉락 전 태국 친나왓 총리
과도정부는 군 개입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군부가 과도정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태국은 잉락 총리 해임 이후 중립적 과도정부가 이끌고 있다. 과도정부의 한 인사는 군의 개입을 "절반의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N은 보도했다.

이번에 군부가 과도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잉락 전 총리 측 인사들이 남아 있는 과도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군부는 태국에서 주요 정치 세력의 하나다.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치 혼란기마다 전면에 나서 권력구도 재편을 주도했다. 만약 이번 계엄령 선포가 과거의 역사처럼 쿠데타에 준하는 것이라면 친탁신 진영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 태국의 정치 위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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